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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약속인가 희대의 사기인가

기사승인 [139호]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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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에어택시 산업 논란- ① 현황

독일의 몇몇 스타트업이 도심 하늘을 나는 미래의 운송수단인 전기 수직이착륙기 ‘에어택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에어택시에 대한 전망은 비관과 낙관을 오가며 여러 의구심을 낳는다. 에어택시는 언제 상용화가 가능할까?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독일에 새로운 항공시장을 열 수 있을까? 만약 제대로 날지 못하거나 상용화가 안 되면 이 사업에 투자된 수십억유로는 어떻게 되는가?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독일 회사 릴리움이 개발 중인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에어택시 ‘릴리움젯’의 모습. 쥐가오리 모양의 이 수직이착륙 비행기는 최대 6명까지 탈 수 있다. 아직은 시제품 모델이다. 릴리움 누리집

독일 뮌헨 남서쪽에 있는 한 회색 공장 건물. 내부에 항공기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모델이다. 제작자들은 이 항공기에 ‘릴리움젯’(Lilium Je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밝은 조명이 항공기를 비추는 이곳은 한때 도르니어(Dornier·유명 전투기)를 만들던 공장이다. 바닥까지 닿은 긴 커튼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커튼을 젖히는 순간, 독일 항공기의 미래가 보인다. 독일 하늘에 이 항공기가 나는 모습을 곧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오리 모양의 특수 항공기
릴리움젯은 쥐가오리 모양을 본떠 디자인했다. 우아한 곡선의 본체가 마치 미래형 스포츠카 같다. 비싸고 날렵해 보인다. 실내 공간도 넉넉해 최대 6명까지 탈 수 있다. 좌석은 다리를 뻗을 수 있는데다 고급 가죽에 회색 패브릭 쿠션이 장착돼 편안한 탑승감을 준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위한 조명등에, 언제든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무선 기기도 설치됐다. 항공기는 쾌적한 여행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결정적 결함이 하나 있다. 아직 날지 못한다.
이 항공기를 만든 회사가 릴리움이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네 사람이 설립했는데, 그중 두 명이 다니엘 비간트와 파트리크 나텐이다. 이들이 현재 선보일 수 있는 모델은 단 한 대뿐이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언젠가 이뤄질 그들의 꿈이자, 꿈에 대한 약속이다. 소형 프로펠러 드라이브 36개를 장착한 최대 무게 3t의 이 수직이착륙기는 3~4년 뒤 도시철도나 소형 버스처럼 전세계에서 사람들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실어 나를 것이다. 차이는 오직 하나다. 이 운송이 지상 3㎞ 하늘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는 이 한 대의 시제품 모델로 회의론자들을 침묵시켜야 한다.
항공기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최종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빠져 있다. 필수 비상구는? 역시 없다. 그러면 무선충전기는? 유감스럽게도 최종 모델에는 없을 것이다. “비행 중에는 휴대전화가 (충전기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릴리움 최고경영자 비간트(36)는 이 수직 항공기에 대한 의심을 치워버리는 데 능숙하다. 그는 “초기에 물론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위대한 모빌리티 혁명’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단점이 무슨 대수이겠냐고 반문한다.
릴리움은 새로운 유형의 비행기인 에어택시를 개발하는 전세계 수백 개 스타트업과 항공회사 중 한 곳이다. 이들 항공기 회사는 새로운 방식의 운송을 약속한다. 대형 드론을 이용한 출퇴근이다. 공항에서 도심 사무실까지 이 드론으로 이동한다. 과연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예약한 고속철도 이체에(ICE)가 갑자기 운행을 취소하면 에어택시로 갈아탈 수도 있다. 수년 전 창업자 몇 명이 시작한 미친 꿈이었고, 디지털부 장관 도로테 베어가 대중 앞에 설 때마다 으레 내놓았던 ‘러닝 개그’(Running Gag·반복해서 사용하는 농담)가 지금은 수십억달러를 투자받은 거대한 도박으로 발전했다.
