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수익 독점’ 비판 일자 국내 유발효과 부풀려

기사승인 [141호] 2022.01.01  

공유
default_news_ad1

- [CULTURE & BIZ]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경제효과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2021년 9월29일 온라인으로 열린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행사에서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부사장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언론에는 관련 기사가 넘쳐났다.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 1위라는 영광스러운 기록과 함께 시리즈에 나온 게임을 즐기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런 콘텐츠가 나오면 경제가치를 추정하는 기사도 이어지곤 한다. 보통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는 수출액을 집계하고 그 액수를 근거로 관련 소비재 판매효과, 관광효과 등을 추정해왔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에 판매하는 형태여서 이런 식으로 경제효과를 산출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9부작인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편당 28억원씩, 모두 약 254억원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작사는 넷플릭스에 판권 등 지식재산권(IP)을 모두 넘기는 계약을 한 탓에 제작비만큼만 수익을 거뒀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유입된 돈은 254억원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금액을 전체 수출액으로 보기 어렵고, 수출액이 확정되지 않으니 파급효과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언론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미국 왕서방이 벌었다’며 아쉬워했고, 학자들도 어찌 추정해야 할지 난관에 빠졌다.
난관에 해답이라도 주듯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021년 10월16일 넷플릭스가 직접 추정한 <오징어 게임>의 경제가치가 8억9110만달러, 한화로 1조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개별 작품의 성과를 평가할 때 쓰는 지표인 ‘임팩트 밸류’로 산출한 수치라는, 넷플릭스 내부 문건 분석 결과였다. 제작비 2140만달러의 42배에 이르는 가치다.

경제가치 1조원+α
안타깝게도 넷플릭스는 임팩트 밸류를 어떤 방식으로 집계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건에는 <오징어 게임>을 공개한 지 23일을 넘어서는 시점에 이 작품을 2분 이상 시청한 사람이 1억3200만 명이며, 시청자 가운데 66%는 첫 공개 뒤 23일 안에 9회까지 모두 ‘정주행’을 마쳤다는 내용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아마 넷플릭스는 시청자 수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봤는지, 해당 콘텐츠로 신규 가입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가치를 산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출시 이후 한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넷플릭스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가 녹록지 않던 넷플릭스를 벌떡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가 과장된 것은 아닌 셈이다.
단순하게 넷플릭스가 발표한 <오징어 게임>의 경제가치(8억9910만달러)를 추정 당시 시청자 수(1억3200만 명)로 나누면 시청 1인당 평균 가치가 6.8달러(약 8천원)다. 넷플릭스의 월정액이 8.99~17.99달러라는 점에 비춰 제법 타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치는 넷플릭스 개별 회사의 것으로, 우리가 기대하던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아니다. 이 숫자가 크다는 느낌이 강하면 국내 여론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국내 경제효과를 넷플릭스가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통신사업자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터라 국내 여론이 불리하게 조성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때를 대비라도 한 것처럼 2021년 9월29일 열린 국내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콘텐츠 투자효과를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의 포획자가 아니라 생태계 성장을 위한 동반자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코리아의 사회경제적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2016~2020년 한국 콘텐츠 시장에 7700억원을 투자해 5조6천억원의 경제파급 효과와 1만6천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2020년만 보면 경제파급 효과 2조3천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 5800명이라고 덧붙였다.

