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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퇴장과 위기의 실리콘밸리

기사승인 [155호]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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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Letter]


이용인 편집장



   
 

“열려라 인터넷”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은 천일야화 속 이야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처럼 잠들어 있던 중국 인터넷 시장을 흔들어 깨웠다. 이야기의 주인공 알리바바가 부럽지 않을 만큼 엄청난 보물을 캐내 세계적인 제국을 일궜다. 하지만 2023년 1월 알리바바그룹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지분까지 크게 줄어들면서 인터넷 무대에서 사실상 물러났다. 고향 중국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50만위안(약 9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한 게 1999년이니, 23년여 만이다.
마윈은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렸다. 중국 인터넷산업과 스타트업의 아이콘이었다. 2007년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 2014년 뉴욕증시 상장 등으로 세계적인 재계 지도자가 됐다.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분야 외에 전자결제, 신유통, 음식배달, 금융,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영화제작 등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윈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흙수저’ 출신이고,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으며, 취업에 계속 실패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휴먼 스토리는 그의 성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윈 퇴장의 결정적 계기는 2020년 10월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에서 그가 한 연설이었다. 앤트그룹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미래의 시합은 혁신의 시합이어야지 감독당국의 (규제) 기능 경연 시합이어서는 안 된다”는 등 중국 규제당국을 향해 도발적 발언을 쏟아냈다. 가뜩이나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던 중국 당국의 신경줄을 건드렸다. 이후 빅테크에 대한 감독 확대,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절차 중단 등 중국 당국의 손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윈의 퇴장을 오롯이 중국 당국의 불쾌감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세계적 빅테크의 독점화 폐해 문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마윈은 창업 초기에 중소기업 보호를 내걸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플랫폼 입주 수수료가 높아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는 중국 인터넷 업계의 ‘996’ 초과노동 관행(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옹호하다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윈의 퇴장은 중국 인터넷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 한계에 부딪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중국 내 성장동력이 둔화하는 흐름은 태평양 건너편 미국 실리콘밸리의 위기와 겹쳐진다. 실리콘밸리는 마윈이 1990년대 알리바바 창업의 영감을 얻고, 창업 이후 펀딩을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닌 곳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도 ‘광채’가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감염병 대유행, 기후보호나 신에너지와 같은 커다란 인류의 도전을 앞두고 실리콘밸리의 아이디어가 고갈돼간다는 것이다. 마윈과 실리콘밸리의 묘한 오버랩을 이번호에 자세히 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3월호

 

 

이용인 yyi@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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