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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베르보크 돌풍, 독일의 변화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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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etter]

이용인 편집장

   
 

2008년 여름, ‘변화하는 세계의 진보’라는 주제로 독일 싱크탱크들을 방문했다.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뒤 한국의 진보세력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였고, 독일의 싱크탱크들에 주목했다. ‘정치 재단’ 성격을 띤 독일의 싱크탱크들은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정당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에 사실상 정당과 한 몸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2주간의 해외 출장 끝 무렵인 6월26일 저녁, ‘녹색 싱크탱크’인 하인리히뵐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동베를린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의 재단 6층 강당에는 녹색당 활동가 4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편한 옷차림과 자연스러운 어울림, 널려 있는 손팻말과 펼침막 등을 본 솔직한 첫 느낌은 ‘시민단체 혹은 운동권’이었다. 좋게 말하면 열정과 생동감이 가득했고 조금 깎아 얘기하면 어설픔이 묻어났다. 당시 지지율 5% 안팎을 오가던 녹색당의 집권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군소정당쯤으로 치부되던 녹색당이 2021년 9월26일 연방 총리를 선출하는 총선을 앞두고 사상 최초로 집권을 노린다. 최근 조사에서는 한때 집권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을 제치면서 확실하게 팽팽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1980년 1월13일 히피,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페미니스트, 예술가, 반전활동가들이 오직 ‘환경’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 창당한 지 41년 만이다.
녹색당 돌풍의 중심에 총리 후보인 40살 여성 지도자 아날레나 베르보크가 있다. 베르보크는 독일 함부르크대학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법학 등을 공부한 뒤 2013년 연방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지만 행정 경험은 별로 없다. 총리 후보로는 ‘중대한’ 결격사유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비전에 유권자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기존 정치에 한계를 느낀 유권자가 변화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던진 ‘새로운 삶의 방식 필요성’은 녹색당 약진에 불을 댕겼을 뿐이다. 독일에선 정파를 불문하고 수십 년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주력해왔다. 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 소속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해 녹색당의 오랜 요구를 수용했다. 수십 년간 독일을 바꾸려 노력했고 그 토양이 뒷받침됐기에 녹색당은 꽃피울 수 있었다.
녹색당 기세가 선거일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녹색당이 총선 과정에서 보인 존재감과 대의는 지구촌 곳곳에 녹색혁명을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이번호에서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베르보크를 집중조명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적잖을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7월호

이용인 yyi@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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