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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낮았던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 뒤 값 2배 올라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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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유럽 탄소시장의 미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산업계 탈탄소를 재촉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규정을 강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 않다.

발레리 라라메 드 타넨베르
Valéry Laramée de Tannenberg
<주르날 당비론망> 편집장

   
▲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유럽에너지거래소(EEX) 건물. 2019년 배출권거래제 개정 이후 이 거래소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곱절 이상 올랐다. REUTERS

유럽 기후전략은 두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하나는 국가 차원의 정책, 다른 하나는 모든 회원국이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다. 배출권거래제는 유럽연합(EU) 내 중공업과 발전산업, (아주 작은) 일부 항공업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관리하는 제도다. 각 회원국은 해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정한 뒤 모두 1만569곳의 공장과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한다.
감축 의무 대상은 이때 할당받은 만큼만 이듬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할당량을 넘긴 기업은 배출권을 사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은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이렇게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 총량은 매년 줄어든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기업은 배출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 외주화
유럽 배출권거래제는 정교한데도 곧장 효용을 내지 못했다. 도입 초기 몇 년은 모든 정부가 배출허용총량을 넉넉하게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정부는 기업이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새 규제에 어디까지 맞출 수 있는지 기업만큼 잘 알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의 다른 정책도 배출권거래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발전업계는 ‘2008 에너지-기후 계획’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화석에너지를 덜 썼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 유럽 경제성장률이 연 4%로 떨어져 산업생산량, 달리 말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배출허용총량보다 실제 배출량이 더 빨리 감소했다. 2차 배출권거래제(2008~2012)가 끝난 시점에 여유 배출량은 17억t에 이르렀다. 지속해서 배출권 가격이 내려갔다. 2009~2018년 이산화탄소 1t의 배출 비용은 10유로도 안 됐다. 기업이 에너지원이나 생산과정을 바꾸는 데 치러야 할 최소 비용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게다가 기업은 2020년까지 국제 상쇄배출권(교토의정서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아닌 사업·활동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양에 해당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배출권)을 쓸 수 있었다. 제도는 성공적이었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해 배출권을 할당받는 것보다 상쇄배출권을 얻는 편이 비용이 덜 들었다. 2008~2012년 유럽 기업이 국제 상쇄배출권으로 얻은 배출량은 10억t이 넘었다. 공급과 수요 균형은 조금 더 무너졌다.
무료 할당제도 문제였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2013년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으려는 기업은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배출권 일부를 무료로 나눠줬다. 유럽연합 밖 산업체와 경쟁하는 147개 분야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장이 유럽연합에 없으면 배출권거래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탄소누출(Carbon Leakage·기업들이 오염 회피처를 찾아 온실가스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현상) 위험이 있는 산업 목록을 들여다보면 무료 할당제를 도입한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와인 생산, 소금 채취, 신발 또는 속옷 제조업계는 높은 탄소배출 비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유럽연합을 설득해왔다. 유럽회계감사원(ECA)에 따르면 2013~2020년 이들 산업체가 공짜로 얻은 할당량은 66억t이다. 배출허용총량의 43%다.
결국 (유럽 밖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여지가 적은) 발전업계만 배출권을 사고 있다. 그래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12~2019년 유럽연합 회원국이 배출권을 판매해서 번 이익은 420억유로(약 57조원)다. 2018년에만 140억유로를 벌었다.

