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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달라져야 산다, 디지털판매 전환 독려

기사승인 [145호]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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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 폴크스바겐의 가장 센 여성 딜러, 힐데가르트 보르트만

힐데가르트 보르트만은 미니(Mini)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자동차로 만들고, 아우디(Audi)를 구원했다. 이제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진에 합류한 그는 가상 쇼룸과 24시간 온라인 상담으로 자동차 판매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 한다.

지몬 하게 Simon Hage <슈피겔> 기자

   
▲ 힐데가르트 보르트만(아우디AG 세일즈 및 마케팅 이사)은 아우디에서 가장 높은 판매직을 맡고 있다. 폴크스바겐 누리집

도발은 면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힐데가르트 보르트만(아우디AG 세일즈 및 마케팅 이사)은 아우디에서 가장 높은 판매직을 맡고 있다. 수천 명의 딜러 앞에서 연설하는 보르트만은 이런 행사에서 청중을 집중시키는 관례적인 술수 대신 상대를 케이오(KO)시키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이른 시간 내에 사업모델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아우디와 아우디 협력업체는 바닥에 누운 상대 선수처럼 될 것이라고 보르트만은 경고했다. 변화에 성공할 확률은 50%다. 2020년은 그 시작이 됐다. 많은 청중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의 자동차대리점 달라져야
미래에는 자동차대리점이 단순히 차를 팔고 정비하는 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보르트만은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성공에 익숙한 많은 자동차 딜러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들 중 새로운 이동성(모빌리티) 개념과 월박스(Wallbox·전기자동차 충전기), 카고바이크(화물자전거)의 판매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것은 모두 의미 없는 헛된 소란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보르트만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반대로 딜러들이 폴크스바겐그룹에 전기차가 빨리 공급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전기차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폴크스바겐은 현재 사실상 배급제를 실시해 할당량에 따라 자동차를 분배한다.
보르트만은 이 시기에 가파른 위치 상승에 성공했다. 2022년 2월 초부터 그는 아우디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카티 등 아우디의 자회사 외에 폴크스바겐 브랜드인 스코다, 세아트, 쿠프라, 포르셰의 영업도 책임진다. 보르트만은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진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네 번째 여성이다. 이로써 보르트만은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인 그룹에 속하게 됐다. 보르트만은 이 점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성중립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말할 때는 이를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다.
보르트만의 부상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독일 주식시장 닥스(DAX)에 상장한 기업의 경영진 중 여성 비율은 아직 18%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르트만은 ‘성공한 여성 경영인’이란 딱지를 오히려 귀찮아하는 것 같다. “내 주장을 관철하는 데 문제 있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이것(내 경력)이 여성-남성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르트만은 말한 적 있다. 보르트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취임 첫날부터 보르트만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줬다.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높은 마력과 빠른 속도가 지배하는 과거의 자동차 세계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아우토콰르텟(Autoquartett·독일의 유명한 카드게임)의 원칙은 장기적으로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보르트만은 말했다.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고객에게는 다른 가치가 더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증가하는 지속가능성 요구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회사는 미래에 사업 기반이 사라질 것이다.”
보르트만의 이런 생각은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헤르베르트 디스의 견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보르트만은 그룹 CEO와 달리 단순한 도발에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낡은 세계의 쇠퇴만 그려 보이는 게 아니라 동시에 탈출구도 제시한다. 보르트만은 이(e)-모빌리티의 세계시장 리더가 되겠다는 디스의 계획을 한 차원 더 확대했고, 앞으로 고객이 판매대리점에서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수십 대가 나란히 있는 비좁은 판매대리점 대신, 보르트만은 공간이 넓은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프로그레스’(House of Progress)를 열었다. 오스트리아 빈이나 브라질 상파울루 같은 도시의 팝업스토어에서 디자이너와 브랜드 홍보 직원은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전기차 충전 옵션과 자율주행을 알린다. 이곳에서 아우디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체 그룹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물론 보르트만은 기존 지역 자동차대리점에서 디지털 쇼핑의 신전으로 가는 길이 멀다는 것을 안다. 업계 일부에선 아직 전자우편을 통한 고객 소통마저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대리점은 2대, 3대 등 대를 이어 오일 교환이나 크랭크축 교체를 병행하는 가족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전기 구동장치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세계에 힘들게 적응한다. 게다가 판매상들은 회사가 그들이 없는 미래를 계획한다는 인상을 점점 더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의 경쟁업체 테슬라의 선례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점점 더 구매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온라인 판매와 도심의 세련된 직영 매장에서 전기차를 자체적으로 판매한다. 보르트만은 폴크스바겐이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고 “물리적 거래는 필수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다만 판매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보르트만은 중국 시장에서 디지털 영업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회로 아우디의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다. 아우디의 판매 파트너사는 라이브스트림(실시간 공유), 가상현실 쇼룸, 24시간 온라인 상담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아우디의 중국 판매는 다른 폴크스바겐 브랜드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폴크스바겐그룹 전체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최근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21년 판매량은 2014년 이래 최저였다. 폴크스바겐의 전기차는 많은 중국인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는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테슬라 자동차나 중국 국내 회사의 자동차 모델을 선호했다.
