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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좋지만… 지갑 닫는 소비자

기사승인 [146호]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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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른 식량위기- ③ 유기농도 흔들

지몬 부크 Simon Book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마리아 마르콰르트 Maria Marquart
<슈피겔> 기자

   
▲ 2021년 7월30일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크로프의 축산농가 모습. REUTERS

농부라면 셈에 능하고 기대를 품기도 하며, 의구심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하덴펠트의 농부 얀 리스케는 자신의 유기농 농장에 젖소 추가 구매를 고민할 당시, 컨설턴트들의 만류에도 “결국 젖소를 추가 구입했다”고 <차이트> 취재진에게 털어놓았다. 컨설턴트들은 젖소가 늘어나면 일은 늘어나고 수익 증가는 미미하다며 만류했다. 얀 리스케가 컨설턴트들의 충고를 듣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소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리스케는 함펠더호프(Hamfelder Hof)의 일원이다. 함펠더호프는 함부르크 인근에 낙농업 목장을 보유한 유기농 영농조합 비오란트(Bioland) 산하의 38개 농장이 연합한 농업 커뮤니티다. 친환경적인 사육농장 조성을 위해 초원 방목 증대와 동식물 보호 면적 확대, 그리고 농장 노동 여건 개선을 기치로 내건 함펠더호프는 자체 생산한 우유를 북독일 슈퍼마켓에 납품하고 있다.
리스케가 사육하는 젖소 100여 마리는 축사에서 마리당 넓은 면적을 누리고 있다. 리스케는 착유실과 액비탱크(축산 분뇨를 자원화해 발생한 액상 비료를 저장하는 탱크)를 포함한 축사시설 공사에 총 130만유로(약 17억원)를 투자했다. 액비탱크 바로 옆에는 송아지와 암소를 위한 일종의 모자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시설 공사에 70만유로가 소요되며, 현재 건축자재 가격 급등을 고려하면 총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리스케는 동물복지와 자연보호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상당한 추가 부채를 기꺼이 짊어진 셈이다. 그의 투자가 수지 맞으려면, 고객이 그의 친환경 목장에서 생산한 값비싼 우유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 독일 뮌헨의 유기농 슈퍼마켓에 유기농 우유 제품이 진열돼 있다. REUTERS

3년 준비해 20센트 인상하자마자…
함펠더호프는 2021년 10월 우유 가격을 20센트 올렸다. 당시에도 20센트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함펠더호프는 지난 3년 내내 20센트 가격인상을 준비해왔다.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유팩에 가격인상 배경 설명까지 인쇄했다. 가격인상으로 우유 1리터 가격은 1.59유로가 되었는데, 이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우유 가격의 두 배이다.
함펠더호프는 축사 공사, 디젤 및 자재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유 가격을 벌써 다시 올려야 할 상황이다. 아직 38개 농장주는 우유 가격을 또다시 인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38개 농장주는 우유 가격 추가 인상이 불러올 후폭풍이 너무나 두렵다. 어렵사리 확보한 고객들이 가격인상으로 이탈하는 것을 지켜볼 여유 따위는 그들에게 없다.
농장주들 사이에 가격 폭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인플레이션은 독일의 유기농 목장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질 전망이다. 2022년 3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6% 이상 껑충 뛰었다. 몇 달 전부터 운송 인프라는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식료품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에너지 가격은 끝없이 고공행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은 모든 기업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대기업들과 투기업자들이 수급난을 우려하면서 사료 및 식료품 가격도 급격하게 올랐다.

   
▲ 독일 바이에른주 운터하힝에 있는 알나투라 유기농 식품 매장 표지판. REUTERS

셋 중 하나 “친환경제품 포기 의향”
소비자는 물가인상폭에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슈피겔>이 입수한 쾰른의 무역연구소(IFH) 최신 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2명 중 1명은 물가상승으로 삶의 수준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 수치는 18~29살 연령대에서 70%에 이른다. 게다가 독일 국민 3분의 2는 고가 제품, 특히 지속가능하게 생산되고 인증된 제품의 구매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유기농 제품군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태도는 “뼈아픈 지점”이라고 보리스 헤데 무역연구소장은 지적한다.
지난 몇 년간 친환경 식료품 업계는 순풍을 탔다. 기후 전환, 동물복지 및 경작 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압박,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세계무역 지형 변화로 공정하고 건강하게 생산한 지역 생산 식료품 수요가 늘어났다. 다만 이들 식료품은 일반 식료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독일에서 2021년 한 해 지속가능성을 기치로 내세운 식료품의 매출액은 160억유로(약 21조원)에 육박했다. 유기농 시장은 15년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유기농은 일부 부유한 소비자의 전유물에서 대중운동이 됐다. 단돈 10원이라도 아끼려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도 유기농 식료품 구매에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 대형마트 알디(Aldi)나 리들(Lidl)도 유기농 식료품의 거대한 흐름에 올라탔다. 그렇게 모든 소득 계층이 일순간 친환경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했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들은 연초에 “동물복지를 더 고려한” 우유와 종에 적합하게 사육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만 판매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최저가라는 경쟁력 덕에 스테디셀러가 된 식료품은 2030년까지 매대에서 치워질 전망이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식료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친환경업계는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친환경”이 머지않아 소수의 사치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목장을 운영하는 야노쉬 라이만은 자신의 함펠더호프 우유를 부의 상징이 아닌 공정한 거래로 생각한다. 적잖은 소비자가 낙농업체들이 의미 있는 투자를 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유기농 우유에 의식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함펠더호프 소속 모든 목장은 송아지와 어미 소가 같은 공간에서 지내도록 2025년까지 축사를 개조 혹은 신축해야 한다. 사육 소의 복지 현황 증거자료를 모으기 위해 축사에 비디오를 설치한 낙농업자들도 있다.
이러한 각종 투자가 전혀 효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 최대 유기농마트 알나투라(Alnatura) 경영진은 향후 소비자가 “소비를 자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1984년부터 친환경 식료품을 외부 슈퍼마켓과 자체 슈퍼마켓에서 유통하는 알나투라는 최근 10억유로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독일 유기농협회인 나투를란트(Naturland)의 슈테펜 레제 대표는 최근 물가상승이 지난 몇 년간의 긍정적인 시장 추이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레제 대표는 “지속가능성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 독일의 냉동식품기업 프로스타. 프로스타 웹사이트

