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중국 링거줄에 의존 심화, ‘성공 상징’이 부메랑으로

기사승인 [146호] 2022.06.01  

공유
default_news_ad1

- [FOCUS]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중국 딜레마- ① 무너진 힘의 균형

독일 자동차회사는 글로벌 시대의 제왕이었다. 이제 이 성공의 이면이 드러났다. 폴크스바겐(VW),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충돌 뒤 다음번에는 중국에서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게오르크 파리온 Georg Fahrion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중국 샤오펑의 고성능 전기자동차 P7이 2020년 8월27일 기업공개(IPO) 행사를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밖에 전시돼 있다. REUTERS

슈테판 뵐렌슈타인을 만나려면 엄격한 방역 규칙을 따라야 한다. 폴크스바겐 중국법인 최고경영자(CEO)인 그의 사무실은 베이징에 ‘브이스페이스’(V-Space)라는 이름의 중국 본사 건물에 있다. 중국 수도 한복판에 있는 7층짜리 유리 큐브, 원래는 매우 분주한 장소다. 그러나 2022년 3월 말의 화요일에는 비교적 한가해 보였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강화돼 이 건물은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 <슈피겔> 인터뷰를 위해 뵐렌슈타인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지금은 중국도, 폴크스바겐도 힘든 시기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폴크스바겐의 상하이·창춘 공장 가동이 반복해서 중단되는 것은 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뵐렌슈타인은 팬데믹에 따른 경제활동의 “높은 변동성”,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매일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확인해야 함에 따라 직원이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문제라고 말했다. 2020년 경제침체 뒤 중국은 화려한 경제회복에 성공했지만, 2022년 또다시 비슷한 성과를 올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폴크스바겐 이골프(e-Golf) 생산라인. REUTERS

