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기획] 주택담보대출의 덫 ③ 정부 대책과 대안
지몬 부크 Simon Book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슈피겔> 기자
▲ 클라라 가이비츠 독일 건설주택부 장관(가운데)이 2022년 7월2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지사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최근 내 집 마련 지원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REUTERS |
부동산 문제는 독일의 열악한 주택 상황에서 기인하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독일보다 자가보유율이 더 높다. 독일 중앙은행은 그 원인으로 ‘고가의 부동산 취·등록세’와 실거주 자가주택 대출이자의 상환 어려움을 꼽는다.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에선 취·등록세와 대출이자 상환 모두 독일보다 주택 매입자에게 더 유리하다.
유럽연합 여타 회원국에서는 실거주용 주택 매입을 권장하고 세금 혜택도 있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경제적 약육강식 법칙이 지배한다. 시장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사람들이 이러한 시장의 압박을 느낀다고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의 옌스 베케르트 소장은 말한다. 국가가 몇 년 전부터 개인에게 점점 더 많은 리스크를 전가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자기 집에 대한 열망을 더 키우게 할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내 집을 마련해 시장의 권력에서 해방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불안이 가중되는 환경에서 안전”을 희구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의 절망 크기에 비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
부동산금융업자 클라인 박사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독일에서 주택 매입자는 평균 31만9천유로(약 4억2천만원)의 대출을 받는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5년 전만 해도 평균 대출액은 20만유로에 불과했다.
독일의 새 정부가 연간 40만 가구 주택 건설 목표를 실행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건설업계 사람은 거의 없다. 독일연방 주택산업협회(GdW)에 따르면 건설자재비 인상과 원자재 수급난으로 독일 전역에서 공사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제는 신규 공사 프로젝트가 수립되지도 않고, 설계가 통과돼도 공사가 진행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주택산업협회 악셀 게다슈코 대표는 “향후 몇 년간 재앙적 결과”를 경고한다. 신규 주택 수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2021년 신규 주택 공급은 29만3천 가구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방안은 정치권이 내 집 마련 지원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추겼던, 내 집 마련 때 지급하는 아동수당 바우킨더겔트(Baukindergeld)의 실패 이후 클라라 가이비츠 건설주택부 장관(사회민주당)은 내 집 마련 지원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가이비츠 장관은 최근 단독주택 매입을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신 “젊은이들은 구축 주택을 매입한다”며 시골 지역의 구축 주택 매매 인센티브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합주택 확대도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는 좋은 방안이다. 이를 위해 가이비츠 장관은 조합주택 채권 매입을 위한 독일재건은행(KfW) 대출액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조합주택 가입자는 최대 10만유로를 대출받을 수 있다. 또한 연방정부는 15% 수준의 대출 원리금 감면을 지원한다.
한편, 최대 레버리지는 부동산 취·등록세다. 2006년 연방 주정부가 부동산 취·등록세액을 정할 수 있게 되면서 취·등록세율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부 주에선 취·등록세율이 부동산 매매가의 6.5%에 이른다. 그래서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생애 첫 실거주 집을 구매할 때 연방 주정부가 소득공제를 적용하도록 검토 중이다. 기독교민주-기독교사회 연합은 성인과 어린이 1명당 15만~25만유로의 소득공제를 계획 중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4인 가구가 생애 첫 실거주 집을 장만할 때 취·등록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연방 주정부들이 이에 동참할까? 연방 주정부는 부동산 취·등록세 수입이 필요하다. 2021년 부동산 취·등록세 수입이 183억유로였다. 심지어 함부르크시는 2023년부터 취·등록세 세율을 현행 4.5%에서 5.5%로 올린다.
임차 뒤 매입 가능 주택
자가주택 구매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내 집 마련 및 거주 콘셉트일 것이다. 임대차 스타트업 ‘오너’(OWNR)의 설립자 닐스 콜레의 구상이 대표적이다. 콜레는 어느 이른 오전 함부르크 남서부의 노이불름슈토르프에서 자신이 매입할 테라스하우스 앞에 서 있다. 과거 고급 부동산 중개업체 엥겔&케르스(Engel & Völkers)에서 일했던 콜레는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집주소 순서대로 도로에 나열된 것”을 마음에 들어 했다. 집주인들이 주거환경을 꼼꼼하게 챙긴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97㎡ 주택 매매가는 42만9천유로(약 5억7천만원)다.
