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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틱톡·저가 공세로 서구 젊은 세대 사로잡다

기사승인 [149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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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논란의 패션기업, 쉬인- ① 초고속 성장의 비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이 패션계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속으로 생산한 의류를 저가로 판매하는 이 재벌기업의 연매출액은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지만 젊은 고객들은 이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지몬 부크 Simon Book
야네 크뇌들러 Janne Knödler
<슈피겔> 경제부 기자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슈피겔> 베이징 특파원

   
▲ 중국의 저가의류 브랜드 쉬인이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쉬인의 로고와 카트 모형, 키보드를 놓고 찍은 사진. REUTERS

첫눈에는 두 의상이 똑같아 보인다. 유전자 복제품인 듯 말이다. 초록과 갈색, 베이지색 무늬가 섞인 옷. 할머니 댁에 걸린 커튼 같은 느낌을 살짝 주기도 한다. 치마 부분 왼쪽이 깊게 트이고, 위쪽 목 부분은 짧은 터틀넥으로 돼 있다. 모든 것이 아주 흡사하다. 단 하나, 냄새만 빼놓고 말이다. 두 벌 중 하나에선 새 옷에서 나기 마련인 냄새, 이를테면 그 옷이 담겼던 상자 자체의 냄새가 난다. 반면 다른 옷은 악취를 풍긴다. 플라스틱 냄새다.
처음 언급한 옷은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기업 자라(Zara)의 제품이다. 두 번째 옷은 중국의 재벌기업 쉬인(Shein)에서 만들었다. 쉬인은 ‘울트라패스트패션’(Ultra-Fast-Fashion) 혹은 ‘실시간 패션’(Real-Time Mode)의 추세에서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다.
이 새 흐름은 지난날 자라와 에이치앤엠(H&M)을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던 바로 그 요소가 절대적으로 강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더 신속히, 더 싼 가격으로, 더 혁신적인 상품을 생산한다는 목표 말이다. 쉬인은 이 목표를 다른 기업보다 훨씬 철저하게, 그리고 거리낌 없이 추구한다.

   
 

패션에 관심 없는 최초의 패션기업
여기서 ‘베끼기’는 그 자체가 콘셉트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베꼈다는 사실을 뻔뻔하게 부인한다. 마크 제이콥스(미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이자 루이뷔통의 수석디자인 감독)의 가방을 카피(복사)한 제품을 쉬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우리 회사 특유의 상품”이라고 소개하는 게 그 사례다.
베끼기 대상은 해당 업계의 대기업들만이 아니다. 쉬인은 중고시장 이용자가 내놓은 고급 탱크톱(어깨와 팔이 다 드러나는 윗옷), 미국 남캘리포니아 출신 시골 악단 멤버들이 입었던 셔츠 같은 것도 그대로 베껴 판매한다. 대부분 직접 손뜨개질해서 만든 것을 파는 미국의 어느 여성 디자이너의 디자인도 쉬인이 40개 넘게 모방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 베끼기 콘셉트로 쉬인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연평균 매출량이 매년 배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분석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자라와 에이치앤엠은 고객이 많이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쉬인의 ‘회원’인 구매자 수는 연 200% 이상 늘었다. 그들의 지출액 역시 불과 2년 새 거의 두 배로 늘어나, 미국 고객의 경우 쉬인 제품의 구매액은 1인당 월 89달러에 이른다. 데이터분석 기업인 어니스트리서치(Earnest Research)의 시장분석가 마이클 말루프는 이 현상에 대해 “중국인이 ‘정말 대단한 것’을 성취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쉬인은 2021년 한 해에만 전세계에서 160억달러(약 20조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독일 패션업계 총수익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쉬인은 자사의 수입과 관련한 통계 수치를 발표한 적이 없다. 투자가들은 쉬인의 기업가치가 1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한다.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와 에이치앤엠을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신생기업 가운데 쉬인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의 바로 뒤인 3위를 차지한다.

