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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대에 다시 오른 미국 빅테크

기사승인 [134호]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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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미국 시카고

이영선 KOTRA 시카고무역관장

   
▲ 애플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지금은 이동전화기, 앱 장터, 음악 스트리밍,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했다. 이제는 자율자동차 개발까지 넘보는 거대한 제국이다. REUTERS


지금 미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다. 이들 기업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가총액이 상위 1~6위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테슬라를 제외한 5개사를 ‘기술 대기업’(Technology Giants)이라고 부른다. 컴퓨터 기술에 기반을 둔 사업모델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또 다른 호칭이 ‘기술 재벌기업’(Tech Conglomerates)이듯이 그동안 최초의 본업에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했다. 사업영역은 이동전화 운영 시스템, 앱 장터, 전자상거래, 검색, 인공지능, 소셜미디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 콘텐츠 온라인 스트리밍 등 광범위하다.

디지털 플랫폼 장악한 미 빅테크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 대신 온라인 접촉에 더 많이 의지하면서 이들 기업의 매출은 많이 늘었다. 구글과 아마존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검색과 쇼핑이 증가했다. 기업들도 텔레비전(TV)과 신문 대신 온라인 광고를 늘렸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수입, 아마존의 쇼핑 수입이 많이 늘어난 배경이다.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2021년 1분기 매출액은 553억달러(약 61조8973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4% 늘었다. 전자상거래의 아마존도 2020년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사람들이 기술 대기업의 채널을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이들의 매출은 구조적으로 올라간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 우버, 넷플릭스는 구글·애플 등의 앱 장터에서 고객을 확보한다. 그리고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저장한 뒤 서비스한다. 앱 사업자의 비즈니스가 잘되면 기술 대기업에 내는 수수료도 늘게 된다.
기술 대기업의 성공 요인은 창업자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창조적 혁신과 불확실한 미래를 추구하는 동안 즉시 발생하는 비용을 감내한 리더십이 근본이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M&A)이 없었다면 이들은 우수한 기술기업이 됐겠지만 최고의 기술 대기업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기술 대기업은 많은 국내외 기업을 M&A했다. 애플 122개사(미국 기업 80개사·해외 기업 42개사), 마이크로소프트 244개사(171개사·73개사), 아마존 104개사(76개사·28개사), 구글 241개사(177개사·64개사), 페이스북 89개사(62개사·27개사) 등이다. 합병보다 인수가 대부분이다. 인수 규모가 작아서 발표되지 않은 건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기술 대기업의 M&A 성장 전략은 비슷하다. 혁신기술로 창업하고 해당 분야의 선두기업이 된다. 유사한 기술을 연구하는 벤처기업을 인수해 원천기술을 보강한다. 원천기술 활용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많은 자금력으로 다른 업종의 기술기업을 인수해 해당 업종에 진출하는 것이다. 기술 대기업은 컴퓨터 알고리즘의 소프트웨어가 중요자산이기 때문에 인재와 특허를 가진 기술기업을 주로 인수했다.
온라인서점에서 시작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만물상이 된 아마존은 온라인 약국, 식료품업, 위성 발사,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사업군을 갖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익의 59%를 창출한다. 아마존의 M&A 레이더에 안 걸린 소매 분야가 없을 정도다.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시작해 여행, 식당 등 전문 검색 영역으로 확대했다. 이동전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유튜브 비디오 플랫폼,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도 핵심사업이다. 기술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린다.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16억달러(약 1조7900억원)라는 당시 엄청난 금액으로 인수했는데, 지금 유튜브는 3주면 그 금액을 번다.
애플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지금은 이동전화기, 앱 장터, 음악 스트리밍,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했다. 이제는 자율자동차 개발까지 넘본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와츠앱, 메신저 등을 사업군에 넣으면서 컴퓨터나 이동전화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소셜미디어 제국이 됐다.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5대 기술기업이 다 같이 집중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퀀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헬스케어 등의 미래기술에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이 분야에서 M&A가 많아질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선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출발이 늦은 애플의 적극적인 M&A가 예상된다. 2021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헬스케어 고객서비스를 위해 인공지능 분야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을 160억달러에 인수했다.

