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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와 중산층 이주… 자산관리 성황·주택난 가중

기사승인 [148호]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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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중국의 싱가포르 이민 바람- ① 현황

양민 楊敏 저우원민 周文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6월12일 리시팅 마이루이바이오메디컬 회장(가운데)이 모교인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에 1억680만위안 규모의 ‘리시팅 기금’을 만들어 기증식을 열었다. 리시팅은 2022년 싱가포르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다. 마이루이 누리집

“싱가포르에서 집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가?” 금융업계 종사자 천시 가족은 최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해 집을 찾고 있다. 임차료 예산을 늘렸지만 아직 적당한 집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싱가포르의 신축 주택단지 시공이 중단돼 약속한 시기에 입주할 수 없었다.
최근 국경이 열려 많은 외국인이 취업과 학업을 위해 싱가포르에 입국해 집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다. 싱가포르 부동산소개 사이트 99.co와 부동산거래 사이트 SRX가 공동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4월 임대 매물 주택은 3월보다 21% 줄었다. 임대료는 2.3% 올라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2021년 4월보다 15.1% 올랐다.
싱가포르의 새로운 이민자인 천시는 “거의 매주 친구들을 접대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싱가포르로 이주한 뒤 중국과 홍콩에서 온 친구들을 잇달아 만났다. 가족이 모두 이주한 친구도, 가족 대표로 와 현지 상황을 알아보는 친구도 있다. 그는 습하고 더운 날씨와 단조로운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의 인기는 갑자기 치솟았다.

부호 순위 대변동
천시 같은 전문직 종사자 외에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 기업인도 늘었다. 선전시에서 이주한 기업인이 최근 싱가포르 부호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 4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리시팅(71) 마이루이바이오메디컬(Mindray, 邁瑞生物醫療)전자주식유한공사 공동창업자 겸 회장은 재산이 176억달러(약 23조원)로 싱가포르의 ‘전통’ 부호 가족들을 제쳤다.
리시팅 회장은 중국 안후이성 당산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졸업했다. 40살이던 1991년 국유기업에서 퇴직해 선전에서 동료와 함께 마이루이를 창업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싱가포르 10대 부호 가운데 4명이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신이민자’다. 한 명은 대만에서 이주했다. 중국 훠궈 음식점 하이디라오(海底撈) 창업자 장융은 6위였다. 그는 2019년과 2020년 싱가포르 최고 부자로 선정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 금융과 자산관리 서비스의 중심지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기업인과 중산층을 끌어들였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 이민자들이 새로운 세력이 되어 현지 부호의 판도를 다시 짜고 있다. “누리꾼에게 욕을 엄청나게 먹었지만 기업의 국제화를 막을 수는 없다.” 장융은 2019년 재산 138억달러로 싱가포르 부호 1위에 올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 전통 부호 가족이 장악했던 싱가포르 부호 순위가 바뀌자 여론의 관심이 쏠렸다.
쓰촨성 젠양시 출신의 장융은 20여 년 만에 작은 훠궈 식당을 시가총액 1천억위안(약 19조원)이 넘는 상장사로 키웠다. 2018년 홍콩에 상장한 하이디라오의 주가는 계속 올라 장융의 재산도 따라 늘었다. 하이디라오의 투자설명서에서 장융 부부의 국적을 싱가포르로 소개했고, 주소지는 싱가포르식물원 근처 고급 독채 빌라였다.
부호 순위는 경제와 업계 발전을 보여주는 풍향계다. 현지의 기업 환경과 경쟁력도 드러낸다. 장융이 이주하기 전까지 싱가포르의 최고위 자산가는 동남아 전통 부호들이었다. 싱가포르 부동산기업 파이스트그룹(Far East)과 홍콩 시노그룹(Sino)을 소유한 로버트 응·필립 응 형제가 10년 동안 싱가포르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세기에 ‘남양군도로 남하’한 중국계로 부동산, 은행, 금융, 팜유 등 전통산업에 종사한다. 파이스트그룹의 응 형제와 폰티악랜드그룹(Pontiac Land)의 크위 형제, 훙릉그룹(Hong Leong)의 릉 벵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렸다. UOB(United Overseas Bank)를 창업한 위 초 야우 가족과 메이뱅크(Maybank) 창업자 쿠 텍 푸아트 가족은 은행과 호텔을 운영한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쿡 쿤 홍 가족은 팜유 제조사와 부동산업체를 경영한다. 아시아 최대 도료 제조사 닙시그룹(Nipsea, 立時集團)과 니폰(Nippon,立邦)의 창업주 고 쳉 리앙은 페인트 사업으로 부를 일궜다.
규모를 확장하던 하이디라오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주가는 2021년 2월 85.80홍콩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수직 하강했다. 2021년 말에는 대규모 폐점을 선언했다. 2022년 5월 중순 기준 하이디라오의 시가총액은 약 790억홍콩달러(약 13조원)로 최고치에서 80% 넘게 줄었다. 최대주주 장융의 개인 자산도 급감했다.

