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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홍콩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사승인 [149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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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로 보는 자본주의] 프리즈 아트페어 서울 개최

이승현 미술사학자

   
▲ 프리즈 아트페어가 2022년 9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2021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 REUTERS

십수 년간 4천억원 근방에 머물던 한국 미술시장 거래액이 2021년 두 배 이상 크게 성장하면서 9천억원을 돌파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경매시장 3300억원, 화랑 4400억원, 아트페어 1500억원 등을 더해 약 9200억원 규모다. 팬데믹의 여파로 3300억원으로 위축됐던 2020년에 비하면 약 세 배로 커졌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서울옥션의 시가총액은 한때 6천억원이 넘었고, 연초에 신규 상장한 케이옥션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거의 시장규모에 육박했다.

시장규모, 선진국의 5분의 1도 안 돼
한 나라의 미술시장의 적정한 크기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장규모 또는 세계 시장 대비 자국 시장의 비중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선진국 미술시장의 크기는 GDP 대비 0.1~0.2%인데 한국 시장은 아직 0.02%로 선진국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비중은 1% 정도인데 GDP 점유율이 2%가량인 데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10년 이상 넘지 못한 수치를 단숨에 두 배로 돌파했지만, 한국 미술시장은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해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이런 시장의 급성장은 대개 어떤 임계점을 돌파하면서 나타난다.
1인당 소득수준은 소비 형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통상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바꾸며,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고 한다. 집이나 차와 같은 삶의 기본적 요건이 충족되면 그 이후에는 비로소 가구나 그릇, 인테리어나 와인, 하이엔드 오디오 등 나만의 취향을 추구하게 된다. 미술품은 그중에서 자신의 취향을 가장 고급스럽고 값비싸게 즐길 수 있는 재화다. 이런 이유로 부유층에겐 취향을 넘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지위를 과시하는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은 미술시장 도약의 임계수준인 국민소득 3만달러에 2019년 도달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 순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2020년 경제와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위축된 심리가 해소되면서 2021년 국민소득은 3만5천달러로 급성장했고, 지연되면서 누적된 욕구는 2021년 미술시장에서 한꺼번에 표출됐다. 게다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미술품의 실구매층인 최상위 부유층의 수와 부의 규모를 집약적으로 늘리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이 때문에 2022년은 미술시장 1조원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2년 미술시장을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배경에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9월 서울 개최가 있다. 프리즈는 세계 최상위 갤러리들과 컬렉터들이 참가하는 ‘아트 바젤’에 버금가는 권위의 아트페어다. 그동안 국제적인 아트페어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다. 국내 갤러리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다가 2021년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공동개최하는 조건에 프리즈가 합의하면서 2022년 첫 행사를 열게 됐다.
프리즈를 향한 기대는 단순히 거대 아트페어의 거래 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도시 홍콩의 정치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 기능을 서울로 가져올 수 있는지 이 국제 아트페어의 개최로 가늠해보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서울로 몰려드는 세계적 갤러리들
프리즈의 서울 개최가 확정되면서 쾨니히, 타데우스 로팍, 글래드스톤 등 국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서울에 이미 지점을 오픈했다. 기존의 페이스나 리만머핀 등도 공간을 확장 내지 이전하는 등 서구 메이저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혹자는 대략 2023년 말까지 홍콩에 있는 서구 메이저 갤러리 대다수가 한국에 지점을 내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한다. 크리스티에 이어 소더비가 국내에 사무소를 낸다는 소식도 들린다. 허브 기능의 완전 이전이 아니더라도 이제 우리도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에 가야 볼 수 있던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미술관이 아닌 상업 갤러리에서 손쉽게 접하게 됐다. 이는 서울이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도시 기능을 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미술품 다음으로 값비싼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업체들에도 한국은 주요 ‘테스트 베드’로 떠오르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군이 패션과 가방 위주에서 뷰티·주얼리, 리빙 순으로 확대되고,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생겼다.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최고급 승용차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이제 벤츠나 BMW로는 더 이상 고급 승용차 행세를 할 수 없게 됐다.
한편에선 인플레와 금리인상으로 인해 경제와 더불어 자산시장 전반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극화와 더불어 도래한 3만달러 시대의 겉모습은 국민소득 4만5천달러의 홍콩과 다를 바가 없다. 한국의 구매력은 세계 최고의 미술품, 고급 명품, 승용차 업체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프리즈를 찾는 세계적인 갤러리와 컬렉터들에게 한국의 유망한 작가를 선보이고, 명품 브랜드와 국외 업체에 한국의 뛰어난 디자인과 제품을 보이는 내실을 가꾸는 것이어야 할 듯싶다.

*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증권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7년을 다니다 작은 금융자문회사를 차렸다. ‘선진’ 금융을 보급한다고 했으나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혼자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와 호텔에서 2주가량 지낼 정도로 미술에 미쳐 미술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9월호

이승현 shl219@hanmail.net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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