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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창업 열풍, 투자 쏟아져

기사승인 [137호]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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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중국 엔비디아의 꿈 ① 도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인기가 뜨겁다. 화려해지는 디지털게임은 물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채굴과 인공지능 기계학습 수요로 GPU 품귀 사태를 빚고 있다. 세계 GPU 업계의 양대 산맥은 엔비디아와 에이엠디(AMD)다. 이들의 과점체제에 대규모 내수시장과 투자금을 앞세운 중국의 신생 벤처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의 제재는 이들의 자생 노력을 부추기는 자극제다. 천시·지리·인화를 모두 갖췄다는 중국 GPU 업계의 엔비디아 따라잡기 움직임을 살펴본다. _편집자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제1의 GPGPU 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스타트업 톈수즈신의 홍보 화면. 톈수즈신은 2021년 3월 중국 최초로 7나노미터 공정 GPGPU 기술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톈수즈신 누리집

2021년 7월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 댜오스징 전 쯔광그룹(紫光集團) 사장이 상하이에 있는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톈수즈신(天數智芯)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신분으로 두 달 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싸우러 왔다”고 말했다.
2015년 말 설립된 톈수즈신은 2021년 3월 중국 최초로 7나노미터(nm) 공정 GPGPU(GPU의 범용 연산) 기술을 공개하면서 중국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에 진입했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전체의 약 60%를 범용 연산, 30%를 이미지 렌더링(합성)에 사용한다. 이와 달리 새롭게 개발한 GPGPU는 이미지 렌더링 부분을 떼어내고 전체가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앱) 처리에 집중한다.

잇따르는 도전자
지난 1년 동안 GPGPU는 가장 많은 투자금을 흡수한 분야였다. 비런테크(壁仞科技), 메타엑스(沐曦集成電路), 무어스레드(摩爾線程)가 잇달아 자금조달을 완료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9년 9월 설립된 비런테크가 선봉에 섰다. 장원 전 센스타임(商湯科技) 사장이 화웨이에서 GPU개발팀을 조직한 훙저우 등 베테랑 기술자들을 영입해 만든 회사다. 2년 만에 40여 개 투자기관으로부터 47억위안(약 8318억5천만원)을 투자받았고, 기업가치 100억위안(약 1조7800억원)을 넘겼다. 힐하우스캐피털과 월든인터내셔널, 중국핑안그룹(中國平安集團), 차이나머천트캐피털, 베르텔스만 아시아투자, 궈성그룹(國盛集團) 국유기업개혁발전주식투자기금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런테크보다 1년 늦게 설립된 메타엑스의 창업자 천웨이량, 양젠 등은 미국 반도체기업 AMD 출신이다. 매트릭스파트너스차이나, 라이트스피드차이나파트너스, 세쿼이아차이나, 전거펀드(真格基金), 레노버캐피털 인큐베이터그룹의 투자를 받았다. 가장 늦게 업계에 진입한 무어스레드는 주요 구성원이 엔비디아 출신이다. 설립 100일 만에 수십억위안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선전시 창신투자그룹과 세쿼이아차이나, 차이나머천트캐피털, 바이트댄스(字節跳動), 포니에이아이(小馬智行), 5Y캐피털(五源資本)이 투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 없이 계획만 설명하고 투자받는 ‘PPT 자금조달’을 했다는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면서 어느 기업도 테이프아웃(반도체 설계업체가 파운드리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기 위해 칩의 설계와 검증을 끝내는 것) 단계의 반도체칩을 내놓지 못했다. 세계 GPU 시장은 2006년 AMD가 캐나다 GPU 제조사 ATI를 인수한 이후 과점 구도가 형성됐다. 그런데 이들 스타트업이 어떤 스토리를 들려주었기에 투자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까?

천·지·인의 조화
투자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중국이 GPU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를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먼저 하늘의 때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미국이 중싱통신(ZTE),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제재를 시작했다. 현재는 시각인지 기술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의 기술 기업, 특히 국유기업은 미국산 반도체 공급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 해마다 수천억위안을 쏟아붓는 정보기술(IT) 혁신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번에는 땅의 이로움을 따져보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데이터와 응용제품 시장을 갖고 있지만 ‘연산능력’이라는 고지는 여전히 미국이 장악했다. 자동차산업에서 석유와 도로는 충분하지만 엔진을 만들지 못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반드시 이 분야의 장벽을 돌파해야 한다.
사람의 화합을 보면, 지난 20년 동안 GPU 분야에서 중국인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 최대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AMD의 수장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많은 인재가 미국의 반중국 정책에 영향받거나 창업 기회에 이끌려 중국으로 돌아왔다. 외국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GPU처럼 중요한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천시와 지리, 인화가 모두 필요하다.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왕광시 레노버그룹 부사장 겸 레노버캐피털 인큐베이팅그룹 파트너에 따르면, GPU를 개발하려면 우선 로직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 아키텍처 개발자, 검증과 최적화를 담당하는 인력,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모든 단계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또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 설계와 제조, 제품 출시, 상업적 양산까지 과정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른 분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투자 자본은 종합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에게 쏠린다.
레노버그룹 산하 투자기관인 레노버캐피털 인큐베이터그룹은 메타엑스와 무어스레드에 투자했다. 왕광시 부사장은 레노버가 2017년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기업 캠브리콘의 시리즈A 자금조달에 참여했을 때 캠브리콘은 1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첫 고객사로 화웨이를 확보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의 열기와 거품으로 자본 투자 속도가 제품과 기술 개발을 앞서가고 있다. 이것이 GPU 업계의 속도다. 오로지 투자하느냐 마느냐만 결정할 수 있다.”