   
▲ 미국 연방 법무부, 연방 공정거래위원회, 주정부들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을 불공정행위로 제소하거나 조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중국 등도 이들을 제소 또는 조사 중이다. 2021년 1월 사람들이 뉴욕 마이크로소프트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REUTERS

‘디지털 파워’의 영향력 행사
디지털 플랫폼을 가진 기술 대기업은 경제·기술·정치적 ‘디지털 파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제적 파워는 정보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많은 수요자가 더 많은 공급자를 부른다. 정보 축적은 가속하고 급증한 수익은 인프라와 기술에 대규모 재투자를 가능케 한다. 승자독식의 영향력을 갖는다.
기술적 파워는 이들이 설계·구축·운영한 시스템이 사람들의 일과 생활에 기반이 되면서 나온다. 미래에도 이들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퀀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헬스케어 등에 대한 기술력이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면 영향력은 계속될 수 있다.
정치적 파워는 이들의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용자가 기반이다. 미국 택시가 반대함에도 우버가 영업할 수 있는 이유는 싸고 편리한 서비스에 만족한 이용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매체보다 많은 사람이 연결된 기술 대기업의 채널에선 전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엄청난 콘텐츠가 쏟아진다.
창업자 개인의 영향력도 크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을 때 애플스토어 앞에는 애도의 촛불과 메모가 가득 찼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규모로 기부해 자선사업가로서 명예를 추가했다. 테슬라는 창업 17년 만인 2020년 처음 이익을 냈는데, 투자가들이 오래 기다린 것도 일론 머스크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창업자의 긍정적 영향력은 아이폰, 테슬라 전기차 등의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기술 대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들의 반경쟁적 행위가 지적된다. 이들은 검색, 앱 장터,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등에서 문지기로 있으면서 잠재적 경쟁기업을 인수하거나 시장에서 안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광고시장 지배, 디지털세 부과, 개인정보 오용, 소비자 보호, 극단 허위 콘텐츠 처리, 뉴스 콘텐츠 보상 등의 이슈도 국내외에서 계속 터지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이들의 사업이 제한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국가·민간기업·시민단체 등이 어우러져 각자 역할을 하면서 견제도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선 민간 영역만 있다. 사생활 보호, 보안, 정확한 정보 등 공익적 가치가 순환될 여지가 없다.
미국 의회가 2020년 발표한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 보고서’는 이들의 불공정행위를 예시했다. 요지는 기술 대기업은 경쟁이 될 만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플랫폼에서 이들 경쟁사를 배제해 경쟁의 싹을 없앴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구글의 검색 앱이 이동전화기에 초기 설정되도록 애플 등 제조업체와 협의했다. 검색 결과에 자사의 쇼핑 광고를 우선 배열했다. 애플은 자사 앱과 경쟁하는 음악 스트리밍 앱을 애플의 앱 장터에서 배제했다. 소셜미디어 강자인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을 인수한 뒤 피인수 회사가 자사와 경쟁하지 못하도록 성장을 저지했다. 아마존은 입점 업체의 매출 정보를 자사 소매업에 활용했다. 쇼핑 검색 결과에 자사 브랜드가 더 잘 보이게 배열했다. 입점 업체가 다른 사이트에서 더 싸게 팔면 불이익을 줬다.
미국 연방 법무부, 연방 공정거래위원회, 주정부들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을 불공정행위로 제소하거나 조사하고 있다. 국외에서도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중국 등도 이들을 제소 또는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여러 석유회사를 인수해 시장을 독점했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현 엑손모빌)이 셔먼법(Sherman Act)에 의해 1911년 34개 회사로 분할된 것처럼 되기보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소송 건처럼 사업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독점법인 셔먼법의 개편도 요구된다. 그동안 티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 퀄컴의 이동전화 칩에 관한 독점적 지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가맹점에 대한 타 카드 사용 권유 금지, 에이티앤티(AT&T)의 타임워너 인수 등에서 법원은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정부는 잇따른 패소에 따라 반독점법 강화를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주요 개편 내용은 플랫폼 사업자가 소매업을 병행하지 못하도록 사업을 분할 또는 금지하고, M&A 조건이나 감독기관 기능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경쟁 어지럽히는 불공정행위
기술 대기업의 급성장과 영향력은 주목과 비판을 끌 만하다. 그러나 비판의 핵심은 큰 수익이나 높은 가격 책정보다 이들의 불공정행위가 시장경쟁을 약화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경쟁을 없애면 혁신 기반이 약화한다고 우려한다. 기술 대기업 규제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시민들의 한결같은 언급이 있다. “시장에서 경쟁이 없으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창의적 기술기업이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사실, 지난 25년간 인터넷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6월호

이영선 yslee@kotra.or.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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