글로벌 성공 시대는 끝났다
지금 중국에선 폴크스바겐과 독일 자동차산업의 ‘태풍의 눈’이 만들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베엠베, 벤츠는 강대국의 링거줄에 매달려 있다. 이들 회사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중 30~40%가 중국에 판매된다. 전기자동차도 중화인민공화국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배터리셀 같은 핵심 기술 대부분을 아시아 제조업체에 의존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침체에도 중국은 지배적인 기술강국으로 발전했다.
독일 자동차회사의 보스들이 걱정 없이 글로벌화의 성공을 축하하던 시대는 일단 끝났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이 최악의 경우 산업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음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일깨워줬다. 하지만 자동차회사는 중국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 본사의 우려도 더 두드러진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을 ‘체제 경쟁자’(Systemic Competitor)로 칭했던 독일연방산업협회(BDI)는 내부 문서에서 ‘전제정권과의 상호 의존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결론은 의존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유럽”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서구 동맹에” 통합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같은 핵심 산업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시아 전역의 의존도가 이미 너무 높아진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벤츠는 15년 사이 사업 중심지가 극적으로 이동했다. 크라이슬러 매각과 미국 중심의 트럭 사업 분사로 그룹 전체 매출 중 중국 매출 점유율이 10% 미만에서 30% 이상으로 높아졌다. 벤츠의 주요 주주는 더 이상 도이체방크 같은 독일 금융기관이 아닌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소유주 리수푸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럽 북미 중심의) 대서양 기업에서 유라시아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경영컨설팅회사 지오이코노미카(GeoEconomica)의 CEO 스벤 베렌트는 말한다.
베엠베와 폴크스바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폴크스바겐에 가장 중요한 판매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 해마다 창출하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매출 없이는 계획 중인 첨단기술 그룹으로의 전환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개발 엔지니어를 2만~3만 명 고용했다면서, CEO 헤르베르트 디스는 “이는 무엇보다 중국 고객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폴크스바겐의 미래는 “중국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독일 회사 폴크스바겐은 중국에 완전히 의탁하고 있다. 조달도 마찬가지다. 알루미늄의 60%와 배터리 소재인 흑연의 80%가 중국산이다. 게다가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또한 중국은 배터리셀에 사용하는 첨단기술 원료의 가공 부문에서도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는 세계시장의 약 50%를 점유한다.
중국과 폴크스바겐, 이 조합은 수십 년 동안 독일 산업 역사에서 큰 성공 사례 중 하나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양국 경제에 이익을 주는 공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전통 깊은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과 떠오르는 기술 강국인 중국의 힘의 균형은 그사이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중산층 공략
2021년 9월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브랜드 CEO 랄프 브란트슈테터는 중국의 새로운 경쟁업체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얼마 전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의 전기자동차를 운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중국 기업은 전기 구동장치와 디지털 기술을 마스터했을 뿐만 아니라 품질과 제조 역량 역시 크게 향상됐다. 폴크스바겐의 문제는 중국이 저가 자동차 시장에 머물지 않고 테슬라처럼 폴크스바겐의 영역이던 중산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1월, 폴크스바겐그룹 CEO 디스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다음 골프(Golf·폴크스바겐의 대표 세단 모델)가 테슬라가 돼서는 안 된다. 다음 골프가 중국 자동차가 돼서도 안 된다. 다음 자동차의 아이콘은 또다시 볼프스부르크(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도시)에서 만든 자동차가 돼야 한다!”
짜증 나는 것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아시아와 미국의 자동차와 비교할 때 폴크스바겐 모델은 부분적으로 구식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시아와 미국의 자동차는 오래전에 인터넷과 연결돼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한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최신 모델만 가능하다. 폴크스바겐은 아시아 고객을 위한 노래방 기능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경쟁사 미국의 테슬라는 노래방 기능은 물론 그에 알맞은 전용 마이크까지 판다.
수십 년 동안 자사 자동차를 독일에서 대부분 개발한 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제조·판매하는 전략을 고수했던 폴크스바겐은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과거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자체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폴크스바겐 고객은 볼프스부르크의 엔지니어가 어떤 자동차를 선보이든 만족해야 했다.
폴크스바겐 본사에 떠도는 공포 시나리오는 폴크스바겐이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잃는 동안 중국 회사는 독일 시장을 조금씩 정복한다는 것이다. 마치 테슬라처럼 말이다. 샤오펑(Xpeng), 니오(Nio), 폴스타(Polestar) 같은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는 이미 유럽에 진출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중국법인 CEO 뵐렌슈타인은 개방적이고 쾌활한 사람이다. 그는 마치 이런 상황이 그의 기분을 저조하게 할 수 없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전년도의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 “세계적인 구조적 반도체 병목현상으로 생산에 심각한 제약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전기차가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내부 비판? 자사의 전기차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주문 추이가 매우 좋고 수요가 많다. 그러면 전기차의 전망은? “2021년보다 출하량을 최소 2배 이상 늘리고 싶다.”
약간의 인사이동과 새로운 소프트웨어센터로 이를 위한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뵐렌슈타인 CEO는 말했다. 뵐렌스타인은 2022년 8월부터 브랜드 CEO 브란트슈테터의 직무를 이어받을 것이다. 그는 지역 고객의 요구에 더 잘 맞추기 위해 현지 개발을 강화하려 한다. 반도체 부족 상태도 조만간 완화될 것이다. 중국은 “근미래에도 단연코 가장 큰 성장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폴크스바겐그룹 CEO 디스는 경영진 앞에서 강조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변함없다. 폴크스바겐은 세계 정세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서구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대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산업 형태로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기술 생태계의) 분리, 이른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비판하지만, 자국 내에선 스스로 추진한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이를 직접적으로 느낀다.

   
▲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China Daily/REUTERS

현지 생산의 위험성
중국과 서구 국가 사이의 관세 및 경제적 갈등이 심화할수록 글로벌 기업이 쌍방을 만족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양쪽의 법 규정이 때때로 서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제재와 역제재, 공급망 규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심지어 이 규정 가운데는 미국에선 금지됐지만, 중국에선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사항도 있다.
독일에 있는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의 그레고어 제바스티안은 “독일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아시아 시장을 위한 수출 허브로 만들려 한다”고 말한다. 중국 시장을 아시아 진출의 회전축으로 삼는 테슬라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은 현지 생산 기업에 물·전기·철강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이런 (현지 생산) 전략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동시에 큰 위험성을 수반한다. 서구와 충돌할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매출이 위협받는다. 킬(Kiel)세계경제연구소의 무역 전문가 카트린 카민은 현지 생산이 지정학적 위험에서 해방된다는 뜻이 아니라 “무역 분쟁이나 지정학적 대립이 심화하면 중국에서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서구 기업과 제품을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분야의 경우, 외국 기업들은 지도 서비스에서 사실상 중국 서비스 업체와 협력하도록 강요받는다. 폴크스바겐 중국법인 CEO 뵐렌슈타인은 중국에서 자동·자율 주행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야만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 드론 제조업체 DJI(大疆)와 협력하고 있다.

ⓒ Der Spiegel 2022년 제15호
Am Tropf der Weltmächte
번역 황수경 위원

게오르크 파리온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