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에너지 안보·전환 절박함 가중

기사승인 [145호] 2022.05.01  

공유
default_news_ad1

- [집중기획] 집글로벌 원자재 대란 ③ 유럽과 중국

뤄궈핑 羅國平 루위퉁 盧羽桐 자오쉬안 趙煊 웨웨 岳躍
선신웨 沈欣悅 탄민 覃敏 왕스위 王石玉 쑨옌란 孫嫣然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3월16일 해 질 녘 러시아 중남부 옴스크시의 정유공장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경각심을 높였다. REUTERS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경제와 무역 체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국가들 사이에 더 많은 장벽과 간격이 생겼다. 원자재 분야 시장조사업체 줘촹쯔쉰의 중젠 부사장은 “에너지 대국에 제재를 가하면 세계화의 쇠락을 앞당길 것”이라며 “국익 지상주의가 기존 경제 단일화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전쟁터 바깥인 경제 분야에서도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천웨이둥 민더(民德)연구원 원장은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수급 관계를 단절하면서 유럽 경제가 진정한 독립에 성공해 세계의 중요한 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옌젠타오 제청에너지(捷誠能源)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가 신에너지로 달려가도록 했고, 공급망의 현지화와 지역화를 추진하게 했다”고 말했다. “국제 석유기업도 본국으로 돌아가 무역과 가격 결정권에 집중하고 대외의존도를 낮추며 내부 순환을 강화할 것이다.”

에너지 독립
중화에너지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하이빈은 “이번 전쟁이 신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유럽의 결심을 확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을뿐더러 오히려 더 의존했다. 의존도를 낮추려면 석유·천연가스 수입원과 에너지 공급원의 다원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현지 에너지로 간주되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에너지외교 분야 중국 학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국제 원자재 시장의 파동 이후에 능력 있고 기반시설을 갖춘 나라는 에너지 독립을 중시할 것”이라며 “각국이 정책을 결정할 때 에너지 안보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앞당겨 유럽의 에너지 독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2년 3월8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 에너지독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효율 제고를 서두를수록 에너지 체제를 독립적으로 통제하는 날이 빨리 올 것이다.” 같은 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시시때때로 EU를 위협하는 에너지 공급자에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전환의 진통을 견디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여러 유럽 국가가 천연가스를 과도기적 에너지로 선택했다. 지금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대체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리고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고 탄소배출 제로 정책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밖에 없다. 천웨이둥은 “그렇게 되면 유럽의 석유 소비량이 다시 늘어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 감축만 떠들지 않으면 에너지 시장은 본래 공급과잉 상태고 에너지 공급 위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진짜 위기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지속하지 못하고 기술 준비가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밥벌이가 생기기 전에 손에 있는 밥벌이를 먼저 버릴 순 없다.” 2022년 3월5일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주요 석탄 산지인 네이멍구자치구의 대표단 심의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탄소배출 정점과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든 다음에 낡은 것을 버려야지 그전에 없애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석탄이 풍족하고 석유는 빈약하며 천연가스가 적은 중국에서 석탄 중심 에너지 구조를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렵다.

   
▲ 2022년 3월10일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프랑스 북부 생라자르 부근 LNG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REUTERS