   
▲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 자라는 쉬인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REUTERS

이 성공 이야기가 지금 시대정신에 꼭 부합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패션기업은 환경파괴자 이미지를 벗어버리려 애쓴다. 이를테면 직원들의 향상된 노동조건, 지속가능한 소비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언급하는 식으로 말이다. 쉬인의 방식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 즉 ‘싸야지. 그게 제일 중요해.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람?’이라는 요구에 좀더 솔직한 대답인 셈일까.
쉬인은 패스트패션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키는 기업이 아니라, 패션에 전혀 관심 없는 패션기업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옷을 그저 데이터의 종합으로만 여기는 기업, 본질적으로 단순히 기술만 작동시키는 기업 말이다.
사실, 쉬인의 잠재력은 제품의 품질 향상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추천 알고리즘을 더욱 정확히 분석하고 적용하는 것에 있다. 어린 고객이 쉬인 제품을 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오래 앱에 머물면서 이 회사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베끼기 외에) 바로 이것도, 쉬인이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지금처럼 대성공을 거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러나 30살 이상은 이런 성공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이유일 것이다.

   
▲ 에이치앤엠(H&M) 역시 쉬인의 공세에 노출돼 있다. 2022년 8월2일 모스크바의 H&M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러시아 시민들. REUTERS

