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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지도자-베르보크가 총리가 되려면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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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새로운 독일- ① 총리의 조건

2021년 9월 독일 총선을 끝으로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직을 내려놓고 은퇴한다. 무려 16년 동안 독일연방공화국을 이끌었던 ‘메르켈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포스트 메르켈’을 뽑는 이번 선거는 향후 독일 정치 구도를 새롭게 짤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시나리오가 점쳐지지만 통상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결이던 역대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은 사회민주당 대신 녹색당이 기독교민주연합의 주요 도전자로 등장할 것이다. 독일 현대 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상황이 예상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 또 다른 여성지도자가 서 있다. 바로 녹색당 총리 후보 아날레나 베르보크다. 내친김에 베르보크는 과연 메르켈에 뒤이어 총리직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_편집자

조피 가르베 Sophie Garbe
콘스탄틴 폰 하메르슈타인 Konstantin von Hammerstein
크리스토프 히크만 Christoph Hickmann
크리스티아네 호프만 Christiane Hoffmann
디르크 쿠르뷰바이트 Dirk Kurbjuweit 티모 레만 Timo Lehmann
요나스 샤이블레 Jonas Schaible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크리스티안 테프스 Christian Teevs
제베린 바일란트 Severin Weiland
<슈피겔> 기자

   
▲ 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 아날레나 베르보크는 하노버에서 태어나 함부르크대학에서 정치학과 공법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국제공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처음 원내에 입성해 2017년 재선했다. 베르보크(왼쪽)가 책 출간을 기념해 2021년 6월17일 베를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REUTERS

2021년 9월 독일 총선에서 대결이 펼쳐진다. 텔레비전(TV) 토론, 거리 펼침막, TV 프로그램에서 총선 대결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대결의 이름은 ‘2 대 1’이다. 두 남자 대 한 여자, 두 명의 60대 대 한 명의 40대, 두 명의 법률가 대 한 명의 국제법 전공 정치학자, 두 국정 전문가 대 정무 경험 없는 한 명의 국회의원, 두 국민 정당 대표 대 향후 국민 정당이 되고 싶은 당의 후보.

   
▲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동독 출신 총리이기도 한 앙겔라 메르켈이 마침내 2021년 9월 총선을 끝으로 16년간 재임한 독일 총리직을 사임한다. 유럽의 지도자이기도 한 메르켈이 2021년 6월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REUTERS

9월 총선, 새 독일 지도자 선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르민 라셰트(기독교민주연합·CDU)와 올라프 숄츠(사회민주당·SPD)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 최소한 녹색당 후보 아날레나 베르보크(40)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2 대 1의 대결임과 동시에 구세력 대 신세력의 대결이기도 하다. 문제는 구세력이 다시 한번 우세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신세력이 정권을 잡을 시기가 됐느냐는 것이다.
언뜻 신세력이 상당히 유리해 보인다. 독일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것을 뒤흔들어놓았고 많은 확신이 사라졌다. 구세력은 이 위기에서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9월이 되면 ‘충격받고 불안한 나라’가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때쯤이면 팬데믹은 어느 정도 진정될 수도 있지만 기후위기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고 이 또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또한 1949년 이래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자인 현 총리가 출마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현직 보너스가 없어지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의 시대가 끝나가고 분열된 여당을 남겼다. 독일의 숨겨진 국가정당(Staats·partei, 일당 독재국가 정당)이라 할 수 있는 기민기사연합의 총선 승리 가능성이 이토록 낮았던 적도 드물다.
새로운 상황이 많다. 그 중심에 아무도 지나칠 수 없는 한 여성이 서 있다. 다음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 없이는 연정 구성이 불가능할 것이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없는 정부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유권자가 그에게 부여할 역할이 총리인지 부총리인지만 남았다.
과연 ‘독일 총리 아날레나 베르보크’는 가능할까? 많은 사람에게 그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다. 녹색당이 베르보크를 총리 후보자로 선출해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 변화의 시대에 어울리는 지도자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베르보크는 시작부터 새로운 리더십을 약속했다.
그러나 녹색 공화국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베르보크는 먼저 라셰트와 숄츠를 이기고 선거라는 큰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2017년 총선 전에 사회민주당원 마르틴 슐츠는 빛나는 우상이었지만 선거에서 망신당하고 국회 뒷자리를 채우는 신세가 됐다. 앞으로 다가올 일보다 더 힘든 직업적 도전은 없을 것이다. 베르보크는 해낼 수 있을까? 경쟁자와 비교할 때 그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각 정당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연정 조합이 가능한가? 전망을 짚어본다.