   
▲ SEA그룹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2017년 10월20일 기념사진을 찍는 리샤오둥 최고경영자. 리샤오둥은 2021년 싱가포르 최고 부호에 올랐으나 사업 실적과 규제 문제로 SEA의 주가가 떨어져 재산이 크게 줄었다. SEA 누리집

중국 축소판
동남아 지역에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중국의 다른 이민자가 2021년 싱가포르 최고 부자가 됐다. SEA그룹 최고경영자 리샤오둥이다. 톈진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9년 싱가포르에서 SEA를 창업했다. 게임·전자상거래·금융이 주요 사업 분야이며, 텐센트가 SEA의 핵심 주주다. 업무 구조가 비슷해 SEA는 ‘동남아의 작은 텐센트’라고 불렸다.
2017년 SEA는 주당 15달러의 발행가로 뉴욕증시에 상장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륙한 동남아 최초의 기술기업이 되었다. 2021년 8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리샤오둥은 재산 198억달러로 싱가포르 최고 부호에 올랐다. 그러나 2021년 11월부터 사업 실적과 규제 문제로 SEA의 주가가 떨어져 리샤오둥의 재산도 크게 줄었다. 최근 <포브스> 부호 순위에서 장융과 함께 자산규모 53억달러로 6위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환자 감시장치, 인공호흡기, 초음파기기 등 의료기기 수요가 급증해 마이루이의 판매실적이 크게 늘었다. 리시팅은 2021년 4월 <포브스> 부호 순위에서 재산 215억달러로 장융을 추월한 데 이어 2022년 싱가포르 부호 1위에 올랐다. 그의 자산도 약간 줄었지만 중국에서 온 다른 부호들보다 감소폭이 적었다.
싱가포르 부호 집단은 중국 경제와 산업의 축소판이 되었다. 그중에 암호화폐도 무시할 수 없는 분야다.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창업자 자오창펑이 싱가포르 부호 순위에 등장했다. 장쑤성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이민 간 뒤 2017년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로 성장했다.
2022년 1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자오창펑은 순자산 941억달러로 중국 생수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중산산 회장을 꺾고 ‘중국인 최고 부호’가 됐다. 캐나다 국적인 자오창펑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현지 부호들과 교류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폭락하면서 자오창펑은 중국인 최고 부호 자리에서 내려왔다.
중국에서 이민 온 부호들은 싱가포르 현지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 자문에 참여한 학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부동산·광업 등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산업을 꺼리고 선진 제조업과 혁신 과학기술 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는 지식재산권 보호에 치중하고 기업환경과 법치환경을 개선했다. 디지털자산, 암호화폐,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혁신 산업 성장을 위한 환경도 조성했다.

   
▲ 싱가포르 고급 주택 단지들. 최근 사업 등의 목적으로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중국인과 취업·학업을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이 늘어나 집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REUTERS

