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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프랑스’는 버림받은 적 없다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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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프랑스 지역 불평등

일부 정치인과 주류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의 지역 불평등은 심하지 않다. 소득재분배 체계 덕이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니고 있다. 2007~2017년 1인당 가처분소득 조사에서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REUTERS

“국가가 농촌을 버렸다. 진정한 프랑스인 농촌을.”
마린 르펜이 201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외치던 구호가 몇 달 뒤 여기저기서 들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된 몇몇 프랑스 대도시에 정신이 팔린 파리, 엘리트 그리고 시스템이 “변두리 프랑스”를 버렸다는 주장에 대다수 공감하는 분위기다. 변두리 프랑스는 시사평론가 크리스토프 길루이가 농어촌과 중소도시를 가리키며 쓴 표현이다. 중심 아니면 변두리. 그럴싸해 보이는 이분법적 논리에 큰 결함이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몇 달간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논증 하나. 프랑스에서 지역 불평등은 줄어드는 추세다. 믿기 힘들 수 있다. “대도시는 승자고 외곽과 농촌 지역은 패자”라며 “프랑스 균열”을 주장하는 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란조끼 운동이 도시 엘리트에 반하는 시골 소시민의 복수로 (과장돼서) 묘사돼온 터라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대도시 따라잡기
지역 균열은 깊어지지 않았거니와 되레 좁아졌다. 플로리앙 보네, 이폴리트 달비스, 오렐리 소튀라 등 세 연구원이 최근 보고서에서 이를 증명했다. 보고서 결론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2015년 데파르트망(행정구역) 사이 불평등이 10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로 아래 부분에서 불평등이 감소했다. 가난한 데파르트망이 부자 데파르트망의 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잡았다. 1948년 프랑스 평균 소득의 50%에 겨우 미치던 남부 로제르 주민(성인)의 소득이 2015년 83%까지 올랐다.
프랑스 통계청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추격’은 2015년 이후 지속됐다. 통계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이 가장 선명했던 2007~2017년 1인당 가처분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 레지옹(최고 행정구역)별로 살펴봤다. 일드프랑스(파리를 비롯한 수도권)가 8.4%로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반면 동부 르그랑테스트와 북부 노르망디에서는 가처분소득이 각각 12.6%와 13.8% 증가했다. 두 레지옹 모두 2008년 위기로 문 닫은 공장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국외 지역에서는 1인당 가처분소득이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었다. 마요트섬은 같은 기간 54.8%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론 국외 지역은 애초 출발점이 멀리 뒤처져 있었고, 일드프랑스를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다. 그럼에도 국외 지역 소득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과세를 통한 연대
두 연구에 한계도 있다. 대상 지역 단위가 커서 한 지역 내부 지자체의 형편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보르도와 밀바시 두 지자체 모두 서부 레지옹 누벨아키텐에 속한다. 하지만 하나는 부유한 대도시고 다른 하나는 가난한 시골이다. 최근 경제학자 로랑 다브지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프랑스 본토를 314개 경제활동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2000~2015년 소득을 계산했더니 지역 간 소득 불평등이 7% 줄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큰 행정구역으로 묶어 소득 격차 감소를 이야기해도 무리 없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지역 균열이 심화한 것 같은데 감소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인구, 기업 활동, 공공정책이 그것이다. 일부 정치인과 매체는 국가권력, 그 가운데서도 정부가 농촌과 도시 변두리를 외면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몇몇 외딴 마을에서는 학교와 공장이 문을 닫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티가 덜 날 뿐이지 대도시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그래도 환경이 열악한 지역은 당장 눈에 보이는 공공서비스 인프라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국가 지원을 많이 받았다. 세 가지 메커니즘 덕이다.
첫 번째 지렛대는 사회보험료, 소득세, 법인세처럼 나라가 거두는 징수금이다. 경제활동이 집중된 주요 도시는 거주 인구 대비 일자리가 많다. 또 도시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일자리가 있다. 도시에서는 시골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다. 사회보험재정상임위원회 연구보고서를 보면 파리 시민이 낸 사회연대세(세금·사회보험료)는 연평균 2만5550유로(약 3460만원)로 북동부 뫼즈(데파르트망) 주민이 낸 5695유로보다 훨씬 많다. 인구가 고령화된데다 경제활동망이 촘촘하지 않은 뫼즈와 달리 파리에는 기업과 고소득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세 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소득세가 지역 불평등 해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다. “소득세율이 가장 높았던 1989년” 지역 불평등 감소 폭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했다”. 강력한 누진세가 개인뿐 아니라 지역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 2020년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대통령궁에서 마요트 등 해외 영토 자치단체장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은 마요트 주민은 연평균 4395유로를 나라에서 지원받는다. REUTERS

지역 경제수지
나라에서 징수한 사회연대세 8230억유로(약 1115조원, 2019년 기준)는 국고에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금, 가족지원금, 실업보험,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험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된다. 두 번째 지렛대다. 첫 번째 지렛대와 마찬가지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낸다. 가난한 지역이 부유한 지역보다 더 많이 도움받는다.
나라에 낸 돈과 나라에서 받은 돈을 대변과 차변에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면 어느 지역이 흑자(낸 돈보다 받은 돈이 더 많은)이고 적자인지 알 수 있다. 경제학자 에리크 도르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적자’ 레지옹은 모두 세 곳이다. 일드프랑스(주민 1인당 연평균 부담액 6345유로)와 알자스(594유로), 론알프스(443유로)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흑자다. 마요트는 주민 1인당 연평균 4395유로, 리무쟁은 3599유로를 나라에서 지원받는다.
세 번째 지렛대는 시장경제에서 거래되지 않는 일자리다. 대부분 국가가 직접(공무원, 공공일자리) 혹은 간접(시민단체 지원)으로 지원하는 일자리다. 경제학자 로랑 다브지는 최근 내놓은 저서에서 프랑스가 정부 지원 일자리 덕에 2008년 금융위기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다브지는 바생드비(지리·사회·문화·경제 측면에서 생활권이 같은 지역. 2007년 통계청은 프랑스 국토를 모두 1916개 바생드비로 나눴다) 1640곳에서 2006~2016년 공공부문 일자리 300개를 ‘벌고’ 민간부문 일자리 3만1천 개와 거주민 5만7천 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근거로 “지역을 버린 건 국가가 아니다. 기업과 주민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프랑스 지역 정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어도 될까. 물론 그럴 수 없다. 인구와 일자리가 해안 지역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 더 크게는 남부로 몰려 지역 간 소득 격차를 확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제도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 나라 경제를 이끌던 북부와 북동부 지역이 현재 지역 소멸을 우려한다. 반면 북서부 셰르부르와 남동쪽 스위스 제네바를 잇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이남 지역은 성장 속도가 빠르다. 토지 개발에 집값이 들썩인다.
국가 유대 제도가 끈끈하게 이어진다면 지역 불균형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조화로운 프랑스 사회가 되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주민을 붙잡고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2022년 대선 후보에게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6월호(제413호)
Non, la France « périphérique » n’a pas été abandonnée
번역 최혜민 위원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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