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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고 더 싼 택배 우리가 치르는 비용은?

기사승인 [141호]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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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배달경제 시대- ① 대가

이것은 기적이다. 수상한 기적. 소파에 앉아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면 근사한 요리, 아이들 옷, 베스트셀러 소설, 꽃 심은 화분, 최신 스마트폰까지 주문할 수 있다. 거의 빛의 속도로 배송된다. 심지어 무료로! 배달경제가 국민 이동제한령이 떨어진 뒤로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암울한 면은 보이지 않게 가려버린다.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한 물품을 문 앞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택배상자를 택배기사가 반도 차지 않은 화물차에 실어 우리 집까지 전속력으로 달린 덕택이다. 그 상자는 (디지털 거대 기업이) 비행기를 띄우고 화물차에 태워 도착지 근처 물류창고로 가져다놓은 것이고.
따뜻한 식사를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는 것도 싼값에 위험천만한 배달 경주를 하는 배달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은? 배달노동자 처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는 변해야 한다. 가끔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직접 장을 보러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온라인시장과 배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프랑스 사회와 경제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물류 혁신 이면에 숨겨진 비용을 살펴보자.


마티외 쥐블랭 Matthieu Jubl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2월 프랑스 니스에서 음식배달업체 저스트잇 배달노동자가 자전거를 타고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REUTERS

산타는 없다고 누가 그랬는가! 흰 수염에 빨간 망토를 걸치지 않았을 뿐, 썰매 대신 화물차에 선물을 실어 나르는 2021년형 산타가 있다. 배달노동자다. 루돌프 없는 산타는 쉬지 않고 도심 구석구석을 누빈다. 스쿠터, 오토바이, 자전거를 타고 점심이든 저녁이든 배달앱으로 주문한 모든 물건을 갖다주는 배달노동자도 있다.
현대식 산타를 비롯해 물류망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새 임무가 주어졌다. ‘배송 시간과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속도주의 배달경제’가 공짜의 탈을 쓰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 플랫폼의 착취 구조, 환경발자국이다. 무료배송, 퀵배송의 진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알아보자.

세계 소매업의 20%
2020년 들어 배달서비스가 급성장했다. 그와 맞물려 디지털상거래도 폭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디지털상거래가 전체 소매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6%에서 2020년 20%로 늘었다. 중국, 한국, 영국에선 이미 상품의 25%가 디지털 공간에서 사고팔린다.
프랑스에서도 그 비중이 2019년 9.8%에서 2020년 13.1%로 늘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다른 모든 상거래가 위축됐는데, 디지털 판매액은 1년 만에 8.5% 올랐다. 배달서비스는 이제 표준이 됐다. 아마존을 선두로 한 디지털유통업계 거인의 덩치는 계속 커진다. 아마존이 프랑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25% 가까이 된다.
디지털 시장의 성장은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사회학자 제이크 윌슨이 ‘물류 혁명’이라고 부른 세계화의 영향이 커졌다. 프랑스 사회학자 라즈미그 쾨셰양은 책 <인위적 필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에서 물류 혁명을 “1980년대 초 시작된 상품의 운송, 유통, 저장, 포장, 냉장의 중요성 확대”라고 정의한다. ‘프랑스 스트라테지’(프랑스 총리 자문기구)는 2021년 3월 발표한 보고서 ‘전자상거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전자상거래와 물류산업은 함께 성장한다. 우편업과 창고업의 매출 추이가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 프랑스 북부 두에시 부근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배달차량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존이 프랑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REUTERS