   
▲ 녹색당 내에 아날레나 베르보크를 지지하는 그룹이 있다. 대표적인 이가 원내총무 브리타 하셀만(왼쪽 첫째)이다. 녹색당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하셀만이 녹색당 주요 정치인들과 함께 2017년 10월 기독교민주연합과의 연정 논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REUTERS

1. 베르보크가 할 수 있을까?
베르보크는 이미 정치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해냈다. 불과 8년 만에 초선 연방하원 의원에서 총리 후보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많은 사람을 추월했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이런 상승은 보통 정치권에서 말하는 ‘길가의 시체’, 즉 낙담한 패배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성일 경우 특히 나쁜 이야기가 돈다. 오랫동안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 내부에서 남성 경쟁자와 싸워 이겨온 메르켈에게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검은과부거미’의 이미지가 붙어다녔다. 베르보크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다. 이는 녹색당의 결속력과 베르보크의 성격을 말해준다. 그는 분명히 깨끗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필요한 권력 욕구를 가지고 있다. 베르보크에게 총리 후보 자리를 양보한 녹색당 공동대표 로베르트 하베크는 <차이트> 인터뷰에서 “총리로서 독일에 봉사하는 일보다 내가 더 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일단 반칙 없이 자기주장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방식에서 베르보크는 메르켈과 비슷하다. “베르보크는 항상 준비돼 있고 목표가 명확하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동시에 그는 어떤 의제가 상대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 이는 녹색당원이 한 말이 아니다. 전 기민기사연합 원내대표 폴커 카우더가 한 말이다. 이는 카우더가 오랫동안 모셨던 여성(앙겔라 메르켈)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베르보크는 연설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 때로는 스스로 열광에 빠져 실수하기도 한다. 총리 후보자로서 첫 연설에서 그는 차분하고 통제된 어조로 말했다. 베르보크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처럼 뻣뻣하고 불안정해 보였다. 안드레아 날레스(사회민주당 소속 전 노동사회부 장관)도 한동안 이를 시도했다. 조언자가 날레스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거칠다고 했기에 날레스는 목소리 교정 훈련을 했다. 그 뒤 한동안 날레스는 몸속에 말하는 로봇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베르보크는 계속 자기 모습대로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베르보크는 한 번도 통치한 적이 없다. 내부 행정도 모른다. 이는 베르보크와 하베크, 둘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느냐는 논쟁에서 베르보크를 반대하는 데 가장 강력한 논거였다. 라셰트, 숄츠와의 선거전에서도 이 소리를 많이 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논거가 정말 타당할까.
앞으로 몇 년간의 도전은 새롭고 근본적으로 달라 통치 경험이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다. 라셰트는 경찰에서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숄츠는 자면서도 국가 재정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까. 코로나19 대유행은 과거의 국정 경험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거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경험은 사람을 과거에 묶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새 비전은 정신적인 젊음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전을 구현하려 할 때는 상황이 달라지고 힘의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이때는 업무의 모든 술수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경험 측면에서 베르보크는 한 가지 장점과 충분히 리스크가 될 만한 단점 하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리스크는 그를 총리 후보 자리에서 밀어낼 정도로 크지 않다.

   
▲ 녹색당 내 우파 계열에 속하는 베르보크 앞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그중 하나가 녹색당 내 좌우파 단합이다. 좌파 계열인 녹색당 원내대표 안톤 호프라이터(오른쪽)의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REUTERS

