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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기술선진국은 도전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사승인 [146호]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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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책]

조계완 <한겨레> 기자 

   
 

<최초의 질문: 기술선진국의 조건>
이정동 지음 | 민음사 | 1만7천원
한 사회의 테크놀로지(기술)는 기업과 산업, 경제를 이끌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바꾸지만, 그 역동적 진화와 변동 과정은 우리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기술경영·산업공학을 공부하는 이정동 교수(서울대 공과대학)가 2015년부터 연이어 세상에 펴내는 책들은 이 기술혁신의 총체적인 진화 과정을 흡인력 있게, 또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 이번 세 번째 책 <최초의 질문>은 경제와 과학이 짜임새 있게 접합되고 교직된, 경제·경영학자들이 쓴 책에서는 보고 듣기 어려운 이야기와 현장의 서사로 꽉 차 있다.
과거 한국의 산업과 기술은 선진국의 발자국이 뚜렷이 찍힌 눈밭을 걸었다. 앞사람보다 덜 쉬고 더 악착같이, 더 빠르게 걷다보니 어느덧 발자국이 안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제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설원, 즉 ‘화이트 스페이스’ 지점에 당도했다. 여기가 곧 저자가 말하는 “최초의 질문이 이끄는 광막한 화이트 스페이스, 바로 기술선진국의 문턱”이고, 우리 한국 산업·기술이 지금 서 있는 장소다.

화이트 스페이스
저자는 2015년 처음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킨 <축적의 시간> 이후 <축적의 길>을 거쳐, 이제 기술선진국 문턱에 이른 한국에 ‘도전적 질문’이 이끄는 축적 시스템을 주창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디지털·그린 뉴딜,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신산업, 혁신, 융합으로 온통 어지럽고 분주한 우리 시대에 한국이 세계와 인류에 무엇을 제시할지 차분히 돌아보게 한다.
모든 기술혁신은 ‘최초의 도전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최초의 질문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의지와 야망을 담고 있다. 이 질문으로부터 희미한 첫 번째 대답을 구하고, 개선하고, 좋은 쓰임새를 찾는 스케일업을 이어가다보면 마침내 눈사태처럼 지금까지 있던 지형을 완전히 뒤엎고 바꾸는 혁신이 탄생한다.” 2020년대 한국 산업·기술에서 축적 과정(시간과 길)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제출해야 한다.
“최초의 질문을 척척 만들 수 있는 기막힌 방법 또는 좋은 질문을 가늠할 유일한 기준 같은 것은 없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작은 질문이라도 던져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비판받고, 질문을 수정하는 경험을 많이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은 변화하면서 성장하고, “자신의 역사와 스스로 싸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진로를 밟는다.
저자가 말하는 기술선진국은 단지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가 아니다. 일국의 산업·경제를 넘어선다. 단순히 시장에서 잘 팔리는 기술 제품이나 ‘돈 버는’ 기술을 넘어, 2020년대 ‘기술 한국’이 세계와 인류에 무엇을 질문하고 제시할지 고민한다. “더 나은 인류의 삶과 지속가능한 지구의 모습에 대해 질문을 제시하고 해답을 구하는”, 문명사적으로 넓은 시야와 인문철학적 두께가 책 전편에 느껴진다. “한국의 궁극적인 지향이 그저 돈이 많은 고소득 국가일 수 없다. 저마다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 역량을 스케일업 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테크놀로지 과학기술을 다루는 흔한 딱딱한 책을 벗어나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고유한 전망 같은 ‘기술의 인문학적 사유’를 펼쳐 보인다. “우리가 호모사피엔스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살아 있는 한 현재의 우리와 되고 싶은 우리의 사이를 메우려는 도전적 최초의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기술의 시대에 인간이 소실되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함께 진화하기 위한 질문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시장에서 승부에 집착하는 개별 기술·기업을 넘어 여러 기업과 산업,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국가 전체가 상호의존하면서 “서로 등을 맞대며” 함께 진화하고 성장하는 최초의 질문과 이어지며 확산되는 축적 시스템을 주창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기업이나 벤처 혁신가 혼자 돈 많이 버는 도전적 기술혁신이 아니라 다른 기업과 부문, 나아가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성장하는 사회 전체의 집단적 진화 과정이다. 이런 부류의 책은 흔히 앞부분을 읽고 나면 슬슬 지루해지고 느슨해지기 십상인데, 시종 유익하고 자극을 주는 위트를 곁들인 이야기로 풍부하다. 다소 희귀한 경험이다.

   
 

이노베이터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정영목·신지영 옮김
21세기북스 | 4만2천원
<타임>의 전 편집장인 저자가 창의적인 혁명으로 세상을 바
꾼 천재들의 일대기를 세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세계 최초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디지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지음 | 노보경 옮김 | 김영사 | 1만9800원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기까지 천재 개발자들의 불꽃 튀는 경쟁과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1958년 인공신경망 개념 등장, 2007년 ‘딥러닝’ 개발, 2018년 폭로된 미국 국방성과 빅테크의 전쟁용 AI 무기 공동개발 등 AI 역사의 주요 장면이 등장한다. 저자는 AI라는 ‘신무기’가 유용하지만 위험한 양날의 검이라며, 기술적 결함을 보완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초개인주의
상효이재 지음 | 한스미디어 | 3만원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기술의 진보는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까지 고려해 맞춤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초개인화 기술은 본래 의도와 달리 개성과 주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역행한다. 이 책은 ‘초개인주의’(Over-individualism) 개념을 내세워 고유의 자기다움을 가지면서도 개인을 초월해 연대하는 인간 존중의 삶과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기에 대한 명상
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만원
지구의 지속가능성이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육식 산업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배양고기(배양육)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음식인류학자인 저자는 배양고기 개발 현장을 조사한 뒤 이 기술이 육식 문명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배양고기가 실제 고기와 다른 무엇이 되려면 전통적 육식 틀에 포섭되지 않는 좀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6월호

조계완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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