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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셰트와 숄츠에게 기회가 올까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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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새로운 독일- ② 경쟁자들

조피 가르베 Sophie Garbe
콘스탄틴 폰 하메르슈타인 Konstantin von Hammerstein
크리스토프 히크만 Christoph Hickmann
크리스티아네 호프만 Christiane Hoffmann
디르크 쿠르뷰바이트 Dirk Kurbjuweit 티모 레만 Timo Lehmann
요나스 샤이블레 Jonas Schaible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크리스티안 테프스 Christian Teevs
제베린 바일란트 Severin Weiland
<슈피겔> 기자

   
▲ 독일 여당인 기민기사연합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가 2021년 6월7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독일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REUTERS

지난 몇 달 동안 아르민 라셰트는 독일연방 총리직 수행에 필요한 두 가지 능력, 즉 끈기와 인내를 보여줬다.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DU) 당대표 선거에서 라셰트는 그보다 연설 능력이 더 뛰어난 프리드리히 메르츠, 그리고 지적으로 더 뛰어난 노르베르트 뢰트겐과 싸워 승리했다. 실패한 방송 출연과 오락가락하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일종의 슬픈 광대로 전락한 것도 견뎌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 독일 정치권에서 가장 노련하고 가차 없는 권력 투쟁자 마르쿠스 죄더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므로 라셰트가 국제 정계 무대의 노련한 정치인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어도 될 것이다.

1. 라셰트가 베르보크보다 앞선 부분은?
라셰트의 이력이 그를 대변한다. 라셰트는 (2017년부터) 약 4년 동안 독일연방공화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를 이끌고 있다. 이곳은 독일 유권자의 약 25%가 살고 독일연방 총리로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사회적 갈등 전선이 형성된 지역이다.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대도시와 소외된 시골 지역의 갈등, 부유한 라인란트 지역과 상대적으로 빈곤한 루르 지역의 갈등이 있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계와 함바허숲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에서 친환경주의적인 반기업 정서가 충돌하고 이민자 출신 주민 비율도 높다.
라셰트는 뒤셀도르프(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를 의미)에서 5년간 사회통합부 장관으로도 일했다. 그의 접근 방식은 항상 절제와 중도였다. 앙겔라 메르켈과 비슷하게 그는 되도록 아무도 배척하지 않고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하려 애쓴다. 그는 이끌기보다 중재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너무 크고 실존적인 문제인 기후문제는 급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아날레나 베르보크와 녹색당은 기후 의제에 대한 답변을 선거 기간에 요구할 것이다. 논쟁과 투쟁 없이 진행되지는 않을 듯하다. 과거 게하르트 슈뢰더 정부가 사회 개혁을 추진할 때 그러했던 것처럼, 개혁이 효과를 보이기 전에 최소한 일정 기간은 버림받은 사람들, 개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지만 라셰트는 아직 그 용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한 예외는 2015년 난민 사태 때 메르켈의 정책을 지지한 것이다. 당시 그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야당 대표였기에 잃을 것이 별로 없었다.
또한 라셰트가 개선하려 노력해야 할 부분은 국민에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메르켈도 이 요소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메르켈은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탄탄한 내실, 냉정한 외적 모습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2021년 1월 기민련 전당대회에서 라셰트는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입증했다. 그는 격정적으로 연설하는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총선에서 다시 한번 이를 해내야 한다. 베르보크와 비교할 때 라셰트의 장점은 국정 참여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변화의 상징은 녹색당 후보 베르보크다.

