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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화에 “인민 권력 복귀”

기사승인 [139호]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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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기로에 선 중국 경제- ③ 새 노선 ‘레드뉴딜’

중국 당국은 국가 통제 강화 대신 사회적 안정 강화를 원하는가? 중국 공산당의 자본주의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 해결책으로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주의적 정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게오르크 파리온 Georg Fahrion <슈피겔> 기자

   
▲ 중국 선전에 있는 헝다그룹 본사가 빨간 신호등 뒤로 보인다. REUTERS

중국에서 2021년 단연 장안의 화제가 된 이는 국수주의 논객 리광만(62)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인물이었다. 2012년 정간된 관영 매체 <화중전력보>(華中電力報)의 편집인이던 그는 퇴직 후 웨이신(중국판 카카오스토리, 위챗)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광만이 웨이신에 쓴 글로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2021년 8월 말 그는 “중국에서 기념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문화대혁명 2.0’을 주장한 글로 폭발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8월29일 중국의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내로라하는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인터넷판에 일제히 리광만이 발표한 글을 실었다. 그렇게 인터넷의 깊은 바다에 조용히 가라앉아 묻힐 뻔했던 리광만의 개인 웨이신 글이 하룻밤 사이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개입 없이는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렇게 단일대오를 형성해 움직이기란 불가능하다.

폭발적 주목 받은 무명 논객의 글
리광만은 중국 공산당이 중국 인민에게 전달하려던 바를 정확히 표현하고, 정곡을 찔렀던 것일까? 리광만은 “경제·금융·문화·정치 분야가 심각한 혁명을 겪고 있다”며 그것은 “자본주의 파벌”에서 “인민으로의 권력 복귀”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쉽게 말해,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이 확대·증폭한 리광만의 논평은 경제 엘리트들 사이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정부가 신흥 부자로 부상한 기업인들을 겨냥해 날린 최근의 경고는 공산당과 백만장자들의 공생을 결국 거부한다는 뜻인가? 한편,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민간경제 발전 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리광만의 ‘혁명’ 언급은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새롭게 방향을 정립하고 그것도 ‘좌클릭’을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보수적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중국 정치·경제 소식을 전하는) 저명한 뉴스레터 <시노시즘>(Sinocism)의 저자 빌 비숍은 이를 ‘붉은 시작’이라고 이름 붙였다. 온라인 매거진 <섭차이나닷컴>(SupChina.com)의 제러미 골드콘 편집장은 이런 움직임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1930년대 뉴딜에 빗대 ‘레드뉴딜’(Red New Dea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레드뉴딜은 이데올로기에 흠뻑 젖은 이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1년여 전부터 중국 재계는 매일 일상에서 정부의 새로운 노선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신만만한 디지털 대기업과 그 총수들, 탈세를 일삼고 청소년들의 탈선을 유도하는 유명 TV 스타들을 향해 강공 드라이브를 펴고 있다. 이제 중국 정부 정책의 중심은 중국 경제의 주역인 기업인들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교육비에 고통받는 서민들이다. 2021년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화려하게 자축하던 절대권력 중국 공산당은 이 모든 것 위에 우뚝 서 있다.