   
▲ 2021년 11월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이 넷플릭스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복 계산
콘텐츠 경제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 수치를 어떻게 추정했을까 궁금했다. 다행히 넷플릭스는 경제효과 산정 방법론도 공개했다. 국내 유명 D컨설팅사가 작성한 자료였다. 경제효과 추정은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나뉘었다. 직접효과는 넷플릭스가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콘텐츠 투자와 배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제작사, 통신업자, 셋톱박스 사업자에게 유발된 효과였다.
간접효과는 국내와 국외로 나눠 산출했다. 국내 효과는 넷플릭스를 본 국내 시청자가 영상물과 관련된 원작 웹툰·책·OST(배경음악) 등 연계 콘텐츠를 구매하는 효과, 음식·화장품·패션 같은 소비재를 구매하는 효과 등으로 추정했다. 국외 효과도 이와 비슷하게 연계 콘텐츠와 한국 음식·화장품 등 소비재를 구매하는 효과,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관광 효과로 추정했다.
직간접효과를 국내외로 나눈 구성 방식은 잘 짜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서 세부 사항이 기대만큼 잘 추산되지 않는 때가 많다. 산출 내용을 살펴보니 역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를 중복 계산한 부분이었다.
이렇게 경제효과를 추정할 때 콘텐츠 제작액과 관련 소비재 매출액 등이 산출되면 그 금액에 생산유발계수를 곱해 생산유발효과를 더해준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사람들이 밥을 사 먹고 차를 타고 숙박도 해서 생긴 주변 산업의 유발효과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보면 생산유발액은 부가가치유발액과 수입유발액의 합이다. 국내에서 상품을 생산했을 때 우리 국민의 부가가치가 늘어나지만 수입이 유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같은 콘텐츠의 생산유발계수가 2.0 정도라면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 정도다. 100억원짜리 영화를 제작하면 주변 산업에서 200억원의 생산이 유발되는데, 그 가운데 국내 부가가치유발액이 80억원이라는 의미다. 나머지 120억원은 수입유발액이다.
그래서 특정 투자의 경제효과를 이야기할 때는 생산유발효과 1천억원, 그 안에 부가가치유발효과 700억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때로는 각각의 효과를 구분하기 위해 생산유발효과 1천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700억원이라는 식으로 병기한다. 하지만 두 유발효과를 합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생산유발효과 + 부가가치유발효과’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면서 두 효과를 더했다. 이렇게 하면 대략 30% 이상 효과가 부풀려진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5년 매출액이 포함된 것도 문제로 보였다. 이 부분은 좀 모호하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을 국내 경제효과로 볼 수 있는가다. 넷플릭스코리아는 국내에서 2019년 1858억원, 2020년 415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공개되지 않은 2016~2018년 매출액을 제외하더라도 경제효과 5조6천억원 가운데 6천억원 이상은 국내 구독 수입이다. 이 수치는 국내 경제효과로 보기 어렵다. 이 매출액이 대부분 국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30% 이상 부풀리기
이런 오류를 제하고 나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경제효과는 대략 3조5천억원이 된다. 넷플릭스 발표 금액에서 국내 매출액 6천억원, 중복 계산된 부가가치유발효과 30%를 뺀 액수다. 물론 7700억원을 투자해 3조5천억원의 가치를 생산한 것만으로도 투자효과는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산업은 생산유발계수나 국내 부가가치유발계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여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도 이바지했다. 이제까지 어느 외국 기업도 한국 콘텐츠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굳이 왜 이런 오류를 범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를 중복하는 실수는 기본 검수만 받았어도 바로 걸러졌을 것이다. 검수가 부실해 오류를 놓쳤다면 다소 무능했다는 이야기고, 숫자를 부풀리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상도에 어긋난다. 경제효과를 추정한 컨설팅사로 책임을 돌릴 가능성이 큰데, 그 또한 올바른 대응은 아닐 것 같다.
아마도 넷플릭스 투자 활동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거 한국 연구에서도 이런 경향이 보이곤 했다. 콘텐츠산업의 수익성이 너무 낮고 성공하는 기업도 드문 상황에서 산업의 가치를 힘주어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산업은 이제 그런 수준을 벗어났다. 2020년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약 108억달러로, 총수출액 5125억달러의 2%를 넘어섰다. 몇 년 전만 해도 1%가 되지 않았다. 해마다 8~9%씩 증가한 결과다. 한국 수출 품목 가운데 15번째인 가전의 수출액을 넘어선 지도 몇 해 된다. 이 정도라면 외부 경제효과를 굳이 산출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제 외부 경제효과라는 장식품을 벗어던지고 산업 자체의 수익성만 이야기해도 충분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월호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