30대 이상은 몰랐던 틱톡 마케팅
쉬인의 창립 이야기는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그리 분명하지 않다. 창립 연도는 2008년 혹은 2012년 등 자료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난다. 중국 동부에 자리잡은 도시 난징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는 ‘쉬인사이드’(Sheinside)라는 상호로 올라왔고 웨딩드레스를 파는 회사였다.
‘크리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창립자 쉬양톈에 대해서도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중국 신문들은 쉬양톈이 해안지방인 산둥성 출신이고 그곳 칭다오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검색엔진 최적화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썼다. 그런가 하면,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고 워싱턴대학을 졸업했다고 보도하는 매체도 있다. 쉬양톈 자신은 물론 그의 기업도, 지금까지 인터뷰를 비롯해 공개된 게 없다. 중국의 한 신문은 2020년에 쉬양톈이 “어떤 내용을 막론하고, 귀사가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쓸 경우 나는 단연코 귀사를 고소할 겁니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주장한다.
쉬양톈은 2014년 광저우로 회사를 옮겼고, 이듬해 그는 원래의 상호에서 뒤쪽의 네 글자를 떼어버린다. 쉬인사이드(Sheinside)에서 쉬인(Shein)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동시에 취급 품목도 신부복에서 남성·아동·여성 의류로 확대됐다. 검색엔진을 최적화하고 상품 가격을 크게 낮췄다. 쉬인은 중국 시장을 판매처로 여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기업의 목표 그룹은 항상 패션에 돈을 많이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외국의 젊은층이었다. 중국 내에선 경쟁 압력이 너무 높아서였을 것이다.
쉬인은 신속하게 인플루언서들을 사업에 끌어들였다. 제1세대 틱톡 스타인 애디슨 레이처럼 저가 상표 제품을 선전하는 인플루언서, 그리고 <비비의 뷰티 팰리스>를 운영하는 독일 유튜버 비앙카 클라센(일명 비비) 등이 여기 속한다. 이런 대형 스타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비용은 훨씬 적게 드는 사업 파트너로 쉬인이 선택한 소형 스타들도 있다. 바로 10만 명 이하의 팔로어를 가진 매크로 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으로, 그날 산 쉬인 제품을 걸치고 거실 거울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올린다. 이 활동의 대가로 폴리에스터 비키니나 인조가죽 가방을 받는다.
인플루언서의 프로필에 ‘팔로어에게 15% 할인을 해주고 인플루언서는 소액 수수료를 받는다’는 자막이 나와 있지 않은 한, 일반 시청자는 자신들이 지금 광고 영상을 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이 전략으로 쉬인은 2020년 틱톡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쉬인 해시태그를 단 비디오는 이 플랫폼에서 320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2500만 명 이상의 접속자가 이 회사의 영어 인스타그램 채널을 구독했다.
24살의 여성 블로거 알렉산드라 힐드레트는 “누군가가 특정 옷을 입으면 갑자기 모두가 바로 그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단 한 장의 사진이나 비디오 영상 한 장면에서 보인 멋진 패션이 플랫폼 전체로 확산하는 이 현상을 그는 “마이크로 트렌드”라고 부른다. 순식간에 일어났던 이 과대광고는 또 그만큼 빨리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고객으로서는 “시기를 놓쳤다”는 느낌이 들기 쉽고, 그러면 이내 “다음 트렌드를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쉬인은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기업들보다 이 과대광고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수십억 매출을 냈다. 사업 규모에 걸맞게 이 기업이 생산하는 의류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2022년 6월 마지막 주에는 매일 1천 점 이상의 신상품이 온라인에서 선보였다.
쉬인은 <슈피겔>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마케팅 책임자 몰리 미아오는 기술전문매체 <테코노미>
(Thechonomy)에 기고한 글에서 재벌기업 쉬인의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라면 패션회사는 고객 한명 한명이 각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옷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많은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결국 모든 옷이 “단 한 벌씩만 생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의 최소화, 유연성의 최대화
쉬인이 어떤 방식으로 이 이상에 한발 한발 가까이 가는지를 광저우 본사는 잘 보여준다. 중국 남부 광둥성의 성도인 이 도시에는 “국제적인 패션 브랜드를 위해 일할 일꾼을 구합니다”라고 쓰인 붉은색 광고문이 곳곳에 걸려 있다. 낡은 공장 건물 안에서, 슈퍼마켓 창고에서, 아니면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에 그냥 나와 앉은 채로, 사람들이 4유로(약 5천원)짜리 탱크톱과 플라스틱 핸드백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 가내 재봉업의 사장들 사이에서 쉬인은 환영받는 고용주다. 이 재벌기업이 여기서 생산된 제품 전부를 일괄 매입하고, 매입 2주 안에 확실히 대금을 지급한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업계에서 임금 계산은 종종 작업이 마감되고 석 달이 지나서야 겨우 이뤄지는데, 간혹 아예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쉬인은 추가 주문을 소량으로만 한다. 의류 100점일 때도 있고, 겨우 50점일 때도 있다.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에 도착한 뒤 어떤 상품이 웹사이트와 앱에서 각각 조회되고 또 판매되는지 회사 자체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어떤 탱크톱이 입소문이 난다면, 다음날 길모퉁이 재봉 작업장에서 바로 그 옷이 만들어진다. 반면 어떤 옷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경우에도, 일의 아귀가 잘 맞기만 하면 쉬인 쪽의 손해는 기껏 한두 점 정도 초과 주문한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위험의 최소화, 유연성의 최대화다. 재봉 작업을 쉬인의 소프트웨어와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생산의 전 과정이 현기증이 날 만큼 신속하게 진행된다. 회사 쪽 발표에 따르면, 디자인(또는 베끼기)에서 판매까지, 사흘에서 닷새면 될 정도로 말이다.
중국 기업가들에게 데이터를 토대로 작업을 진행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기술분석가 루이 마는 설명했다. 고객은 다양하고 도시와 지방, 빈곤층과 부유층 간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쉬인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아는 척하지 않는다. 대신 소량의 상품으로 시험한다. 그런 뒤, 판매된 상품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쉬인은 오래전에 의류만을 생산하던 한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요즘은 가구, 화장품, 반려동물 용품도 생산한다. 바로 이것이 많은 전문가가 쉬인을 다른 패션기업들과 비교하는 일이 더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라고 소매업 전문가 게리트 하이네만은 지적한다. 오히려 쉬인은 앞으로 제2의 알리바바나 아마존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출자자들만큼은 이 사실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

ⓒ Der Spiegel 2022년 제28호
TikTok für Klamotten
번역 장현숙 위원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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