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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벌이며 소득재분배

기사승인 [139호]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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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기로에 선 중국 경제- ④ 선부론에서 공동부유로

게오르크 파리온 Georg Fahrion <슈피겔> 기자

   
▲ 현재 중국 사회를 지배하는 화두는 ‘공동부유’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1년 초부터 각종 연설에서 공동부유라는 정책 기조를 최소 65회 언급했다. 2021년 10월9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은 2020년 중국 내 절대빈곤을 극복했다고 자체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연평균 1인당 소득 3만2천위안(약 590만원)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물가가 비싼 대도시에서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에 부족하다. 턱없이 낮은 소득은 사회적 폭발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명목상 공산주의국가에서 이데올로기 문제로도 직결된다.

시진핑 2021년부터 ‘공동부유’ 65회 언급
중국에서 능력 있는 자들이 먼저 부유해져야 한다는 선부론은 어느새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의미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슬로건으로 대체됐다. 공동부유는 중국 정치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특히 현시점에서 중국 사회를 지배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1년 초부터 각종 연설에서 공동부유라는 정책 기조를 최소 65회 언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1년 1월 “공동부유는 단순히 경제적 사안이 아닌, 공산당 지배의 근본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사안”이라며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생기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21년 8월17일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의 개념과 목표를 상세히 제시했다. <신화통신>은 공동부유에 대해 “단순히 평등하기만 하거나 일부 소수만 번영하도록 하는 대신,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중산층 규모를 늘리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며 과도한 수입을 개선하고 불법적 수입은 금지해 사회적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공동부유를 위해 소득재분배 증대와 조세제도 개혁은 필수적이다. 중국정법대학교의 쉬정원 교수는 2022년 소득세가 대폭 인하돼 중산층이 특히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유층이 부담할 부동산 보유세는 2021년 말 전에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누구나 부담 가능한 임대료도 중국인들에게 큰 화두다. 최대 반년치 월세를 보통 선금으로 내야 하는 베이징과 선전에서 임대인이 한 번에 최대 한 달치 월세만 요구할 수 있다는 걸 뼈대로 하는 계획안이 발표됐다.
공산당의 이러한 사고 전환은 권력욕과 이데올로기적 확신을 토대로 한다. 이는 부정부패한 고위 관료들과의 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필 중국 동부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시 당서기 저우장융이 공동부유 실현을 위한 중국 당국의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국 정치 엘리트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8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저우장융 서기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저우장융은 항저우시의 일인자이자 이른바 ‘지강신군’(之江新軍)의 일원이다. 지강신군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저장 출신 관료 세력을 일컫는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시 주석 측근의 옷을 가차 없이 벗긴 것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부패와의 전쟁에 진심이라는 것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그로부터 이틀 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항저우 기업들과 2만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고위 관계자들 간의 ‘이해 충돌’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부패 캠페인이 항저우에서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 중국 당국은 2021년 7월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최상의 전제조건을 갖춘 저장성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개발된 곳 중 하나로,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에 혁신적인 민간기업들이 집결돼 있다. 민간기업들은 해당 지역 공산당의 보호 아래 탄탄대로를 걸어올 수 있었다.
중국 한 일간지는 저우장융 당서기가 받는 혐의를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냈다. 한 사모펀드가 저우장융 당서기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약 40만유로(약 5억5천만원)를 투자했다. 이 사모펀드는 항저우에 본사가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계열사였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중국의 핀테크 업계가 더는 마음대로 사업할 수 없다는 수많은 신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국 핀테크 업계는 오랫동안 당국의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있었다. 핀테크 업계는 빠른 성장을 위해 규정을 피해가는 동시에, 자체 규정을 만들어 독점적 제국을 세웠고 천문학적인 자산을 쌓았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20년 10월 중앙은행장, 규제 당국 관계자, 금융 전문 정치인이 모인 ‘상하이 금융서밋’ 연설이었다. 마윈 회장은 이 연설에서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금융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시장 통제는 반혁신적이며, 중국 금융업계는 “전당포식 사고”를 가졌다고도 했다. 마윈 회장은 공산당을 향해 대놓고 자신이 금융을 더 잘 이해한다고 표명한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모욕에 가만있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뒤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했던 앤트그룹의 상장을 전격 취소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독점적 권력을 제한하는 법안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봄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위안(약 3조3천억원)이라는 사상 최고 벌금을 매겼다. 이후 앤트그룹은 사업을 재정비해야 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9월13일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분할해 별도의 대출사업 앱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2021년 6월30일 미국 뉴욕에서 상장한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상황은 그나마 조금 낫다. 디디추싱은 사용자 개인정보와 카드정보가 미국 규제 당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의 반대를 돌파했다. 그래도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은 것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디디추싱을 상대로 수사 개시를 발표했다. 디디추싱 앱은 결국 중국의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 디디추싱 주가는 이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고, 일일 이용자 수는 30%가량 급감했다.