   
▲ 사회민주당의 최근 지지율은 15%로 녹색당과 기민기사연합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총리 후보 트리오 중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부 장관은 가장 많고 광범위한 정치 경험이 있지만 총리가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가 2021년 6월2일 <로이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REUTERS

2. 기민기사연합에 힘이 남아 있는가?
라셰트는 기민련, 기독교사회연합(기사련·CSU) 양당의 총리 후보다. 기사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라셰트가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기민련 내부에서도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핵심 지지층과 원내 교섭단체의 상당수가 기사련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를 더 선호한다. 라셰트는 사실 두 개의 정당이 아니라 반개의 정당을 뒤에 두고 있다.
기민련은 권력 쟁취라는 목표에 집중하는 고도로 훈련된 집단이었다. 이 정당은 끊임없이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분열되는 좌파 계열 정당과는 전혀 다른 ‘선거 기계’였다. 2021년 총선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녹색당은 시동을 거는 선거 기계처럼 보이지만 기민기사연합은 기계를 움직일 연료가 남아 있는지 의심스럽다. 베르보크는 정치적 전투 집단을, 라셰트는 자가구제모임(문제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개선을 도모하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기민련은 정책정당이 아니다. 당원들은 큰 방향성만으로도 만족했다. 16년간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대가 끝나가는 지금 이마저도 더는 확신할 수 없다. 기민련은 보수당인가? 오늘날 보수란 도대체 무엇인가? 보수의 가치는 무엇이고 정치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점유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여유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둘 다 없다.
수십 년간 독일 유권자는 기민기사연합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했다. 이마저도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 독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는 몇 달씩 매우 아마추어 같았다. 기민련 집행위원회에서 라셰트를 총리 후보로 지명할 때, 집행위원회는 당내 규정 문제로 갈팡질팡했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연출된 과정을 통해 베르보크를 무대 위로 올린 녹색당에 비해, 독일 최대 정당의 지도부는 극도로 신경질적인 한 무리의 학교 이사회 의원들처럼 보였다.
기민기사연합은 인물도 고갈된 상태다. 각 주정부에서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다니엘 귄터와 잘란트의 토비아스 한스 같은 젊은 총리가 지명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에선 기민기사연합의 이름 있는 대표 정치인들이 경력을 끝내려고 하거나 능력이 부족해 보이고 신뢰할 수 없어 보인다. 그나마 새 얼굴은 프리드리히 메르츠(65) 같은 인물이다. 메르켈이 그를 원내 대표직에서 해임하고 20년이 지난 뒤, 메르츠는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또는 제1선으로 돌아온 노베르트 뢰트겐도 있다. 하지만 라셰트는 그를 불신한다. 그렇다면 라셰트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파울 치미아크 사무총장,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기민련, 그리고 모든 일이 결국 어떻게든 된다는 그의 경험일 것이다. 단단한 성벽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 선거 기계’라는 독일의 국가정당 격인 기민기사연합은 어느 때보다 무기력하고 인물마저 고갈된 상태다. 기독교사회연합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가 2021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3. 라셰트 총리, 베르보크 부총리의 조합?
2020년 2월, 사진 한 장이 독일 전역을 뒤흔들었다. 베르보크와 라셰트가 연단 위에 같이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통례적인 연정 구성 가능성 추론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의 흑·녹 연정 혹은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만으로 부족할 경우 독일 자유민주당(자민당·FDP)의 황색이 더해진 일명 ‘자메이카 조합’, 즉 흑·녹·황 연정은 라셰트가 총리가 되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기민기사연합이 원내 최대 당이 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선 이를 장담할 수 없다.
라셰트는 젊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녹색당과 접촉했다. 또한 많은 부분, 예를 들어 이민정책 같은 분야에서 녹색당과 가까운 입장이다. 라셰트는 그가 속한 정당의 다수가 이민정책에 반대할 때 사회통합부 장관이었다. 그래서 ‘터키인 아르민’이라는 비꼬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라셰트는 녹색당이 좋아하는 정치인이다. 그 정도로는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 사이에 동맹을 맺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기민기사연합 내부에는 여전히 녹색당을 신뢰하지 못하고 기후보호를 비싼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과거의 적이던 녹색당과의 연합을 납득시키려면 명확한 선이 필요하다. 뒤셀도르프에서 라셰트는 이 선을 그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라셰트는 자유주의 정당인 자민당과 연정했지만, 주내무부 장관 헤르베르트 로일에게 법과 질서에 입각한 정책을 수행하도록 했다. 고전적인 방식이다. 함바허숲 벌목을 두고 벌어진 분쟁에서 라셰트는 산업계 편에 섰다. 베르보크와 녹색당은 연정 협상에서 평소의 친절한 라셰트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을 대면할 수도 있다.
기민기사연합과 사회민주당(사민당) 사이에선 단 한 번도 내용상 괄호, 즉 제한조건이 있었던 적이 없지만 녹색당과의 연정에서는 다를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신의 창조물 보존, 또는 그 세속적 버전은 양당에 깊이 뿌리박힌 큰 주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계는 지속해서 징징거리고 규정 하나하나, 제한값(조건) 하나하나를 정할 때마다 실랑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라셰트와 베르보크의 조합이 성공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유형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라셰트의 연설은 대부분 보고서 발표 같지만, 베르보크의 연설은 록콘서트 같다. 베르보크는 목소리가 크고 직설적이지만, 라셰트는 의미심장하고 노회하다. 두 사람은 경쟁하는 대신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연령 측면에서도 상하관계가 잘 작동할 수 있다. 40대 부총리와 그보다 20살 더 많은 총리. 반대였다면 훨씬 힘들 것이다.
다만 흑·녹 연정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공정성 정책이다. 이는 우선순위 때문이다. 작은 정당인 녹색당은 결정적인 기후정책 도입에 집중해야 한다. 기민기사연합은 기후정책에서 양보해야 한다. 대신 사회문제에선 녹색당의 의견을 거의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자민당이 연정 구성에 참여할 경우 이 경향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핵심 질문 중 하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팬데믹에 따른 대가를 누가 치러야 하는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청소(사회적 정리) 작업이 예정됐는데 분기점이 생길 것이다. 쟁점은 누구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다. 최상층인가 중간층인가, 아니면 아예 최하층인가.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 연정은 사회정책적으로 국가를 그 시대의 최신 상태로 만들었다. 2021년 흑·녹 연정에도 같은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기술과 기후 정책 분야다. 임무 크기는 다르다.

