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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막되 친환경 속도 내야

기사승인 [151호]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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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에너지 위기, 벼랑 끝 기업- ③ 기후중립은 기회인가

지몬 보크 Simon Book
지몬 하게 Simon Hage
등 <슈피겔> 기자 7명

   
▲ 2022년 3월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가동 기념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곳에서 전기자동차에 이어 배터리도 생산하려던 애초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REUTERS

테슬라가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에 설립하려던 기가팩토리 계획을 보류하고 대신에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2022년 9월14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로 자동차업계는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의 미래는 다가오기도 전에 이미 과거가 돼버린 것인가?
독일 자동차업계는 상황이 그렇게까지 가지 않으리라고 아직은 믿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자사의 기존 투자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고 확언한다. 한스 디터 푀치 감독이사회 회장은 “폴크스바겐그룹의 모빌리티·에너지 전환을 위해 자체 배터리 공장이 유럽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그는 유럽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정치권의 신속한 대응도 요구했다. 향후 2~3년 동안 에너지 가격에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역설했다.
시장경제주의를 신봉하는 푀치 회장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지난 몇 년간 기업과 정치권에 잘못이 없었는지, 독일은 얼마나 취약한지, 전환 단계가 얼마나 민감할지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등 적잖은 의문을 낳았다.
클레멘스 퓌스트 ‘IFO경제연구소’ 소장은 독일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토대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기도 전에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가스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 시스템을 해체한 것은 중차대한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최근 가스·전력 비용 위기로 산업계의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장기간 지지부진하면서 화석연료 의존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몇 년 뒤 가스·전력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에너지 전문가 토르스텐 헨첼만은 “기업들은 위기 모드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에서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독일 레버쿠젠에 있는 화학제품 제조업체 코베스트로 본사의 모습. 마르쿠스 슈타일레만 코베스트로 CEO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중단으로 “독일 생산기지가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값비싼 가스 가격이 독일의 에너지집약적 산업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REUTERS

테슬라, 독일 공장 설립 보류
이번 위기가 독일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팬데믹으로 문화계와 요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면, 에너지 위기로 독일 재계도 복합적 프로세스를 갖춘 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레스토랑은 비교적 쉽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지만, 화학공장은 그러지 못한다.
마르쿠스 슈타일레만은 화학 대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의 최고경영자(CEO)다. 과거 바이엘 자회사였던 코베스트로는 석유를 원료로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코베스트로 제품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폼매트리스나 건물 단열재에 들어간다. 코베스트로는 대기업 중에서도 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코베스트로는 석유 대신 바이오매스(에너지로 전용하거나 특정 공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농작물, 폐기물, 목재, 생물)를 토대로 하는 원자재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폼매트리스 리사이클링도 연구 중이다. 그래도 생산의 대부분은 석유와 가스로 이뤄진다.
슈타일레만 CEO는 전망과 관련해 비관과 낙관 사이를 오간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급의 종말은 “독일 생산기지가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값비싼 가스 가격이 독일의 에너지집약적 산업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공비료 원료 등의 가격은 80% 정도가 가스 비용에 달렸지만, 고도로 전문화된 화학제품의 경우 “제품에 따라 상관도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는 생산공정이 너무 복합적이고, 다른 기업들과도 복잡하게 연계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도기업 바스프(BASF)도 독일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바스프가 있는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화학공단은 단일 생산기지로서 가스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바스프는 독일 내 암모니아 생산을 크게 줄였고 대신 수입을 늘렸다. 수많은 화학제품 생산이 서로 연계돼, 함께 생산하는 것이 고효율적이다. 따라서 개별 에너지집약적 생산공정을 완전히 분리해 국외로 이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바스프 쪽은 밝혔다.
바스프 등 화학기업들은 어차피 대륙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기를 지난다면 화학 대기업들은 새로운 생산기지를 국외에 구축할 수밖에 없다. 바스프는 신규 화학공단을 중국에 짓기 위해 100억유로(약 13조9천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은 한번에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서서히 이뤄지는 법이다.

