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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기능 넘어 블록체인 경제로

기사승인 [145호]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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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암호화폐 전쟁- ④ 새로운 경제

팀 바르츠 Tim Bartz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우베 부제 Uwe Buse
하우케 구스 Hauke Goos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비안 곰프는 한때 포르셰에서 일하다 블록체인에서 미래를 보고 현재 이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서 일한다. 곰프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모두가 ‘파비’라고 부르는 파비안 곰프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뒷마당 건물’(스타트업 사무실이 즐비한 건물)의 미니멀리즘적이고 멋진 회의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의 직장은 패리티테크놀로지(Parity Technologies·이더리움 창시자 중 한 명인 개빈 우드가 만든 블록체인 기술 개발업체)다. 본사는 건축사무소, 컨설턴트회사 그리고 댄스스쿨로 둘러싸여 있다. 곰프와 동료들은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비하는 또 하나의 3세대 통화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들은 이 시스템을 ‘폴카도트’(Polkadot)라고 이름 붙였다.

돈방석에 오른 ‘돈’ 발명가들
베를린의 스타트업과 그들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전세계 암호화폐 팬들에게 유명하다. 창업자들 덕분이다. 지금은 회사를 떠난 개빈 우드와 유타 스타이너는 현재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만든 팀의 일원이었다. 2017년 최초의 ‘도트’(Dots)가 출시되자 1억4400만달러(약 176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단위가 판매됐다. 현재 폴카도트의 시가총액은 200억달러가 넘는다. 이를 통해 개빈 우드는 다시 한번 아주 높은 곳까지 올랐다.
(이와 같은) 화폐 발명가의 역사는 곰프 같은 인재를 끌어들인다. 독일 아헨대학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한 곰프는 포르셰의 개발 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때 매킨지(McKinsey)에서 근무했던 공동창업자 스타이너와 마찬가지로, 곰프도 암호화폐 미래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적인 경제계에서의 경력을 포기했다. 암호화폐 세계는 기존 경제계와는 다른 우주이자 평행세계이다.
무엇이 패리티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전통적인 웹에 대한 불만, 웹의 권력 구조에 대한 불만이라고 곰프는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디지털 라이프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바꾸고 싶다.” 그들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의 사업모델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에게 거대한 권력과 많은 돈을 주지만 사용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권리도, 공동 결정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 패리티(Parity)는 영어로 ‘평등’을 의미한다. 그들은 개인이 더 자주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더 공정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우리는 인터넷을 고쳐야 한다”고 썼다. 아이작슨은 인터넷이 발명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자체와 우리가 모두 부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공동체 정신에 따라 일종의 수리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3.0은 지금보다 더 분산적이고 탈중앙화해야 하며, 더 공정하고 더 나은 인터넷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약속은 여기에 숨어 있다. 달러나 유로화 같은 유명 화폐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작가 이조마 망골트가 한때 <차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유토피아적 불꽃 심지’라고 부른 것이다.
곰프는 폴카도트가 은행, 아마존, 스포티파이가 없는 새로운 웹경제를 위한 일종의 기반이라고 말한다. 이 새로운 세상에선 밴드가 팬에게 직접 노래를 판매하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위한 가상 갤러리를 열 수 있다. 실제 창작자, 즉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작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중개자(와 수수료)가 제거된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대출, 금융상품, 보험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다.
열쇳말은 ‘토큰화’다. 이는 경제 참여를 의미한다. 거의 모든 것에 참여할 수 있다. 곰프와 동료들의 목표는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를 잠시 잊고 그 바탕 기술인 블록체인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백신의 콜드체인 모니터링, 전자지적부 혹은 병원의 환자 데이터 관리 같은 것이 있다.

   
▲ 디지털화폐의 역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 위험을 감수하는 즐거움, 변화를 향한 욕구, 그리고 과장과 허풍, 이전 세대의 상식에 대한 명백한 거부 등이다. 2021년 11월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비트코인·블록체인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전문가가 발표하고 있다. REUTERS