콜레는 이 집을 비롯한 부동산을 실거주용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다. 오너는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는 고객에게 매입한 부동산을 임대한다. 고객들은 해당 지역의 평균 월세보다 높은 임차료를 지급한다. 대신 세입자는 1년6개월에서 최대 4년 동안 직접 살아본 뒤 입주를 결정할 수 있다. 세입자는 이사를 나갈 수도, 계속 거주할 수도, 해당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양쪽은 초기 계약을 체결할 때 매매가를 미리 정한다. 스타트업 오너는 연간 3.5%의 평균 물가인상률을 토대로 매매가를 산정한다. 3.5%는 지난 5년간 물가인상률의 절반 수준이다. 매매가에서 이미 낸 임차료의 10%가 공제된다. 오너가 다양한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지만, (직접) 매입보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금리인상은 닐스 콜레와 그의 사업모델에 축복이다. 내 집 마련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2년 초부터 오너로 들어오는 문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최근 지역 은행이 콜레에게 부동산 매입용으로 최대 1억6천만유로를 대출해줬다.
콜레는 자신의 사업모델을 통해 내 집 마련 꿈도 못 꾸는 수천 명을 자가주택 소유주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고객에게 자기자본을 계속 저축할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은 내 집 장만을 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콜레에 따르면, 살아본 뒤 주택을 매입하는 임차인은 금리 0.5%를 절감한다.
▲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이 2022년 7월1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2026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생애 첫 실거주 집을 구매할 때 연방 주정부가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REUTERS |
공동마을 지향하는 조합주택
프레데리크 피셔는 주택난을 이상향적 프로젝트 ‘공동마을’(KoDorf)로 해결하려 한다. 브란덴부르크주의 비젠부르크에 그의 공동마을 중 하나가 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지역고속철로 1시간10분 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역사(驛舍) 바로 맞은편 부지에 공동마을이 들어설 예정이다.
피셔는 잡초가 어지러이 난 거대한 벽돌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오래된 제재소 부지에 주택 4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각 주택은 최대 80㎡로, 전체 주택은 약 100명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젊은이, 노인, 매니저, 수공업자 등 다양한 사람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대신 신설된 조합의 지분을 매입했다. 자신만의 거실을 포기한 대신 조합 지분을 매입해 옛 제재소에 주방, 사무실, 자동차수리점 등이 포함된 700㎡ 크기의 공동공간을 얻는다. 이들은 출퇴근에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기차를 이용한다.
피셔는 몽상가일까? “나는 오히려 현실주의자에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소음공해, 폐쇄성, 주거비 인상 등으로 더는 예전의 베를린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베를린 주민들이 주거 현실에 눈뜨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베를린은 “적잖은 사람에게 삶의 중심지로서 의미를 잃었다”고 한다.
비젠부르크 공동마을에서 어린이집 입소난은 없다. 고리대금도 아니다. 물론 국가에서 지원하는 1㎡당 거주지원비 10유로 이상을 받더라도 공동마을 입주가 저렴하지는 않다. 대신 조합원은 넉넉한 공동면적과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받는다. “수많은 대도시 주민이 이제 평생 대출을 안고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평생 거주 안정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2022년 말까지 4헥타르 규모의 옛 제재소는 철거될 예정이다. 2024년에 첫 입주가 이뤄지기를 피셔는 기대한다.
공동마을 수요는 엄청나다. 피셔의 조합에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피셔는 공동마을 프로젝트가 실패하리라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현재 두 번째 공동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이번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다.
다만 피셔의 유일한 우려는 대출이다. 은행은 수익지향적이지 않은 조합원의 부동산 금융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지자체 비젠부르크는 피셔에게 해당 부지의 장기 임차권을 넘겨줬는데, 주로 비용이 발생하는 내역은 공사비다. 공사비는 이미 2천만유로로 계상돼 있다. 이 금액에는 인플레이션이 고려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피셔는 설계 단계에서 예산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해당 부지에 주택을 더 지어 공동공간 면적을 줄이려 한다. 이런 노력이 은행에 호소력이 있을까? 은행이 너무 오랫동안 대출을 주저하면 피셔와 조합원들은 이자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면 평생 안정적인 주거권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
ⓒ Der Spiegel 2022년 제25호
Wird der Eigenheimkredit zur Falle?
번역 김태영 위원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