4. 숄츠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까?
올라프 숄츠를 진지한 총리 후보로 생각하려면 어느 정도 호의가 필요하다. 설문조사에서 사민당의 지지율은 15%로 녹색당과 기민기사연합에 크게 뒤처진다.
숄츠 스스로는 자기야말로 능력 면에서 진지하게 거론할 만한 유일한 총리 후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총리 후보 트리오 중 그는 가장 많고 광범위한 정치적 경험을 지녔고, 이 점에서 베르보크보다 훨씬 앞섰다. 숄츠는 함부르크 내무참사관, 연방노동부 장관, 함부르크 제1시장을 역임했으며 3년간 독일의 재무부 장관 겸 부총리였다. 그는 사민당에서 유소스(사민당의 젊은 사회주의자 연구회) 당직자, 사무총장, 원내 교섭단체 부대표, 임시 당대표로 일했다.
숄츠는 세부사항을 중시하고 엄청난 양의 서류를 처리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고 매우 지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즐긴다. 그의 경력에도 몇 개의 오점은 있다. 2017년 함부르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과격한 폭동이 발생했다. 당시 함부르크 제1시장이던 숄츠는 이를 대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와이어카드(핀테크 기업) 사건에서 밝혀진 금융감독원의 무능력에 대해서도 그는 재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의 선거운동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다. 베르보크는 이런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지금까지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숄츠의 가장 큰 문제는 오만함이다. 자신이 베르보크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문제는 젊은 여성인 베르보크를 비방하는 발언이 그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모순적이게도 두 사람은 포츠담에서 동일한 선거구를 두고 경쟁한다. 이 지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가장 흥미로운 선거구가 될 것이다. 연사로서 숄츠는 베르보크와 겨룰 수 없다. 연단에서 숄츠는 거만하고 고집이 센 것처럼 보인다. 그는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없지만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문제점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17호
Neues Deutschland
번역 황수경 위원

조피 가르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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