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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화폐인가, 곧 터질 거품인가

기사승인 [145호]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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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암호화폐 전쟁- ① 소용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무기 구매를 위해 비트코인을 기부받고, 러시아인들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재산을 지키려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암호화폐 전쟁은 암호화폐에 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 축복인가 저주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_편집자

팀 바르츠 Tim Bartz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우베 부제 Uwe Buse
하우케 구스 Hauke Goos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활용이 늘고 있다. REUTERS

냉소적으로 들리겠지만 암호화폐 세계의 불가해성과 현란함, 낙관주의와 종말론은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주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쟁은 처음부터 디지털화폐와 결합한 희망과 두려움을 이전의 어떤 사건보다 더 가시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하일로 페도로우(31)는 우크라이나의 부총리다. 동시에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의 디지털혁신장관, 즉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본디 그의 임무는 우크라이나의 스타트업계를 성장시키고 ‘스마트폰 속 국가’라는 디지털행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조차 일종의 전시 장관이 돼버렸다. 러시아 침공 이후 디지털화폐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암호화폐 기부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 우크라이나 부총리인 미하일로 페도로우. 그는 스타트업계 성장과 디지털행정 체계 구축이 임무였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암호화폐로 전쟁자금을 기부받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위키피디아

암호화폐 기부 사이트 운영
처음에 그는 우크라이나 공식 트위터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의 기부를 위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누리꾼이 인도적 지원과 우크라이나 군대를 위해 13가지 서로 다른 디지털화폐로 기부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도지코인’ 같은 밈코인(유행성 코인)도 받는다. 2022년 3월 셋째 주 중반까지 이 경로로 6천만달러(약 738억원) 이상이 기부됐다. 그중에는 수백만달러의 개인 기부금도 있었다.
연대를 위해 디지털 이미지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엄청난 금액으로 거래된다. 야간투시경, 응급처치키트 그리고 무기 구매를 위한 밈코인과 수집용 그림 등이다. 전쟁자금을 기부하는 일이 이토록 쉽고 빠르게 국경을 넘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코인을 공식적으로 합법화하는 법에 서명했다.
러시아에서도 전쟁이 시작된 뒤 암호화폐거래소에 사람들이 몰렸다. 많은 러시아인이 자국 화폐의 가치 절하를 우회하기 위해, 혹은 당국의 압수를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최근 몇몇 미국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을 제출했다.
페도로우 장관은 트위터에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에 러시아 고객에게 더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일반 국민도 제재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Coinbase), 바이낸스(Binance), 크라켄(Kraken) 등 주요 암호화폐거래소는 러시아 거래 금지 조처 시행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구의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오른 인물과 기업은 제재하겠다고 답했다.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돕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상 최초로 암호화폐 세계에서도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발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처음부터 암호화폐는 저주인가 축복인가 혹은 둘 다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양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7559달러의 신고점까지 치솟았다가 3만6495달러까지 급락한 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최근 몇 달간의 뉴스를 간단히 줄여본다. “비트코인 광기” 또는 “역사상 최고의 거품” 같은 뉴스 헤드라인은 비트코인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 “36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압수”(Golem.de)
- “아이라도 할 수 있는– 브라질 4살 소녀, 첫 비트코인으로 6500% 수익 달성” (Cointelegraph.com)
- “점심시간에 암호화폐로 하루 일당만큼 번 간호사- 그는 일을 그만두고 이제 수백만달러를 벌고 있다”(Businessinsider.de)
- 2022년 블룸버그 전망: 10만달러를 향해 가는 비트코인
- 금융수학자 “비트코인의 가치는 정확히 0이다”(Msn.com)

비트코인이 발명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대략 세 진영으로 나뉘었다. 암호화폐로 부자가 된 사람,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암호화폐를 불신하는 사람이다. 불신하는 이들은 암호화폐 가격이 급상승할 때마다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전체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엄청난 충격과 함께 붕괴하기를 바란다. 매일같이 새롭고 분절된 뉴스가 들어온다. 정치인, 암호화폐 열혈팬 그리고 온갖 전문가가 성명을 발표하고, 주장하고, 예측하고, 비난한다. 정부는 과세와 규제 도입을 생각하고, 환경보호론자는 새로운 코인을 ‘채굴’하는 데 드는 높은 전력 소비를 한탄한다. 국민연금은 채권만으로는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없어 자금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반면 억만장자 투자자인 존 폴슨은 모든 암호화폐를 “무가치한 것의 한정된 공급”(a limited supply of nothing)이라고 했다.
다른 자산이 하락할 때도 암호화폐는 상승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의 굳은 신념이었다. 암호화폐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고, 달러화와 금은 과거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은 빛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이 믿음을 의문시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과 대부분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고, 암호화폐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는 암호화폐 거품 붕괴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처럼 심각한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이미 시스템 리스크가 된 것일까? 이에 답하기는 어렵다. 거품과 같은 비합리적인 시장이 언제 터질지에 대한 합리적인 모델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차트와 지표를 쳐다보고 선을 그리고 과거 역사를 비교할 수 있지만, 결국 파티가 끝난 뒤에야 파티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 실험을 하기에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만일 그 모든 열광, 비트코인이 달성한 ​​기록, 트위터 흥분, NFT 돌풍 뒤 마지막에 남는 것은 뉴스 헤드라인뿐이라면 어떻게 될까? 미래의 고고학자와 역사가는 21세기 2020년대 초의 세계, 우리의 꿈, 두려움, 갈망에 대한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옛날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남자가 있었어.” 비트코인 동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니면 (남자가 아닌) 여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한 개인이 아닌) 어떤 그룹의 프로그래머와 암호화폐 전문가들일 수도 있다. 오늘날까지 아무도 (나카모토의 신원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해결해야 할 도전적인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가치를 디지털로 전송할 것인가? 즉, 어떻게 해야 소유주가 바뀐 뒤에는 금액을 다시 지출하지 못하게 할까?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아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20유로짜리 지폐는 여기에 있거나 저기에 있을 수 있지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다.
또 하나는 어떻게 해야 거래할 때 파트너 사이에 반드시 증권거래인, 은행, 신탁인 같은 중개자를 끼워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가? 아날로그 세계에서 이런 중개자는 수백 년에 걸쳐 한쪽은 빚을 갚고, 다른 한쪽은 돈을 받는 것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국가의 통제와 조작, 개인의 이기심과 부패에서 자유롭고, 국경이 없고, 탈중앙화된, 전례 없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찾는 일은 많은 이들의 꿈이자 두뇌 스포츠의 과제이기도 했다.
2008년 10월 말, 굴지의 신탁회사인 리먼브러더스가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었을 때, 해결책의 하나로 비트코인이 발명됐다. 비트코인은 약 3만1천 줄의 코드로 구성돼 있다. ‘백서’라는 이름의 발표문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나카모토의 해결책은 단순하고, 지적으로 인상적이며, 미학적으로 매력적이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디지털 장부’
모든 거래를 모두가 감시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체인’에 기록한다. 일종의 장부지만 종이 장부가 아니라 디지털 장부일 뿐이다. 논리적 규칙, 소프트웨어 그리고 수학에 의해서만 통제될 뿐, 중앙은행의 정치적 동기에도 인간적 이해관계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장부는 지속해서 업데이트된다. 어떤 항목도 변경할 수 없다. 이 장부의 업데이트에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참가자는 자신이 보유한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다.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의 네트워크 내부에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고 싶게 하는 유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13호
Im Schleudergang
번역 황수경 위원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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