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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노화 되돌리기 성공, 인간 적용 갈 길 멀어

기사승인 [146호]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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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TURE] 생명연장 벤처에 몰리는 돈

영원한 젊음에 대한 열망이 바이오테크 업계를 사로잡았다.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수십억유로를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마침내 신체 세포의 생물학적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노화를 막는 ‘영약’은 위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외르크 블레흐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 미국 생명공학 회사들은 최근 쥐의 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해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Turn Biotechnologies 누리집

영원히 젊음을 유지해주는 수단은 지금까지 오직 동화 속에서나 존재했다. 루카스 크라나흐가 1546년에 그린 그림은 샘에 들어간 노파가 어떻게 젊은 여인이 되어 나오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청춘의 샘을 추구하는 일은 이제 더는 신화가 아니라 놀랄 만한 발전을 보여주는 연구 영역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연구도 이를 보여준다. 쥐의 세포 속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해 다시 처음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쥐의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포 재프로그래밍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생명공학 기술 기업 제넨테크(Genentech) 소속 생물학자 크리스틴 브로우더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세포의)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또한 부분적으로 진행했을 때 후성유전학적 나이를 되돌리며 피부, 신장 그리고 혈청을 젊게 해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노화에 따른 질병에 잠재적 치료 전략으로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노화 방지 투쟁에서 가장 새로운 도전으로 다른 연구자들도 이미 실험을 진행해왔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은 망막의 신경절 세포를 재활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거의 실명에 이른 쥐가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스탠퍼드대학의 비토리오 세바스티아노 박사팀은 인간 체세포를 배양접시에 놓고 회춘 실험을 했는데, 거의 20가지에 달하는 상이한 세포 유형에서 성공했다.
이 모든 획기적 실험 결과는 제약업계에서 수십억 매출을 올릴 블록버스터를 꿈꾸게 한다. 싱클레어는 ‘라이프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라는 회사를, 세바스티아노는 ‘턴바이오테크놀로지’(Turn Biotechnologie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쥐를 이용한 연구에 참여했던 생물학자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는 거의 30년을 몸담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솔크연구소를 떠났다. 그가 간 곳은 ‘알토스랩스’(Altos Labs)라는 회사다.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알토스랩스의 후원자들은 개인적인 우주여행이나 다른 환상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순자산이 48억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이스라엘 국적의 기업가 유리 밀너(60), 재산이 1770억달러를 웃돈다고 회자되는 아마존 창설자 제프 베이조스(58) 같은 사람들이다.
새로 창업한 알토스랩스는 2022년 1월에 벌써 30억달러에 달하는 벤처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제 캘리포니아와 영국에 실험실을 만들 차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전문학술지 <MIT 과학기술 리뷰>에 따르면 알토스랩스는 연봉 100만달러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스타급 급료를 지불하고, 회사 자본의 지분 참여를 제공하며, 번거로운 지원금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대학교수들을 유혹한다. 그들은 두 손 가득 돈을 갖고 미친 짓으로 보이는 실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차지한 일본 출신 의사이며 회춘 프로젝트의 선구자인 야마나카 신야는 자문위원으로 자신의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이사로는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3인 이외에 독일 생물학자 마리아 렙틴이 속해 있다. 렙틴은 쾰른과 하이델베르크에서 연구하며 2021년 10월부터 유럽 연구위원회의 의장이다.
<슈피겔> 인터뷰에서 렙틴은 “세포를 젊게 유지하거나 많은 측면에서 다시 젊게 하는 일에 성공한다면 모든 질병을 줄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노화를 다른 방식으로 멈추려 했다.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수혈하거나 노화세포를 몸에서 제거하려 했다. 특정 자연 물질을 먹는 것이 줄기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은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유망한 접근법으로 인정되는 방식은 나이 먹은 체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초기 배아세포는 여러 세포로 변하기 쉽다. 그 후 성숙하면서 피부세포, 간세포, 심장세포가 된다. 이 과정은 ‘후성유전학적 표식(Marking)’이라고 불리는 특정 흔적을 유전자에 남긴다. 그리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세포가 노화될수록 이러한 표식은 그만큼 많아진다.

   
▲ 생명공학 실험실에서 개의 난자를 수정시키고 있다. REUTERS

노벨의학상 받은 ‘야마나카 인자’
바로 이 지점에서 야마나카는 자연적인 세포의 노화를 돌이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포에 네 가지 특정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마도 후성유전학적 표식의 한 부분이 제거되고, 생물학적 시계가 되돌려지는 것 같다. 이 기교로 100살 남성의 체세포를 배아단계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 세포를 다시 여러 다른 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이 세포는 잠재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품은 것이다.
이렇게 조작된 많은 종류의 만능세포는 연구를 위해 아주 바람직한 재료가 됐다. 생물학자들과 의사들은 비로소 인간 배아를 직접 실험하지 않고 인간 세포의 변화 가능성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이 성과로 야마나카는 노벨상을 받았다.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라는 네 가지 단백질도 노화 방지 연구 중심에 섰다.
생물학자 이즈피수아 벨몬테도 선구자에 속한다. 스페인 태생의 그는 (2016년) 선구적 실험에서 늙은 쥐에게 특정 간격으로 야마나카 인자를 투입하자 그 쥐가 다시 젊어져 거의 3분의 1 정도 수명이 연장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쥐들에게 야마나카 인자를 매주 이틀만 투여했다. 연구자들은 두 번째 실험을 위해 쥐를 3개의 상이한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은 15~22개월 된 쥐로 사람 나이와 비교하면 50~70살에 해당한다. 두 번째 집단은 12~22개월 된 쥐로 사람이라면 35~70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집단은 25개월(사람 나이 80살에 해당) 된 쥐로 야마나카 인자를 한 달만 투여했다.
이 쥐들은 일정 기간 이루어진 실험에서 별문제 없었다. 아무런 처치도 받지 않은 통제집단(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혈액세포에 변화가 없었으며 신경학적 손상이나 암 발병이 일어나지 않았다.
부분적인 재프로그래밍 구상도 대부분 잘 진행됐다. 신장과 피부의 후성유전학적 표식이 훨씬 젊은 동물 같아졌다. 이 외에도 피부가 더 젊어지고, 상처가 더 쉽게 치유됐다. 흉터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었다. 보통 다른 늙은 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즉 혈중 지방 수치도 증가하지 않았다.