릴리움의 최대 라이벌 회사인 미국의 아처(Archer)와 조비(Joby)는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릴리움은 얼마 전에야 주식 및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했다. 에어택시 개발사들은 매달 새로운 투자 유치 내용을 발표한다. 기독교민주연합(CDU)은 마치 이를 예견한 듯 2021년 9월 총선에서 에어택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홍보하며 “비행의 긍정적 측면과 항공운송의 혁신력을 부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어택시에 대한 독일의 열광은 이해할 만하다. 수년 동안 독일은 새로운 모빌리티 개발에서 중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에 뒤졌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없었고, 제2의 ‘테슬라 모멘트’(Tesla-Moment)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당도 없었다. 만일 몇 년 뒤 정말 도심 상공에 에어택시가 날게 된다면 이는 순전히 독일의 기계공학 기술력 덕분일 것이다. “자금을 넉넉하게 조달받은 몇몇 독일 회사가 동시에 글로벌 선두 그룹에 올라설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토마스 야르촘베크 독일 정부 항공우주 조정관은 말했다. 그는 독일연방 경제부의 신생기업 담당자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베르크 등지의 지방정부도 수년 전부터 새 서비스 제공업체에 수백만유로의 지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릴리움과 경쟁 기업들을 향한 환호와 업계의 낙관적 미래에 대한 말들은 여전히 가정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런 사실은 감출 수 없다. 기술과 사업모델은 다른 문제다. 누가 공중을 나는 택시를 이용할 것인가? 부자인가, 통근하는 사람인가? 사업가인가, 관광객인가? 에어택시는 어떤 교통수단을 대체할 것인가? 이는 (하늘의) 우버 택시인가, 도시철도인가? 어떤 업체에서 최종적으로 사업 허가를 받을 것인가? 만일 꿈이 허공으로 사라지면 이 사업에 투자된 수십억유로는 어떻게 되는가? (릴리움과 경쟁 기업 등은) 지속해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했다. 다니엘 비간트는 아예 이 물음에 대한 답변 꾸러미를 준비해놓았다. 이 꾸러미에는 비판에 맞서는 새로운 전략도 포함됐다. 릴리움은 새 기기와 구동장치, 센서 등을 개발하면서 거창한 것 같지만 실은 부실한 문구로 홍보했다. 의구심이 쏟아지자 모욕을 받았다는 듯한 태도로 반박했다.
그런데 2020년 2월, 당시엔 5인승이던 릴리움 시제품 두 대 중 한 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배터리를 장착할 때 배터리 모듈 하우징(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부품) 안에 금속 조각이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 전체에 불이 붙었다. 당시 비간트는 마치 세상을 떠난 연인을 대하듯 말했다. “우리는 그를 잃어버렸다. 잔해는 거의 없었다.”
화재사고 이후 회사의 안전기준이 바뀌었다. 창업자들도 더 겸손해졌다. 신형 7인승 모델의 수석엔지니어이던 비간트는 자기 임무를 수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자발적으로 직책을 포기했다.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스타일’은 어차피 오래전에 포기했다. 릴리움은 (2021년 초) 경영진에 톰 엔더스(전 에어버스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그를 앞세워 견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릴리움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을 잠재울 수 없었다.
‘희망의 전달자인가? 사기꾼인가?’ 2020년 초 항공 분야 전문매체 <에어로쿠리어>(Aerokurier)는 릴리움을 보도하면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 논란의 핵심은 릴리움의 수직이착륙기에 설치된, 제트엔진 기능을 하는 36대의 ‘도관 팬’(Ducted fan)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 장치로는 릴리움이 주장하는 이동거리와 효율을 절대 달성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 세계 최초의 전기 수직이착륙기 ‘에어택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독일 회사 릴리움의 연구진이 시제품 모델을 옆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릴리움 누리집

성능 여전히 의구심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릴리움의 사업모델은 단거리 비행이 아니다. 대도시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비행이다. 따라서 에어택시는 잘못된 개념이다. 그래서 비간트는 ‘항공버스’ 혹은 ‘항공셔틀’이라는 이름을 더 선호한다. 이 모델은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고 동시에 더 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정교하고 회전이 가능한 엔진이 필요하다. 항공기는 수직이륙 뒤 전통적인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하고, 착륙을 위해 다시 수직하강 모드로 넘어가야 한다. 이는 각 비행의 시작과 종료 단계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게끔 한다.
독일 함부르크공과대학의 폴커 골니크 교수(항공운송시스템)는 “릴리움의 성능은 아직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비행 중량을 위한 충분한 추진력을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륙하는 항공버스의 소음 레벨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항공기 날개인) 임펠러 블레이드가 너무 빠르게 회전하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Der Spiegel 제31호
Unter den Wolken
번역 황수경 위원

안톤 라이너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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