배출권 가격 정상화
유럽 탄소시장이 지금보다 실효성 있게 돌아갈 순 없을까. 2019년 배출권거래제를 개정한 까닭이 여기 있다. 구조 문제로 생겼던 배출권 잉여분이 제도 개정 후 16% 줄었다. 여유 배출권을 모아두는 배출권비축제도(MSR) 역할이 컸다. 배출허용총량도 연 1.7%가 아닌 2.2%씩 줄이는 것으로 바꿨다. 배출권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장치도 더해졌다. 2019년 제도 개정으로 배출권 가격을 올리는 모든 재료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 1t당 40유로대다. 1년 전만 해도 17유로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집행위원장을 맡은 유럽연합은 이로써 탄소배출 주범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집행위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의 5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전 목표는 40%였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따르면 27개 회원국이 온실가스 55% 감축 정책안을 채택하면(아직 논의 중이다) 유럽 산업계의 탈탄소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다. 집행위는 배출권거래제 지침을 비롯해 관련 법령 20개를 재검토하고 있다. 새 정책안이 곧 완성될 예정이다. 여러 시나리오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산업을 전체 항공운송업, 해양운송업, (화물·여객)자동차운수업, 건축업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자동차운수업과 건축업을 추가 대상에 넣자고 제안했다. 반대 의견이 많다. ‘운송과 환경을 위한 유럽연맹’(TE)의 디안 스트로스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자동차운수업은 탈탄소화하기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유회사가 높은 탄소배출 비용을 휘발유와 경유 가격으로 회수하려고 할 텐데 그러면 사회적 반발이 클 수 있다. 유럽 소비자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뵈크(Beuc)의 디미트리 베르뉴도 말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 가운데 많은 이가 대체 교통수단이 없다. 저소득층 생계만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기존 배출권거래제 의무 참여 업체들 역시 강화된 기후정책에 입 다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집행위는 정책 효과 연구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배출허용총량을 2005년 대비 65% 줄일 것을 제안했다. 현재 목표는 43%다. 프랑스 기후운동단체인 에코악트의 에밀리 알베롤라 혁신부장은 “이를 위해 매년 할당량을 3.5%씩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무료 할당제 또한 마찬가지다. 2018년 개정으로 2021년부터 10년 동안 무료 할당비율이 서서히 낮아진다.
이들이 그나마 기대해볼 만한 것은 유럽연합의 최종 병기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다. 2023년 도입을 앞둔 이 제도는 (1차로 시멘트와 철강 분야) 수입 업체에 배출권거래제 의무 참여 기업이 부담하는 탄소배출 비용에 맞먹는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 2020년 3월 스페인 히혼에 있는 다국적 철강생산업체 아르셀로미탈 공장 입구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차량 운전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아르셀로미탈 등 대기업은 탄소국경세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REUTERS

관세장벽?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한 대기업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같은 탄소국경세를 보호무역 장치로 여겨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2021년 3월 유럽을 순방한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도입을 막기 위해 유럽을 설득하려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부의장 유바 소코나(말리)는 “아프리카 국가의 탈탄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젤리스 비탈리스 뉴질랜드 통상차관보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조지타운대 매슈 포터필드는 “그러려면 국내 세율보다 높지 않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의견을 물은 전문가 대부분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같은 ‘환경보호 예외 조치’가 관세장벽 논란에서 자유로우려면 무료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유럽연합 집행위 기후행동사무국의 메테 코피드 퀸이 2021년 3월23일 확인한 내용이다. 환경운동가 야니크 자도 역시 유럽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무료 할당제 폐지를 권고했다. 다만 “필요한 전환이 끝난 뒤”가 좋을 것이라고 봤다.
2022년 상반기 유럽이사회 의장국을 맡을 프랑스는 2021년 4월1일 세계무역기구에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 목적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개발도상국에도 공정한 전환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프랑스 재경부 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설명했다.
아직 유럽 탄소시장 미래에 관해 궁금한 점이 많다. 새로운 배출권거래제는 어떤 형태일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은 어떤 분야에 적용될지, 무료 할당제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폐지될지 등이 말이다. 배출권 경매 수익을 어디에 쓸 것인지와 같은 정치 문제도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지금처럼 쓰임을 정해놓길 원한다.
집행위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으로 낸 수익(1년에 약 40억~140억유로로 추정)을 유럽연합 예산에 포함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진 빚을 갚는 데 쓸 수도 있다. 논쟁이 뜨겁다. 배출권거래제가 마지막으로 개정됐을 때도 2년이나 승강이가 이어졌다. 이번엔 더할지도 모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6월호(제413호)
Quel avenir pour le marché européen du carbone?
번역 최혜민 위원

발레리 라라메 드 타넨베르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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