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박영서 이콘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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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컴퍼니 디자인 혁명>
스테파니 메타, 패스트컴퍼니 편집부 지음 | 최소영 옮김 | 이콘 | 4만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에디터 출신의 빌 테일러와 앨런 웨버가 비즈니스 잡지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뭉쳤다.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길에 경제 이슈를 탐닉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와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한 힙스터가 찾는 혁신적인 잡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이 생각해낸 가장 강력한 혁신의 주체는 디자인과 디자이너다. 그렇게 비즈니스와 일상생활 모두에 영향을 미치며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디자인, 디자이너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잡지의 외현에 구현해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클래식함과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의 섹시함을 겸비한 잡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의 창간 비하인드 스토리다. <패스트컴퍼니 디자인 혁명>은 이 잡지가 30년간 축적한 디자인 역사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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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는 새 이미지를 구축할 때마다 디자인에 차별화를 주어 브랜드 쇄신에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이콘 제공 |
볼수록 영리한 디자인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필수 요소다. 스타벅스는 새 이미지를 구축할 때마다 디자인에 차별화를 주어 브랜드 쇄신에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2011년 스타벅스는 그들의 주력 상품이던 커피 메뉴에서 베이커리, 와인으로 품목을 늘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로고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 선보인 로고는 ‘스타벅스 커피’ (STARBUCKS COFFEE)라는 문구가 회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인 세이렌을 둘러싼 복잡한 문양이었다. 이번에는 문구를 없애고 세이렌의 얼굴을 확대했다. 그리고 다소 완벽해 보이는 세이렌의 얼굴에서 오른쪽 눈이 더 음영이 지도록 하고, 오른쪽 코가 더 깊어 보이도록 비대칭의 형상을 만들어 ‘인간적 느낌’이 드는 효과를 냈다. 게다가 기존 로고를 교묘하게 따라 한 싸구려 커피숍들의 카피 제품 때문에 생긴 골칫거리를, 고작 몇 픽셀의 수정으로 감히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난제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도 거뒀다.
디자인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악하고 무식하다고 폄하되는 디자인이 의외의 힘을 발휘하는 일이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새겨진 새빨간 모자는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반면 그의 적수인 힐러리 클린턴이 내세운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절제됐지만, 기득권층의 내러티브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유권자에게 버림받았다. 여기서 ‘좋은’ 디자인의 한계가 드러난다. ‘디자인이랄 게 없는 디자인’을 갖춘 모자 하나를 관광상품으로까지 발전시키며 대중의 뇌리에 박히게 한 전략은 선거 과정에서 얻은 숱한 비방과 인물이 야기한 논란에도 트럼프에게 승리를 가져다줬다.
디자인의 다음 과제는?
더 이상 디자인은 겉으로만 그럴싸한 포장지 구실을 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인종차별, 코로나19 등 인류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여러 사회적 재난 앞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그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게임기, 혹독한 기후에도 생존하는 주택, 코로나바이러스 검출을 위해 특수 제작된 면봉, 무라벨 생수병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브랜딩부터 공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디자인의 가장 큰 존재 의의는 다름 아닌 ‘문제 해결’에 있다. <패스트컴퍼니>는 분야를 불문하고 디자인을 도구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저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난 과오(예로, 그간 극찬해온 기업과 산업이 실은 불평등을 강화하고 묵인했다는 점)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중요성을 천명하며 마무리 짓는 이 책은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정말이지 디자인의 손길이 닿지 않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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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홍종호 지음 | 다산북스 | 2만원
뜨거워진 지구는 각국의 경제활동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에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5%까지 높일 계획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사회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인 한국이 이런 부의 재편 과정에 앞서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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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3만3천원
2022년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 알 수 있듯이, 금리는 현대 경제의 호황과 불황 주기에 깊숙이 간섭하고 산업의 흥망성쇠를 이끄는 핵심 요소다. 저자는 금리가 탄생한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현대까지 금리의 역사적 맥락, 고금리와 저금리의 시기별 경향성, 각국의 금리정책 등을 조명한다. 중국 정부가 1960년대 한국의 금리정책을 답습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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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의 기술 라이브 커머스
신문석 지음 | 퍼시픽도도 | 2만원
농사도 사업이다. 농부가 1년 동안 땀 흘려 거둔 농산물이 헐값에 팔리고 급기야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풍년의 기쁨은 사라지고 좌절감에 짓눌릴 것이다. ‘요즘농부’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저자는 농촌도 소득을 올리려면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귀농부터 진정한 농업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 농산물의 라이브 커머스 판매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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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위대한 도약
로렌스 레비 지음 | 강유리 옮김 | 유엑스리뷰 | 2만1천원
픽사는 <코코>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최고의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그러나 첫 장편 <토이 스토리>를 개봉하기 전까지는 스티브 잡스의 사재에 회사 재정을 의존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실리콘밸리 변두리의 작고 불안정하던 기술회사 픽사에 최고재무담당자(CFO)로 합류한 저자가 사활을 걸었던 사업의 성장 과정이 흥미롭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3월호
박영서 bookoming@econb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