품질보다는 가격
반면 나투를란트의 경쟁업체인 비오란트(Bioland)는 향후 친환경 시장 추이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핵심 소비자층은 가격인상에도 친환경제품에 등을 돌리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친환경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불안 요소”라고 비오란트의 농업전문가 게랄트 베데는 말한다. 어쩌다 한 번씩 지갑을 여는 소비자를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들이고 마케팅을 했던 터라 유기농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에데카헤센링(Edeka Hessenring) 대표로 47년째 유기농 식료품 업계에 몸담은 한스리하르트 슈네바이스는 독일 고객의 니즈 예측에 일가견 있다. 슈네바이스 대표는 머지않아 “가격이 품질보다 구매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친환경제품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며, 소비자에게 친환경제품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로 인해 친환경 시장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고 한다. 여타 슈퍼마켓 운영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친환경제품보다 저렴한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다.
독일인이 가구소득에서 식료품 구매에 지출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한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독일 국민의 44%는 식료품 지출을 계속 줄일 생각이다. 기업컨설팅업체 매킨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경우 이 수치는 55%에 달한다. 현재 대다수 독일인은 친환경제품이나 건강한 상품에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 그 주범은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물가인상의 흐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 대형 식료품업체는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로 인한 여파는 2022년 여름이 돼야 드러나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물가인상이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지속가능성으로의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유럽연합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농업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경작지 제초제 사용 감축은 과도한 규제로 식료품 수급난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 EU 집행위는 기존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부들의 편의를 봐주는 셈이다.
물가 급등은 지속가능성의 호황에 두고두고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홀거 렝펠트 사회학과 교수는 인간이 본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종에 적합한 동물 사육, 건강한 환경, 적절한 기후 등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사안에서, 특히 인간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꺼린다고 한다. 또한 1920년대 인플레이션은 현재의 화폐가치 절하와 비교 대상이 되기 힘들다. 특히 당시와 지금 사회는 완전히 다르다. 1920년대가 개인의 생존 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물질주의 사회였다면, 21세기는 포스트모던 사회다. 인간의 기본욕구가 이미 충족된 포스트모던 사회는 기후, 동물 그리고 환경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친환경업계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대책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병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플로리안 바우어는 지적한다. 독일 뮌헨공과대학 행동경제학자인 플로리안 바우어 명예교수는 무역상사와 대기업 대상으로 가격 전략을 상담해준다. 친환경업계가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실수는 소비자가 지속해서 가격을 비교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확한 가격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으며, 기껏해야 각 제품의 가격을 대충 짐작할 뿐이라고 바우어 교수는 설명한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더라도 친환경제품은 이보다 조금 더 비싸도 전혀 문제없다는 것이다.
바우어 교수는 친환경 농부들에게 유기농 식료품을 기존 식료품의 대안이 아닌 환경, 자연 그리고 지구를 위한 친환경 이미지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유기농 식료품을 위한 추가 지출을 기본 의식주 지출과는 별도로 바라보게 되고, 따라서 친환경 생산업자들은 기존 식료품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화 전략이 탈출구
냉동식품기업 프로스타(Frosta)의 펠릭스 알레르스 대표는 이미 몇 년 전 이 방법을 시도한 바 있다. 프로스타는 고객에게 자사의 냉동식품이 집밥과 똑같은 맛을 선사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자사의 냉동채소와 냉동생선에 화학조미료나 색소, 향을 일절 넣지 않고, 유기농 식료품도 공급하겠다고 홍보했다. 프로스타는 단순히 오랫동안 보관 가능한 냉동식품에 그치지 않고, 포장재를 플라스틱 대신 두꺼운 종이로 대체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도 홍보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신토불이 식료품 공급을 홍보했다. 물론 가격은 그만큼 인상됐다.
프로스타의 전략은 적중했다. 매출은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회복하더니 지속해서 늘어났다. 다만 지금은 프로스타의 사업 환경도 좋지만은 않다. 프로스타가 구매하는 식자재 일부의 가격이 무려 50%나 올랐다. 프로스타는 늘어난 비용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고스란히 전가하려 한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인상되는 소비자가격이 엄청나다”고 알레르스 대표는 말한다.
알레르스 대표는 과거에 채식이 추세로 자리잡기를 바랐다. 어느덧 채식은 주요 흐름이 됐고, 어느 식당에서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이 메뉴의 일부가 됐다.

ⓒ Der Spiegel 2022년 4월16일 제16호
Bio, der neue alte Luxus
번역 김태영 위원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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