보르트만은 오랫동안 승진 때문에 가슴 졸여야 했다. 평판에 문제가 있거나 이사 자격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아우디는 얼마 전에 그의 임원 계약을 5년 연장했다. 그는 권력 포커 게임의 일부였다. 보르트만은 폴크스바겐그룹 CEO 헤르베르트 디스 쪽 인물로 여겨진다. 전 직장인 베엠베(BMW)에서 함께 일할 때부터 보르트만과 디스는 아는 사이였다. 2021년 가을 감사위원회 위원들은 디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했다. 수개월의 자리 흥정을 거친 뒤에야 보르트만은 이사회 임원으로 임명될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위원회는 모든 옵션을 열어뒀고, 그해 12월에 열린 결정적인 회의 전까지 보르트만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디스 CEO에 대한 감시역으로 만프레트 되스 폴크스바겐 법률고문과 앞으로 중국 사업 부문을 책임질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CEO 랄프 브란트슈테터가 그룹 이사회 이사로 선임됐다. 보르트만에게 기회였다. 폴크스바겐그룹도 이사회에 남성만 너무 많은 상황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포르셰-피에히 가문 대표 한스 미헬 피에히는 오래전부터 폴크스바겐그룹에 속하는 모든 브랜드의 전세계 판매조직을 그룹 이사회에서 중앙집중식 관리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보르트만은 아우디의 영업 책임자 직무를 폴크스바겐그룹에서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1966년생인 보르트만은 끈기 있게 위로 올라갔다. 그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르고, 외국어 통신원 교육을 이수했다. 그 뒤 고향인 독일 뮌스터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에 입사해 당시 인기 있던 미국 브랜드 캘빈클라인(Calvin Klein)의 화장품 제품군을 관리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재능은 나중에 BMW에서 발견됐다. 그곳에서 보르트만은 거의 사망했다고 여겨지던 차량인 미니를 컴백시켰다.
비틀스, 코미디언 미스터 빈, 그리고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영국 여왕도 탔다는 이 상징적인 영국산 소형차에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했다. 보르트만의 임무는 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미니 유나이티드’(Mini United)라는 대형 팬미팅을 열었다. 미니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동시에, 미니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정어리 깡통 같은 느낌이 사라지고, ‘고카트필링’(Go-Kart-Feeling·경주용 차량을 운전하는 느낌)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로운 시작은 결실을 보았다. 낡은 브랜드가 새로운 도심 이동성의 여명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BMW는 새로운 미니를 연간 5만 대가량 판매하려 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그보다 6배 이상이었다. 오늘날까지 보르트만은 “주제를 미래에 적합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보르트만은 그다음 기회를 2019년 아우디에서 얻었다. 한때 그룹에서 가장 큰 이윤을 남기고 혁신을 주도하던 폴크스바겐의 프리미엄 자회사 아우디는 ‘디젤 스캔들’(2015년 배기가스 조작 사건)로 큰 타격을 입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동료들은 보르트만에게 잉골슈타트 본사에 걸려 있는, 큰 글씨로 새겨진 수십 년 된 슬로건 “기술을 통한 진보”를 떼어내라고 조언까지 했다. 더는 이 슬로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이 슬로건은 과거 아우디의 유일한 유산이 됐다. 아우디는 독일 자동차회사 중 최초로 2032년부터 내연기관과 완전히 작별하고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의 새 경영진은 아우디가 오랫동안 선도했던 연료전지 및 천연가스 엔진 투자를 지체 없이 삭제했다.
3명의 전 BMW 경영자가 내부 저항에 맞서 변화를 추진했다. 아우디 CEO 마르쿠스 뒤스만, 폴크스바겐그룹 CEO 헤르베르트 디스, 그리고 힐데가르트 보르트만이었다. 특히 보르트만은 영업 파트너에게 새 방향을 설득하며 어리둥절해하는 아우디 딜러들에게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발표에 열광한 것은 아니다. 일부 딜러는 아우디가 간접적으로 그들의 희생을 대가로 회사를 재건한다고 비난했다. 제조사는 새 전략을 채택해 2021년 충분한 수익을 올렸지만, 많은 딜러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때때로 아우디가 판매 파트너의 만족도 순위에서 하락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게 요구되는 전기차 및 디지털 판매 체제로의 전환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르트만은 이런 현실보다 긍정적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바이에른의 한 딜러는 자신의 매장 옆에 새로 전기차 전문 매장을 세우고 전문 기술자를 고용해 충전설비 설치와 유지관리를 포함한 전기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니더작센주 타름슈테트의 오래된 소형 자동차 판매업체 바른케(Warncke)는 이미 매출의 3분의 2를 배터리자동차(전기자동차)로 달성하고 있다.

   
▲ 보르트만는 폴크스바겐의 자동차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그는 “주제를 미래에 적합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폴크스바겐 누리집

딜러, 판매만이 아닌 임대까지
실제 많은 딜러가 생각을 바꾸고 있다. 한 딜러는 업계 회의에서 그들이 “도시 지역에서 개인 이동성의 단계적 축소” 등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자동차·바이크 리스 사업을 하거나 화물자전거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보르트만은 “이제 목소리가 명확하게 미래지향적이 됐다”면서 이를 환영한다. 어쨌든 그는 이제 프레젠테이션에 무하마드 알리의 케이오 펀치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 Der Spiegel 2022년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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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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