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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싹쓸이에 인력난 허덕

기사승인 [149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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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독일 휩쓰는 구인난 ③ 비상 걸린 공공부문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알렉산더 프레커 Alexander Preker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요하나 바그너 Johanna Wagner 프리랜서 기자

   
▲ 임금 경쟁에서 민간부문을 따라갈 수 없는 공공부문은 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독일 오버바이에른주 파이팅(Peiting)시의 공공 수영장. 파이팅시 웹사이트 갈무리

인력난이 제일 심각한 곳은 공공부문이다. 공공부문에는 전문인력 45만 명이 부족하다. 국가는 연봉 등 민간기업들의 노동조건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온도계는 26℃를 가리킨다. 이날은 수영하기에 완벽한 날이다. 하지만 수영장에는 방문객이 단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물장난하는 소리나 물장구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수영장에는 정적만이 흐른다. 파이팅(Peiting)시의 파도풀은 현재 기술 점검을 위해 임시 가동 중이다. 필터는 한 번씩 물을 채워줘야 한다. 수영장이 몇 개월째 휴업 중인 이유는 단순하다. 수영장을 관리할 숙련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오버바이에른주의 파이팅시뿐만 아니라, 독일 전국 지자체들은 수영장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페터 오스텐리더(50) 시장은 이 상황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생각이다. 2020년에 취임한 오스텐리더 파이팅 시장은 온갖 저항에 대처하는 것에 익숙하다. 현재 그의 정치 현안은 공공 야외수영장 운영관리를 맡을 슈퍼바이저 채용이다. 여름 시즌에 야외수영장 폐쇄 결정을 내리는 정치인은 안티 양산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오스텐리더 시장은 수영장을 운영관리하는 슈퍼바이저를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충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염소가스 설비와 파도 설비 때문에라도 수영장 관리에 전문인력 최소 3명은 필요하다. 수영장 운영관리를 맡을 슈퍼바이저 교육 기간은 3년이다.

   
▲ 독일 본에 있는 법원 건물. 요즘 독일 법원은 인력이 부족해 주택 매매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REUTERS

멈춰선 공공시설과 서비스
오스텐리더 시장은 지역 방송사 <라디오 오버란트>(Radio Oberland)와 함께 최근 수영장 슈퍼바이저 채용을 위한 홍보영상을 제작했다. <라디오 오버란트>의 전파를 탄 홍보영상에 “당신의 직업적 성공을 위해 파도를 타라”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수영장 슈퍼바이저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파이팅은 뮌헨에서 남서부 방향으로 70㎞ 떨어져 있다. 파이팅역에서 기차는 매시간 정각에 운행한다. 파이팅의 실업률은 2022년 6월에 2.5%로, 실질적으로 완전고용 상태다. “지역 민간기업들이 인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구직자들은 이제 직업교육도 필요 없다. 공장 교대근무만 하면 급여 수준이 확연히 좋아진다.” 공공부문 기본 임금협약에 지정된 급여보다 자동차 하청업체나 물류업체, 혹은 지역의 고급 온천 직원의 급여 수준이 더 높다.
이제 지자체들도 인력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웃 지자체 슈타른베르크가 뮌헨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공공부문 직원들에게 교통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후, 파이팅의 인력난이 더욱 악화했다고 오스텐리더 시장은 말한다. 파이팅에는 수영장 슈퍼바이저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인구 1만2천 명의 파이팅은 도로·교통 관리요원, 어린이집·유치원 보육교사, 보육원장, 아이스링크 슈퍼바이저, 공공기관 행정전문요원 등 9명을 채용 중이다.
독일에서 공공부문 종사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몇 년간 유치원 종일보육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책 점검, 러시아 에너지기업 신탁 관리 업무 인수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신규 인력 수요는 더 커졌다.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추산치에 따르면, 2030년 공공부문에 전문인력 100만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수많은 업종에 필요한 총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공공부문 인력난은 국가 존립의 핵심 목표인 국민의 안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 PwC 연구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폴커 할슈는 “인력난 해결은 공공부문이 미래에 핵심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인력난으로 법원은 주택 매매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의사 채용에 두 발 벗고 나섰다. 슈투트가르트나 베를린 등의 대도시에서는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독일 서비스업계 노조(Ver.di)의 추산치에 따르면 2021년에만 독일 전국에서 보육교사 17만3천 명이 부족했다. 베를린의 유치원들은 인력난으로 이미 입소 통지문을 보낸 아이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스텐리더 시장에게 특히 가슴 아픈 대목은, 지금까지 파이팅 야외수영장에서 연간 어린이·성인 70여 명이 배웠던 생존수영을 2022년에는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생존수영 수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수영장을 찾았던 부모들도 이제는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그래도 오스텐리더 시장이 채용 공고를 냈던 세 자리 중에서 한 자리는 채울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채용된 루트비히 루이 뮐러(39)는 수영장 전문요원으로 손의 힘이 거의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급이다. 뮐러가 수영장 슈퍼바이저로 채용되면서, 오스텐리더 시장은 수영장 시설 일부라도 개관해 최소한 수영 강습이라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로 수영장 재개관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수영장 온수 장비가 운송 과정에서 크레인과 충돌해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수리에 몇 달이 소요될 것이다. 뮐러 슈퍼바이저는 그동안 야외수영장에서 잡초 제거 업무를 할 것이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여기는 내년이면 우림으로 변할 것이다!”