물류센터와 토지개발
프랑스 우체국의 택배서비스 콜리시모(Colissimo)가 2020년 처리한 택배는 4억7천만 개다. 2019년에 견줘 30% 증가했다. 우체국은 2021년 3월 파리 남동부 센에마른 지역의 몽트로쉬르르자르에 2만4천m² 규모의 새 택배분류센터를 열었다. 벌써 다섯 번째 센터다. 그곳과 멀지 않은 투르낭앙브리에는 2019년 가구유통업체 콩포라마(Conforama)가 세운 프랑스에서 가장 큰 물류센터가 있다. 면적이 17만7500m²로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물류센터 증가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테지 보고서는 “물류센터가 차지하는 대지 면적은 2015년 130만m²에서 2019년 240만m²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류센터 규모만으론 디지털 상거래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어렵다. “물류센터에 온라인 판매용 상품과 오프라인 판매용 상품이 뒤섞여 있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에 있는 물류센터의 전체 면적 7500만m²에서 디지털 유통업체가 쓰는 면적은 700~1천만m²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디지털 유통업체의 물류센터가 토지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까. “디지털 판매용 새 물류센터를 지으려고 해마다 농지나 자연림 등 적어도 토지의 1%를 개발한다. 그에 따라 개발 지역이 받는 충격이 크다. 특히 대규모 물류센터가 들어설 때 파급력은 더하다.”(프랑스 스트라테지 보고서)
환경운동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물류센터 건설 규제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2021년 7월 제정된 ‘기후법’은 상업시설을 지을 때 자연 상태 토지를 1만m² 이상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상업시설 건설 계획의 80%가 그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게다가 물류센터는 개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애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택배상자가 많이 몰리는 도시도 변하고 있다. 귀스타브 에펠대학 도시모빌리티교통연구소의 레티샤 다블랑은 말했다. “주로 도시 외곽에 물류센터를 짓는다. 그런데 배송 기한이 점차 짧아지면서 도심에 새로운 부동산시장이 형성됐다. 택배 보관 창고뿐 아니라 택배상자를 대형 화물차에서 소형 화물차로 옮겨 싣는 상하차장이 도심에 필요해졌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만 하는 상점과 식당을 일컫는 ‘다크 스토어’와 ‘다크 키친’도 생겨나고 있다. 플링크(Flink), 디자(Dija), 카주(Cajoo), 제티르(Getir), 고릴라(Gorillas) 같은 배달 전문 매장이 프랑스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열댓 개씩 생겼다. 레티샤 다블랑의 조사에 따르면 다크 스토어가 파리 시내에만 200여 개 있다.
이런 전자상거래 발전으로 몇몇 도시에선 소상공인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 치여 설 자리를 잃어가던 참이었다. 더욱이 쉼 없이 달리는 배달차량은 안 그래도 혼잡한 대도시에 환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택배 정글
이론상으로 배달은 자가용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환경을 덜 오염시켜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집 앞 배송을 갈수록 더 선호하면서 “택배보관소가 사라지고 배송 주문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고 프랑스 스트라테지는 보고서에서 직업연맹 통계를 인용해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월 배송 건수는 10년 동안 세 배 늘었다. “주문한 것을 소비자 집으로 바로 갖다주는 서비스 때문에 도심 교통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소비자가 배달주문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만큼 자가용을 덜 타지 않는다. 배송 기간이 (이틀에서 하루, 1시간으로) 짧아지면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질산화합물) 배출량이 상당히 늘었다.”(프랑스 스트라테지 보고서) 택배상자가 작고 많을수록, 배송 빈도와 배송지가 늘어날수록 배송시간 관리도 복잡해진다. 포장용 상자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2021년 종이상자 품귀 현상이 빚어질 뻔했다.
배달노동자도 크게 늘었다. 화물차로, 아니면 딜리버루(Deliveroo)·우버이츠 배달원처럼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쫓기듯 도로를 달리는 배달노동자의 모습은 이제 흔해졌다. 플랫폼기업은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배달료를 깎고 배송 간격을 좁힌다.
레티샤 다블랑은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배달노동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교통수단 기본법 등) 법률 개정으로 배달노동자 처우가 조금 나아졌지만, 배달노동자는 여전히 플랫폼에 종속돼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달노동자가 계정을 불법 이민자에게 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떤 배달원은 자전거를 버리고 스쿠터나 자동차로 갈아탄다. 배달 건수를 늘려 수입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환경에 파괴적인 모델의 대안으로 더 협력적인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 2020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배달노동자가 자전거로 물품상자를 운반하고 있다. 배송지 근처 몇㎞에서 나가는 배달 비용이 전체 물류망의 20~50%를 차지한다. REUTERS

배송비 부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 연구원 출신으로 교통정책 자문위원인 소니아 라바디노는 지금의 배달시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쪽에선 배송비를 높게 책정한다. 택배상자를 집으로 빨리 받기까지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쪽에선 소비자를 무료배송에 길들인다. 그 격차를 메우는 이는 결국 배달노동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배송지 근처 몇㎞에서 나가는 비용이 전체 물류망의 20~50%를 차지한다. 다블랑은 “아마존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이 비용을 상품 가격에 포함한다. 아니면 DHL, 이제 배송업까지 진출한 아마존 같은 배송업체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무료배송은 배달노동자뿐 아니라 물류망에서 일하는 다른 수많은 노동자의 생계와도 직결돼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몇몇 대형 유통업체는 소매판매에서 적자를 봐도 큰 타격이 없다. 아마존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처럼, 모회사가 다른 분야에서 낸 이익으로 적자를 메운다.

그러나 일부 경쟁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프랑스 스트라테지 보고서에 따르면 “마진율을 조정하기 위해 유통업체가 물류센터와 오프라인 매장을 자동화한다. 이로 인해 일자리도 잠재적으로 타격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쓰이는 ‘택배 공장’에서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우리의 시간과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시간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 것인가?” 소니아 라바디노는 “배달경제가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이에 어떤 경제주체는 배달노동의 가치를 가시화해 제값을 매기겠다고 한다. 벨기에 리에주시에서 활동하는 자전거 배달노동 사회적기업 ‘레이옹9’(Rayon9)의 관리자인 세르주 미뇽생은 말했다. “배달노동이 지닌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레이옹9은 배달에 들어가는 노력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 사이의 관계를 다시 만들고자 한다.” 레이옹9 소속 배달원은 모두 배달노동자다. 무료배송, 퀵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2월호(제418호)
Toujours plus vite et moins cher, est-ce bien raisonnable?
번역 최혜민 위원

마티외 쥐블랭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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