금고 보관소
“자본은 더 안전하고 유리한 장소를 찾는다. 유럽과 미국의 자금이 점점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더중(德衆)회계사사무소 파트너 류번은 지난 1년 동안 미국, 뉴질랜드, 홍콩, 상하이 등 세계 각지의 고액 자산가를 만났다. 세계 최대 역외금융센터이자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스위스의 최근 조치는 고액 자산가의 불안을 키웠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외교 정책을 고수하던 스위스가 전통을 깨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했다. 러시아 관련 개인과 기관의 자산을 동결하고 스위스 기업과 러시아 기업의 업무 교류를 금지했다. 5월12일 스위스 정부는 제재에 따라 63억스위스프랑(약 8조4천억원)에 이르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가오하오 중국 칭화대학 세계가족기업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조치로 스위스는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이후 자리를 굳힌 세계 최고 자산관리 중심지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중국인 중심 사회다. 현재는 리스크가 적지만, 지정학적 변동이 발생하면 비슷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중립국을 고수하던 싱가포르도 3월 러시아 제재를 선포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방역 조치를 완화했고, 아시아 최초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뉴노멀’ 시대를 선언했다. 입출국 규제가 완화되자 싱가포르는 부호들이 ‘금고’를 보관하는 새로운 선택지가 됐다. 류번은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기간 정부의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행정과 양호한 의료시설, 금융 환경 등 강점을 보여줘 세계 각지의 고액 자산가를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부호들이 자산을 보관할 안전한 장소로 싱가포르를 찾았다면, 중국 기업인은 사업의 발전을 위해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중국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남아 개발도상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러 기업이 동남아에서 가장 발전한 싱가포르에 지역 본사를 설립했다.
“우리는 실력을 갖추고 동남아에 진출했다.” 2022년 5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황웨이 GDS(萬國數據服務有限公司) 회장은 “중국 클라우드컴퓨팅 업체가 동남아 진출을 서두른다”며 “GDS도 중국 고객의 수요에 부응해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으며 앞으로 동남아 현지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 의류, 탄산수 등 소비재 브랜드를 소유한 중국 기업인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털 창업자인 왕펑은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한 중국 기업인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 기업인은 단순히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지역 사업을 담당할 사무실을 싱가포르에 마련하고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기업인과 임원의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이런 움직임은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했다. 전문적으로 초고액 자산가 가족의 자산관리와 승계를 돕는 패밀리오피스는 서비스를 하는 가문의 수에 따라 단독(SFO)과 집합(MFO)으로 나뉜다.

   
▲ 2022년 7월5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URC)에서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중립국을 표방하는 스위스는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해 고액 자산가의 불안을 키웠다. REUTERS

패밀리오피스 성황
과거 중국과 동남아 부호들이 자산 투자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홍콩이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홍콩을 따라잡을 기세다. ‘2021년 딜로이트 국제자산관리센터 순위 보고서’는 싱가포르를 스위스 다음의 중립적인 국제금융 중심지이자 경쟁력 순위 2위인 국제 자산관리 중심지로 선정했다. 홍콩은 3위에 그쳤다. 홍콩의 국제 자산관리 업무는 싱가포르보다 규모가 크지만 최근 성장률이 둔화됐다.
싱가포르 정부도 자산관리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산업정책과 세수정책, 이민제도의 개혁을 추진해 자산관리업 발전을 지원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자료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패밀리오피스가 2017~2019년 5배 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20년 말 기준 싱가포르에 있는 SFO가 400곳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금 이동과 출처에 싱가포르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SFO 수량과 자금 유입에 관한 권위 있는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자산관리 업계 전문가는 “싱가포르는 이번 기회에 편하게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 설립 신청이 급증하자 신청 요건이 강화됐다. 2022년 4월11일 싱가포르통화청은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4월18일부터 설립 신청하는 패밀리오피스가 세무보조계획(싱가포르 소득세법 130 면세 계획)의 혜택을 받으려면 자산 규모가 1천만싱가포르달러(약 93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2년 안에 2천만싱가포르달러로 늘려야 한다. 이전에는 자산 규모의 최저 기준이 없었다. 새 지침은 패밀리오피스의 상업적 지출과 현지 투자에 관한 요건도 엄격해졌다.
최근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가 늘었지만, 일부는 신분과 자산 이전을 위해 설립 후 실제 운영하지 않아 ‘좀비’ 상태였다. 국제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rnst&Young)의 아태지역 가족기업 담당자 데즈먼드 테오는 “패밀리오피스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새 정책이 패밀리오피스 증가는 물론 싱가포르의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고에 도움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번은 “싱가포르 정부가 자산운용과 금융투자의 주체인 패밀리오피스로 금융중심지의 위상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에 관한 신규 정책이 알려지자 고객들이 당황했지만 결심을 굳혔다. 우리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10명 가까운 고객이 패밀리오피스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도왔다.”
지난 2년 동안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신청한 사람의 배경에 약간 변화가 있었다. 자산관리 업체 종사자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는 중국 상장사의 사장급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투자하거나 자산관리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2021년부터는 주 고객에 40살 이하 기업 임원과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포함됐다. 일하는 분야에 변화가 생겼거나 새로운 생활환경을 찾기 위해, 혹은 자녀의 교육 환경을 고려해 싱가포르 이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패밀리오피스 설립을 신청했다.

ⓒ 財新週刊 2022년 제22호
新加坡移民新勢力
번역 유인영 위원

양민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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