회춘함으로써 사망하는 아이러니
연구자들은 (사람이라면) 중년인 동물에게 7~10개월간 야마나카 인자를 투입해 실험한 후 효과를 입증했다. 반면 한 달 정도 처치받은 늙은 동물의 경우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를 통해 또 한 가지 지식을 얻었다. 즉, 세포 시계를 되돌리려면 너무 기다려서는(나이가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시술은 “쥐들에게 7~10개월 동안 시행했음에도 안전해 보인다”고 생물학자 브로우더는 말한다.
그는 “물론 이 방식이 해로울 수 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실험에서 위험이 나타났다. 몇몇 쥐가 그 네 가지 단백질을 지속해 투여받았는데, 며칠 못 가 죽었다. 신체 기관도 세포처럼 제로 상태로 되돌려지다보니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더는 수행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이 교훈은 청춘의 샘물을 너무 많이 마셔도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재생의학센터에서 실험실을 운영하는 콘라트 호헤틀링거는 야마나카 인자의 효력에 연금술적인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현재 이 문제는 실제 데이터보다 과장된 내용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노화 문제가 모두에게 큰 관심거리이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이해할 만도 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생물학자인 그는 <슈피겔>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야마나카 인자가 여러 상이한 회춘 방식 모델에서 정확히 무슨 작용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지금까지 출판된 분석은 대부분 상태를 묘사할 뿐 회춘이라는 실제적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인간에게 적용하기 전에 노화 방지 효과와 그 용량이 어느 정도일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기엔 동물실험으로 얻은 신빙성 있는 기준이 없다. 이런 이유로 호헤틀링거는 과도한 회춘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어떤 인자는 목표 세포가 다른 정체성을 갖도록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생체 조직이 본래의 기능을 못할 수 있다. 이는 사망의 새로운 원인일 것이다. 즉, 회춘함으로써 사망하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암 발병 위험이다. 이전에 쥐로 실험한 경우 젊음을 되찾은 세포 중 몇몇이 갑자기 통제할 수 없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기형종이 생겨나고, 만능세포로부터 추한 혹이 발생했다.
“최신 논문은 여러 달 동안 야마나카 인자를 활성화해도 안전하며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주 유사한 쥐의 모델을 사용한 다른 연구들에서 그 인자를 단기적으로 활성화했을 때도 세포분열은 증가하고 심지어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호헤틀링거는 평가한다.
인간에게 어떻게 회춘 약을 투입하느냐도 분명하지 않다. 이즈피수아 벨몬테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쥐를 유전공학적으로 변화시켰다. 특정 약을 물에 섞어 마시게 했을 때만 네 가지 야마나카 인자의 유전자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유도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 방법을 의학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우선 유전공학적으로 인간을 변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야마나카 인자를 몸에 주사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용량 문제를 명확히 할 수 없다면 위험 부담이 클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를 이용하거나 코로나19 백신에 원용한 것과 유사한 기술을 기초로 하는 유전자 요법이어야 할 것이다. 다른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크리스틴 브로우더는 말한다.
바이온테크 혹은 모더나가 제조하는 코로나19 백신처럼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적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야마나카 인자를 위한 설계 매뉴얼과 함께 mRNA 분자를 인간 몸에 주사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세바스티아노 팀도 인간 체세포를 배양접시 위에서 회춘시키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한다.
이즈피수아 벨몬테도 그의 새 직장 알토스랩스에서 mRNA 분자를 시험하고 있다. 현재 원숭이에게 시험하는데, 언젠가는 인간에게 시험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는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 기자에게 “20년 후에 우리는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생명공학 회사의 내부 모습. REUTERS

젊음을 되찾고 싶은 부자 노인들
호헤틀링거는 그렇게 되기까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엄청난 돈이 ‘청춘의 샘’ 연구에 투자되는 것은 환영한다. 그는 “회춘과 노화는 지극히 뜨거운 주제이지만, 지금까지 거의 연구되지 않은 분야여서 부유한 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비약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물론 몇몇 투자가는 언젠가는 젊어지고 싶다는 개인적 관심이 있을 것이다.” 지금 부자인 그들은 다시 젊음까지 갖고 싶은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12호
Die Jungbrunnen-Kur
번역 최현덕 위원

외르크 블레흐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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