   
▲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상하이 금융서밋’에서 “금융 당국이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연설을 한 뒤 중국 공산당의 표적이 되었다. EPA

중국 당국, 닥치는 대로 일제 단속
지금까지 나열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마윈 회장의 2020년 10월 상하이 금융서밋 연설 뒤 중국 정부는 수많은 디지털 대기업에 법적으로 강력한 조처를 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일제 단속”에 나섰다고 표현했다. 중국 정부의 일련의 조처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골드만삭스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7월 디디추싱 주식 1천억달러를 손절매했다.
항셍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왕단에 따르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려는 인공지능·반도체·배터리 등의 부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는 향후 수출이 가능한 미래기술일 뿐만 아니라, 하이테크 업계 연봉이 정보기술(IT) 업계보다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인터넷 부문은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는데, 이는 상당한 금융 리스크를 내포하며 소비자와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타오바오닷컴과 티몰(Tmall)을 소유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결제시장을 지배하는 결제시스템이다. 앤트그룹이 처리하는 결제를 토대로 고객의 신용도가 결정된다. 그동안 앤트그룹은 10억 명이 넘는 알리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금융정보를 얻은 뒤 다양한 대출상품을 출시해왔다. 특히 신용정보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 14% 넘는 높은 이율로 대출을 시행해 금융 당국의 우려를 샀다. 지금까지 앤트그룹을 비롯한 빅테크기업이 신용평가회사와 이용자의 개인정보 공유를 꺼린 이유다.
디디추싱은 글로벌 경쟁업체 우버와 마찬가지로 설립 이후 줄곧 법적으로 회색지대에서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왔다. 디디추싱은 시장 진입 뒤에도 지역별 규정을 모두 준수하지 않았으며, 필수적인 승인도 모두 받지 않았다. 디디추싱의 수상쩍은 개인정보 수집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를 비롯한 수많은 IT 대기업은 이른바 ‘9-9-6’으로 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9-9-6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음식배달 라이더 등 프리랜서 고용 규정 강화를 발표한 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주가는 거의 30% 급락했다.
중국 공산당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데는 다양한 동기가 있다. 여하튼 IT 대기업들은 공산당의 뜻을 순순히 따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징둥닷컴(JD.com), 핀둬둬, 바이트댄스 등 IT 업계의 총수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디지털 대기업들은 ‘공동부유’ 실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핀둬둬는 13억유로가량을 기부하기로 발표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보다 무려 10배 많은 130억유로 기부를 각각 약속했다. IT 대기업들이 마치 앞다퉈 면죄부를 사들이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정책의 중심에 놓으면서 동시에 이데올로기가 강화됐고, 이는 문화와 일상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기치를 치켜들면 인민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전에는 개인 차원이던 성향과 관습이 점점 정치의 한복판으로 옮겨진다.
명성을 얻기 전의 논객 리광만은 “우리는 자본주의 파벌에서 인민으로의 복귀, 혁명 정신과 영웅심, 정의로 회귀한다”고 자신의 웨이신 글에서 예언했다. 리광만은 “자본집단과 연예계를 막론하고 썩은 나무를 도려내듯 쉬운 부분부터 깊은 뼈를 긁어 상처를 없애는 것까지, 집 안을 청소하고 공기를 맑게 만들어 중국의 사회주체들이 몸과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방송총국(NRTA)이 새로 발표한 지시사항에 따르면, 방송국은 “올바르지 못한 정치 견해”를 가진 예술가들을 방송에서 퇴출해야 한다. “여성화된 남성이나 여타 기형적 미학”은 방송에 더는 발을 붙일 수 없어야 하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리얼리티 탤런트쇼는 금지됐다. 중국 당국이 2021년 8월 분명히 밝힌 것처럼 이러한 ‘시간 낭비’는 분명하게 금지됐다. 이후 18살 미만 청소년은 주당 최대 3시간만 온라인게임을 할 수 있다.

   
▲ 2021년 6월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00회 공산당 창당 기념일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에 대한 공격, 계속될까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생활수준을 평준화한 것은 ‘레드뉴딜’의 결과일 수 있다. 홍콩 컨설팅업체 로듐그룹(Rhodium Group)의 중국 연구책임자인 로건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과거 중국에서 보았던 것처럼, 모든 것이 생산요소로서 자본에 대한 적극적 공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는 “중국이 요란하게 시작한 캠페인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조용히 접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덧붙였다.
저우정은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중국 정부의 사교육 철폐에 참여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언제 사교육을 받아도 되는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 영어강사 지인에게 주말에 비밀과외를 부탁해뒀다.

ⓒ Der Spiegel 2021년 제39호
Chinas zweite Konterrevolution
번역 김태영 위원

게오르크 파리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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