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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수급난’ 경고음에도 전략 부재

기사승인 [141호]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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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친환경 에너지전환의 딜레마- ⑤ 독일의 대응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광물업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카를스루에에 소재한 고급철강 전문업체 크로니메트도 2019년 말 아르메니아 동부의 구리·몰리브덴 광산의 지분을 매각했다. 크로니메트 본사의 모습. 크로니메트 누리집

독일 경제는 구리, 니켈,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전세계 최대 소비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의미를 오랫동안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독일 기업들은 모래와 자갈을 빼고 대부분의 광물자원을 수입한다. 독일 기업들은 광물자원을 문제없이 값을 치르고, 먹는 물처럼 쉽게 가질 수 있는 ‘단순 원자재’ 정도로만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독일 경제는 광물자원을 수입에 상당히 의존함에 따라 수급난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페터 부흐홀츠 독일광물자원청장은 “독일에서 (광물자원의) 가격 인상이나 공급난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흐홀츠 청장은 “위험은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높아지는 광물자원 리스크
부흐홀츠 청장은 2012년 베를린에 있는 독일광물자원청의 대표로 임명됐다. 지질학 박사로 과거 국제 광물자원 무역업에 종사했던 부흐홀츠 청장은 기업들의 광물자원 수요를 속속 파악하고 있다. 독일광물자원청 전문가 25명은 글로벌 광물자원 시장 정보를 분석해 기업에 광물자원 구매와 관련한 조언을 한다.
부흐홀츠 청장은 재계의 문의가 지난 몇 달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독일 기업들이 관심 갖는 대상은 전세계 일부 지역에 집중 매장됐고 산업계에 폭넓게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의 배터리 원자재다. 현재 적잖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알루미늄 생산에 필요한 마그네슘 수급난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이 수입하는 광물자원의 95%는 중국산이다. 마그네슘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면서 중국 정부가 마그네슘 소비를 억제하자 유럽의 금속 생산업체에 경고음이 울린다. 유럽 금속 생산업체들은 2021년 10월 넷째 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대재앙적 결과’라는 긴급호소문을 보냈다. 이들 업체는 호소문에서 “전무후무한 국제적 수급난”이라고 밝혔다.
이제 독일 기업들 사이에 광물자원의 중요성과 수급 의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자체 약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공급망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한편, 광산업체들에 투자 안정성을 약속하는 이른바 장기판매계약(Offtake Agreement)을 체결하고 있다. 부흐홀츠 청장은 광물자원 부문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재 이 정도로 역점을 기울이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예전에는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은 이스라엘에서 마그네슘 광산을 직접 운영했다. 크루프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지겐 지역에서 철광석을 채굴했다. 하지만 이 모두 옛일이다. 기업에 광물자원을 공급하던 금속회사(Metallgesellschaft AG)나 프로이사크(Preussag AG) 등의 큰 기업들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카를스루에에 소재한 고급철강 전문업체 크로니메트(Cronimet)는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아르메니아 동부의 구리·몰리브덴 광산의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지분을 매각했다. 크로니메트에 따르면 이는 정책적 결정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나 글로벌 철강기업 리오틴토 등의 거대 광산업체들과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광산 투자는 상당히 자본 집중적”이란 이유에서였다.
10여 년 전, 일부 기업이 광물자원 채굴 연합체와 함께 공동으로 광물자원을 사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각 기업의 기대치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유럽 차원에서 재시도가 이뤄졌다. 유럽 전체의 기업, 단체, 대학교 등 회원사 500곳이 손을 맞잡고 결성한 유럽원자재연맹(ERMA·European Raw Materials Alliance)이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희토류 등을 대신할 새로운 공급처 발굴에 열정적으로 나섰다. 자체 채굴이나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향후 수요의 최소 5분의 1은 유럽 안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 이외 지역도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광물자원 수급 경로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 인도, 일본, 중국에서는 국영기업들이 수급 경로를 확보하거나 전략적 예비량을 비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방부 소속) 국방군수본부(Defence Logistics Agency)가 이를 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도 “주요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들끼리 진영을 형성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말한다.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산유국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가 IEA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비롤 사무총장의 생각은 놀라운 대목이 아니다.

자원 확보는 기업의 과제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런 제안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독일 정부의 광물자원 수급 전략에 따르면, 재계 스스로 광물자원 수급을 확보해야 한다. 광물자원 수급 확보는 “기업의 주요 과제”라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브루흐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도 일단 국가적 차원의 광물자원 비축을 거부한다. “독일에는 전략적 비축량이 아닌 장기적인 구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44호
Raubbau im Namen der Umwelt
번역 김태영 위원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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