   
▲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레스토랑과 술집이 강제로 문을 닫은 동안 많은 종사자가 업계를 떠나버렸다. 또다시 봉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들의 복귀를 막고 있다. 2021년 11월 슈타우다흐에게른다흐의 한 레스토랑 주인이 텅 빈 가게에 앉아 있다. REUTERS

일할 사람 없어 휴업 중인 식당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레스토랑과 술집들은 수개월 문을 닫아야 했다. 많은 종사자가 업계에서 완전히 떠나버렸다. 현재 서비스업계 인력은 4만5천여 명이 부족하다. 또다시 봉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임시직으로 일하는 것조차 주저했다.
관리자로 일하는 오트마어 딜라마어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캠핑장 접수처 앞에 서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신사가 그에게 다가와 묻는다. “아직 문을 안 열었습니까?” “네.”
신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러면 내일 오겠습니다.”
“아직 문을 못 열었습니다. 사람을 못 구했어요.” 딜라마어는 이 말을 이날에만 여러 번 하게 될 것이다.
헤어디자이너 출신의 딜라마어는 최근 미용실 운영을 접었다. 그리고 그는 파트너 베냐민 아른트와 함께 뉘른베르크에서 프랑켄 지역의 딩켈스뷜로 이사했다. 그는 1월부터 캠핑장 시캠프(Seecamp)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렸던 제2의 인생은 지금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캠핑장은 더할 나위 없이 잘되고 있다. 문제는 동시에 120명이 식사 가능한 레스토랑 캠프사이드(Campside)에 있다. 레스토랑은 캠핑족과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다. 레스토랑을 매일 운영할 인력만 있다면 말이다.
레스토랑은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인 성금요일에 개장했다. “개장일에 레스토랑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런데 서빙 인력은 두 명밖에 없었다. 나는 새벽 4시까지 요리를 했다.” 두 사람은 부활절 휴일 이후 사흘 밤낮 동안 밀린 잠을 보충했다.
레스토랑 캠프사이드에는 여전히 정규직원이 없다. 현재 레스토랑에 정규직원 10명이 필요하다고 아른트는 말했다. “문제는 시즌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레스토랑 직원은 겨울이면 실업자가 돼야 한다. 대체 누가 그걸 감수하겠나?” 게다가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어야 한다. 450유로를 버는 임시직도 레스토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임시직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올가을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바로 재봉쇄에 들어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식업계만큼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요식업계의 불안감은 엄청나다. 요식업이 2021년 수개월 동안 문을 닫은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임시직이 그랬다.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요식업계 종사자 중에는 팬데믹 위기를 이직 기회로 삼은 이도 있었다.
요식업계는 전통적으로 이직률이 높다고 고용연구소의 엔초 베버 교수는 말했다. 베를린 요식업계에서는 정규직 10명당 3명이 1년 안에 업계를 떠난다. ‘미니잡’(Mini Job·한 달 수령액 450유로 이하 일자리 또는 1년에 70일 이하 노동 일자리) 종사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요식업계를 떠났다. 일상적인 시기라면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만큼 신규 지원자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배달업, 슈퍼마켓 혹은 코로나19 검사진료소가 다른 업종 종사자들을 빨아들였다고 베버 교수는 설명했다. 서비스업이 인력을 체계적으로 훔쳤다는 말도 있다. 2022년에 타 업종 인력을 빼가는 것은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만…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는 4만5천 개가 넘는다. 시장은 이에 전형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부족한 재화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고용주들이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임금인상에 합의했다”고 식음료·요식업노동조합(Food, Beverages and Catering Unon)은 환호했다. 독일호텔·요식업협회는 임금이 두 자릿수 올랐다고 전한다. 일부 지역에선 초봉 급여가 30% 인상되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간당 급여가 12유로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식업계 인력 채용에 특별한 스펙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고 베버 교수는 말했다. 그래서 그나마 피고용자의 권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몇 년 뒤 인구구조가 완전히 달라지면 요식업계 상황은 힘들어질 것이다. 산업계나 은행업과는 달리 요식업계 서빙 인력은 기술로 대체하기 힘들다. 디지털화도 요식업계 서빙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 로봇으로 실험하는 식당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손님은 단순히 배만 채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웃으며 서빙하기를 원한다.
딜라마어와 아른트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캠핑장의 레스토랑 문이 다시 닫히기를 바라지 않는 장기 캠핑족들 덕택이다. 연휴가 낀 어느 주말, 레스토랑은 북새통을 이뤘다.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즐기던 캠퍼 자비네 베츨(54)은 레스토랑이 마치 불난 호떡집 같아 자발적으로 테이블을 치웠다고 한다.
이후 베츨은 주말이면 레스토랑에서 일손을 거든다. 감자를 튀기고 설거지도 한다. 그의 남편 안드레아스 베츨은 맥주 서빙을 도맡아 하고 있다. 부부는 “레스토랑이 다시 문 닫는 일이 없도록” 자발적으로 도움을 보태고 있다. 이제 레스토랑은 적어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딜라마어와 아른트는 계속 레스토랑 서빙 인력을 구하고 있다. 이들이 여름 한철 장사에 기대하는 것이 있을까? “살아남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Jetzt brennt die Hütte”
번역 김태영 위원

플로리안 디크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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