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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동유럽 새 행선지로 부상

기사승인 [138호]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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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사치가 된 해외여행 ③ 틈새 찾는 저비용 관광산업

안체 블린다 Antje Blinda 디나 데크슈타인 Dinah Deckstein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슈피겔> 기자

   
▲ 휴가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저렴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값싼 여행지인 동유럽으로 떠나고 있다. 불가리아의 골든샌즈에 있는 한 리조트의 실내 수영장 모습. REUTERS

서유럽에서 대규모 관광산업을 하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마요르카, 요레트데마르, 베니도름은 이 나라의 대표 저비용 단체관광지다. 그 뿌리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정권에 있다. 1960년대, 프랑코는 고립된 자신의 나라를 수익성 있는 휴양지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수십 년 동안 수천 개의 호텔 밀집지와 아파트 블록을 건설했다.
태양, 해변, 상그리아(와인에 여러 과일과 탄산수, 얼음, 설탕 등을 넣어 차게 마시는 음료)…. 사업 수익 모델은 단순하고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덮인 해안, 파괴된 환경, 부족한 물 등은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했다. 이제 스페인은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아니, 최소한 많은 것을 바꾸려 한다. 마리아 레예스 마로토 관광청 장관은 전화 통화에서 “관광객 증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1인당 평균 지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수보다 질을 늘리려는 스페인
스페인의 관광객 1인당 하루 수입은 101유로(약 13만8천원)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보다 훨씬 낮다. 마로토 장관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어떻게 하면 관광산업의 질을 높일지 많이 고민했다”며 호텔 등급을 높이는 것과 함께 가격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부유한 고객이 오기를 기대한다. 스페인 정부가 이전의 수익모델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아니다. 다만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기는 데만 집중하는 관광은 더는 환영하지 않는다. “파티와 음악은 우리 문화의 일부다. 하지만 술에 취할 목적으로만 스페인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고 마로토 장관은 강조했다.
많은 독일인에게 가장 쓰라린 일은 마요르카마저 저비용 관광객에게 질렸다는 것이다. 현재 마요르카에 새로 건설되는 호텔은 대부분 고급 호텔이다. 여행사 알투어스(Alltours)의 윌리 베로우벤 최고경영자는 최근 마요르카에서 파티 관광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여행사 경영자, 스페인 관광청 장관, 암스테르담과 베네치아의 시정부. 아마도 그들이 옳을 것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돈벌이만이 아니다. 관광산업이 대형화를 벗어나 더 작아진다면 국가, 시민, 환경, 기후, 심지어 관광객까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항공편이 싸고 할 일이 없어 포르투갈 리스본이나 영국 런던으로 가는 주말여행 같은, ‘생각 없는 여행’의 종말은 어쨌든 환영할 일이다. 1년에 한 번 가는 마요르카 휴가 여행은 많은 사람에게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달력 속에 정해진 일정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
소득에 따라 여행의 목적지와 형태가 달라지리라고 예상된다. 이는 휴가의 양극화로 가는 길이다. 저비용 관광산업도 틈새시장을 찾을 것이다. 위즈에어 최고경영자인 요제프 바러디는 “저렴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지아나 알바니아와 같은 새로운 휴가지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면 불가리아의 골든샌즈(Golden Sands)로 가게 될 수도 있다.
불가리아 흑해 연안의 3500m 길이의 이 해변은 프랑스 니스, 모나코와 동일한 위도상에 있다. 그 외의 공통점은 없다. 골든샌즈 한쪽에는 에어바운스(공기주입형) 캐슬, 워터슬라이드(물미끄럼틀), 발의 각질을 뜯어먹는 닥터피시 체험장이 있다. 마치 망한 놀이공원 같은 분위기다. 윗옷을 벗은 은퇴자와 조랑말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랑말 주인은 관광객 자녀에게 조랑말을 쓰다듬게 하고 팁을 받으려 한다. 다른 한쪽은 클럽과 벼룩시장이 합쳐진 듯한 모습이다. 가짜 축구클럽 유니폼, 옛 동독 기념품과 장난감 총이 보인다. 치킨케밥은 24시간 판매한다. 골든샌즈는 저렴한 비용으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장소다. 대부분의 술집에서 맥주 한 잔에 2유로를 받고, 독일어가 통한다. 독일인들은 미각적 실험을 즐기지 않기에 독일식 구운 소시지인 브라트부르스트가 이곳에 수입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라스타트에 사는 조니아 망글러(34)도 휴가를 떠났다. 그가 방문한 곳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아렌스부르크다. 망글러는 2021년 6월 말 이곳에서 어린 아들, 동거인과 함께 2주간 휴가를 보냈다. 세 사람은 숙박시설이 아닌 단독주택에 머물렀다. 집주인은 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망글러는 집을 빌리는 데 돈을 내지 않았다. 대신 머무는 동안 집주인의 토끼를 돌봐주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도움과 휴가 교환’(Urlaub gegen Hand) 그룹에서 발견한 제안이었다. 망글러는 이 정도 여행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로 일하는 그에게 이 이상은 무리였다. 그는 사실 사회학자들이 ‘사회 중간층’이라 부르는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휴가 기간에는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아이가 생긴 뒤로는 국내 소풍
망글러가 마지막으로 갔던 패키지 여행은 2015년 그란카나리아 여행이었다. 당시 그는 일주일 여행에 600유로(약 82만원)를 냈다. 그때는 아이도 없었고, 전일 근무를 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24시간 일한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은 일할 수 없다”고 망글러는 말했다. “만일 내 생활수준이 더 높다면 아마 (단독주택이 아닌) 호텔로 갔을 것이다. 거기서는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청소도 해주기 때문이다.”
열심히 저축하면 어쩌면 마요르카 여행도 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망글러는 “휴가 여행을 갔다온 뒤, 냉장고나 자동차가 고장이 났는데 새로 살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휴가 중 망글러의 아들이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아들 생일에 그의 가족은 독일 북부에 있는 세렝게티 동물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입장료는 한 사람당 37.50유로였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큰돈”이라고 망글러는 말했다. 이번 시즌에 한 가족당 아이 한 명을 무료로 입장시켜주지 않았다면, 망글러 가족은 아마 이 당일치기 여행을 부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29호
Luxus Urlaub
번역 황수경 위원

안체 블린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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