비트코인 뛰어넘은 새 기술
금융계도 오래전부터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아이디어를 훨씬 뛰어넘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축구 트레이딩 카드부터 희귀 예술품,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블록체인을 통해 소유자에게 할당되고, 교환과 투자가 가능하다. 토큰화는 디지털 이미지의 실제 가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토큰’으로 소유주는 거래할 수도 있고 투기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360X의 설립자인 카를로 쾰처는 “모든 사람이 샤갈의 그림 전체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 아주 작은 조각은 사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증권거래소와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가 지분에 참여한 프랑크푸르트의 회사 360X는 블록체인으로 대상(Gegenstände)을 디지털투자 상품으로 전환하려 한다. 예술작품과 부동산은 시작에 불과하고, 더 많은 투자 종류가 계획돼 있다. 쾰처는 몽상가가 아니다. 그는 이미 한 회사를 크게 키운 적이 있다. 그의 외환거래 회사 360T는 독일증권거래소에서 7만2500만유로(약 9600만원)에 매각됐다.
쾰처는 ‘디지털 쌍둥이’의 가능성을 극찬한다. 박물관은 보유한 작품에 대한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애호가에게 판매해 새로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지분은 주식만큼 쉽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판매가 될 때마다 예술작품의 창작자도 이익을 얻어야 한다. “노년에 유명해졌을 때야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스위스 은행은 이미 파블로 피카소의 <베레모를 쓴 소녀>를 토큰화했다. 작품의 부분 소유권은 총 4천 개의 토큰 구매자에게 즉시 이전되지만, 그림은 계속 안전한 보관소에 남는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그들의 피카소 지분을 예술작품 소유권이라기보다는, 다음 관심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내기를 희망하며 투기 대상으로 볼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NFT 시장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블록체인상의 소유권 증명에 엄청난 금액이 지급됐다. 컴퓨터로 생성된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Bored Ape Yacht Club)의 카툰 형식 침팬지 그림이나 크립토펑크(Cryptopunks)의 이미지가 여섯 자릿수 달러(몇억원대) 금액으로 소유주가 바뀌었다. 이 추세는 자기가 가진 암호화폐로 가능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 같은 새로운 가상세계의 병행 개발로 촉진됐다. 루이뷔통부터 구찌, 나이키까지 브랜드 업체들은 이미 자체적인 NFT 컬렉션을 내놓았다. 가상세계에서는 토지를 사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의상으로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다.
360X 설립자 쾰처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을 투자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는 투자와 참여의 민주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회의적이다. 영국의 펀더멘털 비평가 스티븐 딜은 암호화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데 13년의 세월이 있었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러나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모든 암호화폐는 각각 제로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다면서 웹3.0은 ‘개소리’(Bullshit)라고 딜은 말했다.

   
▲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초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에 불과하며 발달한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경제를 열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9년 10월 몰타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장 모습. REUTERS

우크라이나 기부 가장한 투기
디지털화폐의 발생 역사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 위험을 감수하는 즐거움, 변화를 향한 욕구. 그리고 이 움직임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장난스럽고, 저항적이며, 해프닝이다. 동시에 과장과 허풍에 대한 즐거움은 저축 계획, 연방채권, 연금보험 그리고 무엇보다 복리의 힘으로 검소한 번영을 꿈꾸던 이전 세대의 상식에 대한 명백한 거부다.
암호화폐는 속도, 영민함, 글로벌한 디지털 독점이다. 한편으로는 창의성과 연대지만, 동시에 냉혹한 계산과 탐욕이기도 하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장관(부총리)과 그의 직원들은 모든 기부자를 위해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작은 감사의 선물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디지털 토큰을 선물하려 했다. 이는 최초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에어드롭 이벤트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마감일 직전에 갑자기 많은 소액 기부금이 우크라이나의 공식 계좌로 도착했다. 일부는 같은 ‘기부자’의 다른 지갑에서 왔다. 국가에서 발행한 디지털 감사 증명이 언젠가는 기부 자체보다 훨씬 더 가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많은 우크라이나 토큰을 확보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즉, 전쟁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암호화폐 투기였다.
적어도 한 그룹은 심지어 우크라이나의 공식 토큰을 모방하고, 이 토큰보다 먼저 나오도록 설계된 가짜 토큰을 준비했다. 그 때문에 페도로우 장관은 발표된 배포 시간 직전에 행사를 취소했다. 수익을 올리려던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의기소침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평했다. 최초의 국가적 ‘러그풀’(Rug Pull·투자액 회수 사기)이라고 그들은 항변했다.
러그풀은 업계에서 널리 퍼진 사기 수법으로, 프로젝트 책임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수익금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는 계속 암호화폐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신중한 검토 끝에 양도 가능한 토큰은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이제 자체 NFT를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크렘린에 비판적인 러시아의 여성주의 펑크 록밴드 푸시라이엇(Pussy Riot)이 이미 선례를 보여줬다. 이 밴드는 2022년 3월 초 우크라이나 국기의 NFT 지분을 구매하는 이벤트를 열어 약 7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13호
Im Schleudergang
번역 황수경 위원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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