   
▲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참석한 세계 최대 GPU 제조사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REUTERS

질주하는 엔비디아
물론 ‘중국의 엔비디아’를 찾는다면 상당한 투자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황런쉰)은 인공지능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는 CUDA(쿠다·GPU에서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산업 표준 언어로 작성하도록 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GPU를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인공지능 앱을 처리하는 표준 사양으로 만들어 시장의 90% 이상 장악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5년간 25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은 4500억달러(약 510조원)로 반도체업계에서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TSMC(台積電) 다음으로 많다.
중국공정원 원사인 왕언둥 인스퍼(랑차오그룹·浪潮集團) 사장은 앞으로 딥러닝의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GPU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가속칩의 연산능력이 같은 수준의 CPU를 능가했다. 2025년이 되면 가속칩이 제공하는 연산능력이 전체의 80% 이상 차지할 것이다.”
반도체 국산화의 동풍이 불긴 했지만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를 대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 30년 동안 GPU 분야에 수백억달러를 한 제품에만 투자했다.” 2021년 6월2일 엔비디아 미국 본사에서 진행한 비대면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규모가 커지고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것 외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세계에 수억 개의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고 학교, 은행, 공항 등 다양한 장소에서 GPU가 각종 인공지능 앱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시장이 크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여러 경쟁사가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선두에 선 비런테크
비런테크는 설립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하이 민항구에 회사 이름이 새겨진 건물을 갖고 있다. 창업자인 장원 회장이 비런테크의 핵심 인물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유학했고 변호사로서 사모펀드를 경영한 경험이 있는 그는 법률과 자본시장에 밝다.
중국 반도체기업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창업자 장루징이 2009년 SMIC를 떠나 상하이에서 창업한 여러 LED 기업 가운데 하나인 잉루이광전(映瑞光電)이 2011년 귀국한 그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2013년 장원은 투자 업계로 전향해 상하이임항그룹과 함께 딩위헝루이지분투자펀드(鼎域恆瑞股權投資基金)를 조성했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서 산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과학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2018년 인공지능의 흐름을 간파하고 ‘인공지능 분야 네 마리 용’으로 불린 기업의 하나인 센스타임의 사장으로 취임해 정부와의 관계 조율을 도왔다.
센스타임은 2019년 투자 유치 때부터 ‘반도체 스토리’를 제시했다. 그해 9월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통신>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쉬리 센스타임 최고경영자는 “2년 동안 투자해 인공지능 훈련용 반도체칩을 개발했다”며 “엔비디아 제품이 제공하지 못하는 공백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한 달 뒤 센스타임은 아이플라이텍(科大訊飛), 메그비(曠視科技) 등 중국의 다른 인공지능 기업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발표한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됐다. 외부에서 이 반도체칩의 소식을 더 이상 듣지 못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는 제조와 패키징을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했기 때문에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된 중국 기업에 계속 제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 2019년 여름 비런테크 창업자 장원 회장이 푸젠성 우이산 천유봉의 거대한 암벽 앞에서 찍은 사진. 암벽에 적힌 벽입만인(壁立萬仞)이라는 글자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비런테크 누리집

최고의 케미
2019년 여름, 장원은 자신의 반도체기업을 준비했다. 그는 중국 푸젠성 우이산에서 천유봉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암벽을 봤다. 이 암벽에는 ‘壁立萬仞’(벽입만인·우뚝 솟은 절벽이 매우 많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회사 이름을 ‘비런’(壁仞)으로 지었다. 암석처럼 단단한 회사가 되라는 소망을 담았다.
비런테크의 투자자에 따르면 장원이 처음 자금조달에 나설 때는 순조롭지 않았다. 그때까지 중국에서 GPU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또 장원은 기술 분야 출신이 아니어서 투자자들도 신중히 접근했다. 장원은 하버드대학 후배를 찾아가 수십 명의 명단을 받았고 여러 단계의 소개를 거쳐 한 명씩 영입했다.
비런테크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최고아키텍트 훙저우는 엔비디아와 화웨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16년부터 화웨이 미국 연구소에서 GPU 연구개발팀을 구성하도록 도왔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책임자 자오궈팡은 퀄컴에서 근무하다 훙저우와 같은 해 화웨이에 입사했다. 화웨이 미국지사의 GPU 기술 최고과학책임자(CSO)였다. 2019년 5월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하자 화웨이는 연구개발 중심을 미국 이외 지역으로 옮겨야 했다. 이 바람에 많은 미국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그해 8월 말 꿈을 이루지 못한 훙저우는 중국 상하이로 돌아왔고 제2회 세계인공지능회의에서 장원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장링란은 AMD와 삼성에서 근무했다. 현재 비런테크의 테이프아웃, 테스트, 패키징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를 책임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삼성, 알리바바에서 근무했던 쉬링제는 알리바바의 GPU 보유량이 3년 사이 100배 가까이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지금은 비런테크의 제품 정의와 시장 개발을 담당한다. 이들 4명은 장원과 함께 비런테크 최초의 핵심 경영진을 구성했다.
“이들의 과거 경력은 반도체의 아키텍처 설계부터 테이프아웃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그 사이에 낀 나사 하나가 아니다.” 싱야오펑 BAI투자 투자담당자는 “구성원의 완전성이 투자를 결정한 중요한 요인이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GPU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다.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엔지니어 분위기가 짙다.”
쉬링제 비런테크 사장은 “창업자의 배경이 회사 문화와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비런테크는 100번째 직원을 채용할 때까지 헤드헌터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오직 인맥으로 추천에 의존했다.”

ⓒ 財新週刊 2021년 제29호
“中國英偉達”夢想
번역 유인영 위원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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