유럽 내부 이견
유럽에서는 에너지 구조 전환 방법에 이견이 있다. 탈원전을 해야 하는지, 원자력발전도 미래 청정에너지원에 속하는지 등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독일은 천연가스를 선택했고,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에 기댔다. 2022년 2월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8년부터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고, 2035년 첫 신규 원전 가동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독일은 지난 10년 동안 유지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 비용과 위험이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너지공사(DENA)와 중국재생에너지학회가 공동 설립한 ‘중-독 재생에너지협력센터’의 타오광위안 주임은 “독일의 에너지전환 노선은 먼저 원전을 폐쇄하고 석탄을 퇴출한 뒤 마지막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독일 3당 연립정부는 원래 계획보다 8년 앞선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전면 폐기 목표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돼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면 그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독일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두 곳을 짓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이 터미널은 이르면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카타르 페트롤리엄과 미국 셔니어에너지 등이 공급업체가 될 것이다. 유럽 에너지 독립의 희망은 재생에너지에 달려 있다. 독일은 2035년까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재생에너지법’의 목표 시한을 15년 앞당길 계획이다. 수정된 법안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을 더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풍력에너지가 최대 재생에너지 공급원이다. 2020년 영국에서 사용한 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4%에 이르렀다. 13%는 해상, 11%는 육상 풍력발전소에서 공급했다. 영국은 ‘풍력발전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목표로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을 40기가와트(GW)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020년 말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영국도 풍력발전의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궈타이쥔안증권에 따르면 2021년부터 고기압의 영향으로 영국해협에 바람이 적게 불어 풍력발전량이 부족했다. 영국 발전량의 41%를 차지하는 천연가스로 보완했다.
상하이외국어대학 유럽연구책임자 후춘춘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 기술, 경제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유럽의 에너지 독립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유럽이 에너지전환에 성공해도 새로운 무역질서에 의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배터리와 바이오에너지, 전해조 등 다른 저탄소 기술을 도입하려면 글로벌 공급망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설비와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재료를 조달하려면 러시아를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최대 에너지 수입국
왕하이빈은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와 유럽의 에너지 수입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입 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중국석유그룹(CNPC)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다. 2021년에 석유 7억3500만t을 소비했다. 원유는 5억1천만t을 수입해 대외의존도가 72%에 이르렀다. 2021년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정유국이 되었다. 정유 생산능력이 9억1천만t(세계의 18%)으로 미국(9억700만t)을 앞질렀다.
중국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정하자 산업과 발전 부분에서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었다. 2021년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어난 3700억㎥를 기록했다. 대외의존도가 약 45%였다.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됐다.
“원유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가지 못했다.” 산둥성 정유업계 종사자는 “최근 유가 변동폭이 커지고 갑자기 오르내려 수급에 영향을 끼쳤다”며 “지역 정유공장은 상황을 지켜보며 생산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여 석유제품 가격을 유지하고 재고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석유제품 가격을 근무일 기준 10일마다 조정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시장의 가격변동이 석유제품과 화공업계로 전달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원료 가격이 즉각적으로 정확하게 제품까지 전달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석유제품 가격에는 상·하한선이 정해져 있다. 국제유가가 상한선(배럴당 130달러)보다 올라가거나 하한선(배럴당 40달러)보다 내려가면 천연가스와 디젤유 가격을 그만큼 조정하지 못한다. 나머지는 정유업체가 책임진다.
2022년 3월3일 중국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각각 t당 260위안과 255위안 인상됐다. 2022년 들어 다섯 번째 인상이다. 14년 만에 대부분 지역에서 휘발유 소매가격이 ‘ℓ당 8위안(약 1550원) 시대’로 돌아왔다. 원자재 분야 시장조사업체 진롄촹의 시자루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낮았던 지난 2년 동안 정유업체가 저장시설 용량을 초과할 만큼 재고를 비축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3~5월은 비수기여서 국내외 정유공장이 시설을 수리하고 조업률을 낮춘다. 당분간 중국의 원유 비축량이 충분해 정유업체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관리제에서 시장화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산업 가치사슬의 가격 전달체계가 부분적으로 막혀 있다. 천연가스 자원을 ‘삼통유’(三桶油)라고 불리는 3대 국영 정유업체인 중국석유그룹(CNPC),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이 독점해 가격 일부만 개방한 상태다. 송유관 사용료는 국가석유천연가스관망그룹(PipeChina)이 통제하고 최종 제품 가격은 정부가 결정한다. 삼통유 관계자는 “지금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세관 통계를 보면 2021년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7964만6천t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 물량의 15.5%였다. 천연가스는 약 105억㎥를 수입해 전체 수입의 17.8%를 차지했다.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453만2천t(5.7%)이었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대부분 송유관으로 운반해 물류에 아직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지방 정유공장은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을 통한 혼합 원유 수입량이 많다.
시자루이는 “현재 지역 정유업체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돼 결제에 문제가 생겨 거의 거래 중단된 상태다. 일부 지역 정유업체는 선급금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2021년 지역 정유업체의 원유 수입량은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3월7일 기자회견에서 “원유·천연가스의 외부 구매 비율이 높아 국내 에너지 공급이 국제시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수입 비용이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해안에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저장 시설. 2021년 중국의 전체 에너지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산이 15%를 넘는다. REUTERS

중국 곡물 상황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벼와 밀 등 곡물은 재고가 풍족하고 공급도 충분해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며 “파종면적과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화학비료 공급과 가격 안정에 애쓸 것”이라고 밝혔다. 옥수수·대두 공급과 가격 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중국 내부의 잠재력을 개발해 대두와 식물유 원료의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국제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며 비축량 조절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의 밀 자급률은 석유·천연가스에 견줘 높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국의 주요 밀 수입원이 아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가격 변동은 수입 비용과 시장심리를 통해 중국 시장에 전달된다. 리싱뱌오 중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밀 수입원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캐나다에 집중돼 있다. 이 세 나라가 전체 수입 물량의 82%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곡물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밀 가격이 급등하면 중국의 수입 비용이 올라가고 시장심리가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남짓 중국의 밀 가격이 계속 올랐고, 주요 품종의 누적 상승률이 6~11%포인트를 기록했다. “중국의 밀 가격 상승은 수입 인플레이션과 내생성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밀 재고가 많아 공급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인플레이션과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2022년 상반기 밀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10호
大宗商品狂瀾
번역 유인영 위원

뤄궈핑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