독일 2위 철강업체의 낙관
독일 경제는 이제 수년간 서서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독일 산업의 죽음이 서서히 찾아올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집약적인 기존 산업계의 한 관계자가 낙관적인 전망을 한 것은 뜻밖이다. 그는 바로 독일 2위 철강업체 잘츠기터(Salzgitter AG)의 군나르 그뢰블러 CEO다. 그는 “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산업 전환을 더욱 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뢰블러 CEO는 방금 뮌헨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봤다. 잘츠기터 자회사 KHS가 뮌헨 박물관에서 열리는 ‘드링크텍(DRINKTEC·음료기술) 박람회’에서 병입 설비를 선보이고 있다. 박람회장의 KHS 부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박람회가 전통적으로 옥토버페스트(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말~10월 초에 열리는 맥주 축제) 시기에 열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츠기터의 핵심 사업인 철강이 높은 가격으로 상당한 수익을 남겼다. 잘츠기터의 용광로를 가스가 아닌 석탄과 코크스로 주로 가동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뢰블러 CEO는 딜레마에 처했다. 그는 2033년까지 잘츠기터 에너지원을 100% 전력으로, 그것도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철강은 유럽에서 철강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기회”라고 그뢰블러 CEO는 말한다. 여기에는 객관적 계산이 뒷받침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기후대응 입법안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설계하면서 탄소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지금도 철강 1t 생산에 160유로 이상의 탄소비용이 발생한다고 그뢰블러 CEO는 계산했다. 이 비용을 계속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계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유럽은 “대륙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산업 중 하나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잘츠기터는 2033년까지 수십억유로를 탈탄소화에 투자해야 한다. 탈탄소화 투자가 결과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지는 전력 가격과 고객들이 친환경 철강에 더 많은 돈을 낼 용의가 있는지에 달렸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은 에너지 대기업들로부터 ‘횡재세’를 거둬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REUTERS

‘횡재세’는 실제 징수될까
그뢰블러 CEO는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확신한다. “독일에서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고 여기서 전체 가치창출망을 유지하려 한다. 잘츠기터 주주들도 이를 원한다.” 다만 재생가능한 에너지 확충이 장기적으로 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전력시장이 구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독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독일 정부에서 관련 숫자가 하나 돌아다닌다. 가스 가격 급등 탓에 가스 수입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부 장관은 ‘독일 고용주의 날’에 “국가의 역량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면서도, 국가는 에너지 비용 인상으로 야기된 모든 손실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날 공식 석상에서 특히 타격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지원금 계획을 소개했다. 매출액의 3%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모든 업체에 수익 유무와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마도 매출액의 2%로 기준을 낮춰야 할 것이다.
국가 지원금 규모는 여전히 미정이며, 기업들은 신속한 국가지원금 지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베크 장관은 ‘에너지 비용 억제 프로그램’에 시간과 공을 좀더 들이려 한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스분담금(Gasumlage) 도입으로 빚어졌던 참사다(가스공급 업자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철회한 일 –편집자). 국가지원금은 상황에 따라 소급 적용돼 2022년 9월분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국가지원금이 지급돼야만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응급처치는 어차피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주지 못한다. 고통의 원인 제거를 위해 유럽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통일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에너지 고비용으로 파산하는 것을 막아주는 한편, 유럽을 친환경 산업의 요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21년 그린딜(2050년까지 역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 정책)에서 이러한 미래 비전을 구상했다. 유럽연합이 2050년 기후중립을 달성하려면 풍력과 태양열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하고, 기저 부하(전력 수요가 최소일 때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발전 용량)를 위해 원전과 가스발전소를 추가해야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 계획은 폐기되고 말았다. 상황이 나쁘게 돌아간다면, 유럽의 철강·화학 대기업들은 탈탄소를 이루기 전에 국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빠지지 않도록 ‘시장개입 비상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유럽연합 각국 정부들은 전력 생산 및 에너지 대기업들에 횡재세를 거둬 빈곤 가계를 지원하고 에너지 소비를 절감해야 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1400억유로에 달하는 가계 부담 절감을 약속했다. 그런데 횡재세는 실제 징수될 수 있을까?
각국 정부들은 지난 몇 달간 2300억유로 이상을 에너지지원금으로 지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 내부 리스트에 따르면, 에너지 지원 대책의 15%만 지급 대상이 특정됐고 그것도 한시적이다.
게다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에너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스페인과의 가스관 확충을 반대한다. 독일은 마지막 남은 원전 3기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려 하지만, 이웃 국가들은 지속 운영을 요구한다. 네덜란드인들은 흐로닝언 인근 지진 위험 지역에서 가스 추출을 반대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각자 자국의 이익에 따라 단독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의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브뤼헐(Bruegel)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일단은 유럽을, 그 뒤에 각기 자국의 우려와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유럽 차원의 대대적인 거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의향을 가진 회원국은 극소수다. 에너지정책은 각 국가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자국 우선주의는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다. 그리고 유럽의 산업은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

ⓒ Der Spiegel 2022년 제38호
Die Panik der Bosse
번역 김태영 위원

지몬 보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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