   
▲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는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서울의 한 은행 직원이 주가 변동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높은 임대료·교육비에 서민들 고통
이 와중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닥쳤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주거비가 계속 오르기 때문만이 아니라, 금융시장 리스크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는 “집은 살기 위한 곳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정부 당국은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건설과 부동산거래 규정을 강화했다. 가장 최근의 부동산정책은 2021년 8월 단행됐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일련의 강화 조처가 하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을 불러온 듯하다. 부채만 3천억달러(약 356조원)가 넘는 헝다그룹은 파산의 고비에 서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충격을 흡수하리라고 내다보면서도, 일반 가구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경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향후 어떤 계획을 추진하는가에 달렸다. 2022년 가을이면 5년마다 열리는 제20차 당대회가 개최된다. 시진핑 주석은 기존 전통을 깨고 3연임을 확보하려 한다. 그때까지는 대안 권력을 자처하는 세력을 틀어막고, 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며, 국가주석의 합법성을 새로이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시 주석이 스스로를 중국에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실현한 주역으로 포장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저우정(39)은 중국 베이징의 둥청구에서 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베이커리에 도착했다. <슈피겔> 취재진과 만나기 위해 저우정이 직접 선택한 장소다. 두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라는 저우정은 헬스 손목시계 2개를 착용하고 있다. 두 자녀는 둥청구에서 제일 좋은 학교 중 하나에 다닌다. 딸과 아들이 좋은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내의 직장 덕택이다. 아내가 일하는 병원이 학교 근처에 있는데, 병원 의료진 자녀는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해당 학군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 부자들은 학교에 30만위안(약 5500만원) 정도를 기부해도 된다. 부자에게 기부금 30만위안이 무슨 대수겠는가?”
수많은 중국 가정에 우수한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교육은 거의 항상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의미한다. 저우정 부부는 비록 학비 부담은 없지만, 수입의 약 25%를 자녀 교육에 지출하고 있다. 10살 아들과 7살 딸은 영어, 피아노 등 음악 과외를 받고 있다. 이외에 아들은 프로그래밍을, 딸은 무용을 배우고 있다. 독일인에게는 과도한 열정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적어도 중국에선 누구나 받는 평범한 사교육에 불과하다. “중국에는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이 있다”고 저우정은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적 압박감을 줄이고자 최근 극단적인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중국 정치의 새로운 지표가 됐다. 최근까지 중국에서 사교육 분야는 대기업들이 연간 1천억유로(약 138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1천만 명이 종사하는 전도유망한 산업이었다. 이런 좋은 시절도 2021년 7월로 끝났다.
2021년 7월, 중국 정부는 사교육 산업을 수익지향체제에서 비영리체제로 전환했다. 사교육 업체들은 수익을 남겨서도 안 되고, 주식시장에 상장해도 안 된다. 주말 사교육을 금지했고, 6살 미만 유아 사교육도 금지했다. 상장된 사교육업체들의 주가 급락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투자자에게는 불편한 상황이지만, 사교육 부담에 짓눌려 있던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꼭 불편한 상황만은 아니었다.
둥청을 비롯한 베이징의 여러 지역에서는 2021년 8월부터 교사들의 순환근무제가 시작됐다. 한 학교에서 6년 이상 근무한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다. 우수 학교에만 최고의 교사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은 인기가 많은 학군의 값비싼 주택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
강력한 사교육 규제 조처는 중국 정부의 이해와 국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비용으로 적잖은 중국인이 자녀를 한 명만 낳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제 중국인이 자녀를 두 명 이상 갖기를 바란다.
중국 공산당은 한 자녀 정책을 몇 년 전에 공식 폐기했다. 하지만 피부로 느낄 만한 정책 변경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10년마다 실시하는 2021년 5월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0.53% 늘어났다. 내부자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인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도록 숫자를 교묘하게 조작했다고 한다. 인구센서스 발표 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중국 공산당은 자녀를 최대 3명까지 허용했다.
이 조처는 중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기보다는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중국 경제가 역동성을 유지할 수 없으며 사회복지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머지않아 다가올 퇴직 쇼크에 대처할 수 없다는, 중국 인민을 향한 호소에 가깝다. 인구구조 문제는 중국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두 자녀를 둔 저우정 부부는 중국 평균 자녀 수를 상회한다. “실은 셋째까지 갖고 싶다”고 저우정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정적 이유로 아내를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가 우리를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다면,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셋째 자녀 낳기 결정을 내리기 훨씬 쉬울 것이다.” 저우정은 다둥이 가족이 휴가지의 숙소에서 패밀리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인하도 원한다고 밝혔다.
저우정의 소박한 바람은 2021년 중국인 사이에 점점 더 큰 호응을 받고 있다. 1970년대 말 근대 자본주의에 중국을 개방했던 위대한 개혁가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기본 원칙인 ‘선부론’(先富論)은 오랫동안 중국을 지배했다. 선부론은 “능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돼라. 그리고 낙오된 사람을 도우라”는 중국판 낙수효과이론(Trickle-down Theory)이다. 선부론은 대기업의 성장을 장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쳐 총체적으로 경기가 부흥한다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이론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접근법 덕분에 수많은 중국 기업인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중국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졌다.

   
▲ ‘헝다’발 위기의 중국 경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향후 어떤 계획을 추진하는가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2021년 9월15일 중국 뤄양에서 헝다그룹이 건설 중인 건물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선부론으로 양극화 심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1년 전세계 억만장자 2755명 가운데 중국 출신은 698명이다. 전세계 억만장자 4명 중 1명 정도가 중국인인 셈이다. 2020년 한 해에만 억만장자 대열에 중국인 210명이 새로 합류했다. 중국의 상위 1% 부유층은 하위 50%의 총재산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공식 통계치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분배 불균형은 미국만큼이나 심각하다. 하지만 비공식 통계치에 따르면 중국의 불균형은 ‘최대의 라이벌’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중국과 비교하면 독일은 훨씬 평등한 사회다.

ⓒ Der Spiegel 2021년 제39호
Chinas zweite Konterrevolution
번역 김태영 위원

게오르크 파리온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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