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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난 필수노동 외주화 여전

기사승인 [138호]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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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 ③ 처우 개선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5월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민간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REUTERS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온몸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경제는 제대로 된 처우와 임금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4월13일 연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격앙했다. 감염병 대유행 파도가 세 차례 지나간 지금은 어떨까. 공공·민간 부문 보건의료 노동자의 처우 개선 사업인 ‘보건의 세귀르’의 결과로 순수 월급(세금 등을 공제한 급여)이 180유로(약 25만원) 인상된다.

노동시장 양극화
‘최전선’을 지키는 보건의료 노동자 바로 뒤, ‘제2방역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운 노동자들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일자리노동연구소(CEET)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민간부문에서만 460만 명이 “국민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됐다. 운전 노동자 74만 명, 환경미화 노동자 65만 명, 마트 계산원 55만 명이 대표적이다. “공공부문에선 교사와 군·경찰이 감염병 노출 위험이 컸다”고 자료를 공동집필한 토마 아모세가 말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국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이들 필수노동자는 2020년 거리로 나와 처우 개선을 외쳤다. 그로 얻은 성과는 1천유로(약 138만원) 상당의 상여금이 전부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노동자에게 상여금을 주면 정부가 세액을 공제해줬다. 파리-낭테르대학 라쉘 실베라 부교수는 “1차 국민 이동제한령 때 일한 시간에 비례해 상여금이 책정됐다”며 “시간제 일자리가 많은 재가돌봄 노동자는 1천유로를 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는 병가를 낼 수밖에 없어 받은 금액이 더 적었다.”
이들이 하는 일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주려면 상여금을 포함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학자 브뤼노 팔리에는 그보다 더 넓게 보면 몇십 년 전부터 필수노동 가치를 떨어뜨린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팔리에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노동시장 양극화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는 일이 많은 중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양극단에선 고숙련·고임금 일자리와 저숙련·저임금 일자리가 생겨난다.”
유럽 어느 나라든 일자리 양극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정책으로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프랑스는 실업 대책으로 저임금 일자리에 대해 사회보장세를 공제해주고 있다. 사용자의 고용비용 부담을 덜어주려고 만든 이 제도는 임금을 낮게 ‘눌러 찍는’ 부작용을 낳았다. 공제해줄 사회보장세로 저임금 노동자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다. 브뤼노는 “공공서비스 예산에 보태는 방안도 있다”고 말한다.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인정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여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돌봄노동은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베라 교수는 “운전·건설현장 노동같이 남성이 다수인 일도 있다. 하지만 여성이 다수인 직종의 임금은 모두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별 단체협약을 개선해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 생겨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그런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역량을 인정해주는 급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토마 아모세는 제안한다. 재가돌봄 노동자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정부가 재가돌봄 분야의 단체 사용자에게 단체협약을 손볼 수 있도록 허락했다. 2021년 10월부터 시민단체나 협회 등 단체 사용자와 일하는 재가돌봄 노동자의 임금이 13~15% 오를 예정이다. 이들은 프랑스 전체 재가돌봄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잘못된 선택
필수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제로 직접고용도 있다. 이비스호텔 파리 바티뇰 지점의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22개월에 걸친 투쟁 끝에 임금이 인상되고 지위가 변경됐다. 하지만 애초 파업 노동자들이 요구한 대로 아코르호텔 그룹에 직접고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브뤼노 팔리에는 “과거 오랫동안 청소·조리·숙직 노동자는 대형 기업 소속 임금노동자”로 “다른 모든 직원과 동일한 임금제와 사회보장제를 누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회사는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부터 인력을 사서 썼다.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였다.
릴대학 경제학과 프랑수아자비에 드베테르 교수는 “실제로 계산하면 외주화한 시급이 더 비싸다”고 말한다. 중간에 돈이 나가는데다 노무관리 등에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외주화의 비용 절감 효과는 사실상 노동시간을 압축하거나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짜내어 이룬 결과다.
브뤼노 팔리에는 프랑스 사회가 “고학력·고소득자로 이루어진 상층계급”과 “이 계급에 돌봄, 청소 같은 노무를 제공하는 하층계급”으로 양분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드베테르 교수는 파리1대학 쥘리 발랑탱 부교수와 공동 집필한 책에서 “청소노동에 찍힌 낙인은 아직 그대로”라며 “이는 청소노동을 더 큰 차원의 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소노동자가 청결을 유지하는 장소는 우리가 일하고 병원에 가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필수노동자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결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9월호(제415호)
Premiers de corvée: vers une reconnaissance durable?
번역 최혜민 위원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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