2. 녹색당이 할 수 있을까? 
과거 녹색당은 분열된 정당으로 악명이 높았다. 지금은 최대한 통합하려 노력한다. 이 무조건적인 단결은 때때로 페티시즘처럼 보인다. 어쨌든 베르보크는 2013년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 위르겐 트리틴 같은 처지가 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시 트리틴은 녹색당 총리 후보자로서 당내 현실정치주의자에 대항해 광범위한 세금 인상을 포함한 좌파 정책을 관철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녹색당 내 현실정치주의자들은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베르보크에게 전가했다. 베르보크가 이끄는 녹색당에선 좌파도 없고 현실정치주의자도 없다. 오직 녹색당원만 존재할 뿐이다.
베르보크는 원내 교섭단체 안에 그와 교류하는 동료 집단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녹색당 원내 부대표 올리버 크리셔와 원내총무 브리타 하셀만이 포함됐다. 하셀만은 녹색당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베르보크는 원내 교섭단체 의장단의 카타리나 드뢰게와 아크니스츠카 브루거와도 친하다. 베르보크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2005년 이래 녹색당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의 집권 욕구는 크다. 예전에는 녹색당 당대회에서 왜 연정에 참여하려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이번에는 오히려 연정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해 변명해야 할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중요한 기후문제 때문이다. 많은 녹색당원이 오직 그들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녹색당 소속 국회의원 레나테 퀴나스트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다른 정당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확실히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누가 통치해야 하는가? 누가 내각 테이블에 앉는가? 베르보크와 하베크는 정해져 있다. 하베크는 얼마 전부터 재정 문제를 알아보았고 기후보호부에도 관심 있다. 분배할 권력이 생기는 즉시, 오랫동안 조용히 있었던 파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베크와 베르보크는 현실정치주의자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원내대표 안톤 호프라이터와 같은 좌파 계파에서 자리를 요구할 것이다. 계파에 상관없이 국방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은 그의 대리인 아크니스츠카 브루거도 장관 후보로 생각해볼 수 있다. 자리 분배는 베르보크에게 민감한 지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실수하면 녹색당의 단결은 금방 끝날 것이다.

3. 어떻게 해야 총리가 될 수 있을까?
계산상 현재 가능성이 가장 큰 연합은 기민기사연합과의 동맹이다. 이 경우 베르보크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처럼 녹색당이 기민기사연합보다 표를 더 많이 받는 경우에만 총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인류통계학적 편차가 이번 선거에서 다른 때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 여론은 빠르게 돌아선다. 겉으론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여도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기민기사연합이 이 동맹에 동참할 것인지다. 또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겪은 경험으로 볼 때, 녹색당이 이런 조합에서 (소수정당으로) 기존의 규모 작은 파트너 역할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다수당 노릇을 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녹색당은 현재 실제적인 국가정당이다.
다음 옵션은 사회민주당(사민당), 자유민주당(자민당)과 연합해 적·황·녹 연정, 이른바 ‘신호등 연정’을 하는 것이다. 이 연정에서 베르보크가 총리가 되려면 사민당보다 더 많이 득표하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벽이 낮아진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선 사민당이 이끄는 신호등 연정이 들어섰고 이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도 3월의 선거 뒤 많은 녹색당 당원이 신호등 연정을 원했다. 하지만 빈프리트 크레치만 주총리는 또다시 기민련을 선택했다.
신호등 연정의 핵심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까? 사회적 공정성은 아닐 것이다. 사민당과 자민당은 이 의제와 너무 떨어져 있다. 기후문제에서도 녹색당, 노동계와 가까운 사민당, 그리고 재계 친화적인 자민당의 정치인들 사이에 심각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제일 처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진보 연합이다. 그렇게 되면 연합의 핵심 프로젝트는 국가를 시대의 기술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리는 것, 특히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메르켈이 남긴 낙오를 만회해야 한다.
녹색당이 정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선하고 현대적인가? 녹색당에는 여전히 모든 기술혁신에 대해 리스크를 먼저 보고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회의론자가 많이 포진했다. 이는 자민당 대표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베르보크와 녹색당을 신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베르보크가 녹색당 총리 후보로 선출된 뒤, 린트너는 “베르보크와 ‘정치적 아이디어 교류’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녹색당에는 녹색당, 사민당, 좌파당(Linke)의 녹·적·적 연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기민기사연합이나 자민당보다 사민당, 좌파당과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녹색당 국회의원 스벤크리스티안 킨들러가 말했다.
그러나 많은 녹색당원이 좌파당을 의심하고 좌파당 원내 교섭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주의자가 너무 많고 민감한 결정을 내릴 때 이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녹·적·적 연정은 명확한 과반수 의회를 구성할 수 있을 때 생각해볼 만하다. 좌파당 원내대표 자라 바겐크네히트도 사회·환경·조세 정책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베르보크도 옹호한 군비 증강, 독일연방군의 군사작전 확대, 러시아와의 대립이 포함된 대외정책”이라고 덧붙였다.

ⓒ Der Supigel 2021년 제17호
Neues Deutschland
번역 황수경 위원

조피 가르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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