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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확장 막는 법규 다양 부동산 세제는 허점 많아

기사승인 [134호]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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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프랑스 ‘토지 중립’ 정책

프랑스에서 토지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자체가 뭉친다. 그러나 개발 움직임이 너무 역동적이어서 멈추기가 쉽지 않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중서부 캉탈산맥 자락에 자리잡은 인구 2만5천 명 규모 소도시 오리야크의 전경. 시 외곽에 2만5천㎡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라사블리에르가 들어설 예정이다. 위키피디아


프랑스 중서부 캉탈산맥의 평화가 깨졌다. 벌써 몇 달째다. 굴착기와 대형 트럭이 매섭기로 유명한 오베르뉴 지방의 한파를 무릅쓰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늦지 않게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2021년 5월18일 오리야크시 외곽에 자리한 2만5천㎡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라사블리에르가 오리야크시 시민을 맞을 계획이다. 오리야크시 인구가 늘어 생겨난 시설은 아니다. 시내에 있는 가게도 다섯 가운데 하나꼴로 텅 비어 있다.
라사블리에르 복합쇼핑몰 이야기는 시멘트와 작별하지 못한 나라의 이야기다. 프랑스는 이웃 나라에 견줘 개발된 토지(숲을 비롯한 자연 서식지 또는 농지가 아닌 땅)가 훨씬 많다. 인구 10만 명당 47㎢다. 독일은 41㎢,
영국과 스페인은 30㎢, 이탈리아는 26㎢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프랑스전략연구소’에 따르면 1981~2014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토지 면적이 70% 늘었다.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인구증가율 19%)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다. 토지 개발 열풍이 지나간 자리는 황량하다. 프랑스는 빈집이 300만 채에 이른다. 상가 공실률도 시내 중심에서 12.5%에 이를 정도로 높다.

세 가지 원칙
어떻게 하면 토지 개발에 제동을 걸어 농사지을 땅과 생명다양성을 지킬 수 있을까. 먼저 토지 이용 계획을 파악해야 한다. 위험·환경·이동·개발 전문연구소 ‘세레마’의 보고서를 보면 주택 건설 용지로 토지를 개발하는 사례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주거 형태는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은 땅을 많이 잡아먹는다.
상업용 토지 개발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절대적 수치로 따지면 얼마 안 돼 보이지만, 실제 개발 면적은 엄청나다. 도로와 상업단지는 자동차를 타고 나가야 할 만큼 도심 바깥으로 광범위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땅값도 개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프랑스는 인구밀도가 낮아 땅값이 싸다. 농지 1㏊에 6천유로(약 800만원) 정도다. 인접 나라에선 같은 면적이 평균 1만~2만유로, 네덜란드에선 5만유로에 거래된다. 건물을 새로 올리는 것이 고쳐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탓에 개발업자가 빈 땅만 찾아다닌다.
그러면 도시가 끝도 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이미 도시 확장을 막기 위한 도구를 마련해놨다. 해안법, 산림법, 해안보존소, 국립공원 등으로 환경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은 잘 지켜지고 있다. 비록 프랑스 본토에 있는 농지 전체의 0.5%밖에 안 되지만 농업보호지구(지리적 가치, 농산물 품질, 학문적 가치가 높은 농업용 토지)도 있다. 이렇게 준비된 도구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좋은 소식은 있다. 2018년 정부가 ‘토지 중립’ 목표를 담은 ‘생물다양성 계획’을 발표하며 개혁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토지 중립이란 개발된 토지의 순면적(개발된 토지 면적-녹지화된 토지 면적)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를 실천하는 원칙은 ‘삼간다, 줄인다, 상쇄한다’ 세 가지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토지 개발을 삼가고, 필요한 경우에는 개발 밀도를 높여 새로운 토지 개발을 줄이고, 새로 개발된 땅만큼 이미 개발된 땅을 녹지화해 상쇄한다. 녹지화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까지 이뤄진 사례가 드물다. 그래서 토지 중립의 핵심은 애초부터 땅을 새로 개발하지 않는 것이다.
2020년 여름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전국 경시청에 토지 개발 사업, 무엇보다 상업용지 개발의 인가 요건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프랑크 쟁트랑 국토연구소 대표는 말했다. “공문이 회람될 때 누구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6개월 뒤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인가받은 토지 개발 사업 수가 급감했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 의회에서 ‘기후와 복원’ 법안도 논의 중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토지 개발 속도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축 면적이 1만㎡를 넘는 상업시설의 건축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물론 금지 대상 건물 면적의 상한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기후시민협의회가 권고한 내용은 면적과 상관없이 모든 상업시설 신축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버려진 땅을 숲이나 밭으로 가꾸는 사업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3억유로가 편성된다. 2019년 시작한 드노르망디 사업은 주택 개선 비용을 세금에서 공제해줘 새로운 주거지 조성을 줄이고 있다.

   
▲ 2020년 3월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농민이 사탕무를 심기 위해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개발된 토지가 많다. REUTERS

난개발 예방 공감대
여러 단계로 나뉜 행정 부처가 서로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도시 개발 사업은 ‘지역도시계획’ 투표를 통해 기초 행정구역인 코뮌(과 코뮌공동체)이 진행 여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이웃 코뮌에서 인구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토지 개발 인가를 쉽게 내주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지자체 의원들은 ‘지역융합계획’을 시행함으로써 이런 지역 싸움을 피할 수 있다. 여러 코뮌이 함께 체계적으로 택지를 비롯한 토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보다 상위 행정단위인 레지옹은 이제 ‘지속적인 토지 정비·개발·균형을 위한 레지옹 계획’을 짤 수 있다. 각 지자체가 마련한 계획은 모두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토지 난개발 예방의 필요성에 점차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은 소식이다. 전국 지역융합계획 총연맹 위원장 스텔라 가스는 말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지역융합계획과 개발 절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토지 개발 속도가 2010년대 초부터 꾸준히 줄어드는 것이 그 증거다.” 숫자로 증명할 수 없지만 작은 변화의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대표적 예로 얼마 전 툴루즈 메트로폴(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와 주변 코뮌을 합친 광역 지자체)의 코뮌 간 도시개발계획이 도시를 지나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개발 밀도 높여야
이렇게 좋은 소식 뒤에는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조세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현행 조세법에 따르면 코뮌이 (새로운 경제활동이 생기거나 인구가 늘어) 규모가 커지면 세수도 늘어난다. 또 아그로파리테크대학의 기욤 생트니 교수는 개발되지 않은 땅(농지나 숲)의 낮은 수익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소작료가 너무 적은 탓에 많은 땅주인이 자신의 논밭이 개발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비싸게 되팔리기를 바란다.
더구나 개발되지 않은 땅은 부동산세 세율도 높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제관계 연구소’(IDDRI)의 연구원 알리스 콜사에는 말했다. “기후와 복원 법안에는 토지 개발 모델을 바꾸는 내용이 빠져 있다. 새로 짓는 것보다 고쳐 짓는 것이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게 이 법의 핵심인데도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가족이 점점 더 뿔뿔이 흩어져 살고, 주택 취약계층이 400만 명에 이르는 나라인 프랑스는 토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에리크 아믈랭 도시사회학자는 말했다. “개발 밀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서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므로 외곽으로 도시가 확장될 수 있다. 그보다 극단적인 대안도 있다. 파리 시민을 공실률이 높은 (지방) 도시에 가서 살게 하는 것이다.” 그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지만 어쩌면 좋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캉탈산맥 밑자락에서 라사블리에르가 손님(파리 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5월호(제412호)
Comment en finir avec la bétonisation
번역 최혜민 위원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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