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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재택근무자 탈주범 취급

기사승인 [155호]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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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위기의 실리콘밸리 ② 혁신과 낙관이 사라지다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슬랙 공동창립자인 칼 헨더슨(왼쪽)은 재택근무자를 탈주범처럼 취급하는 일론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 의미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탄식했다. 헨더슨이 창업 동료인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함께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요즘 실리콘밸리의 주요 도로인 새너제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지는 101번 국도를 운전하는 사람은 화려한 로고가 붙은 일반적인 사무실 건물과 그 옆에 많은 빈 주차 공간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실리콘밸리는 미래가 만들어지는 곳이었다. 이제 현대경제의 선구자들은 미래가 여전히 어떤 장소를 필요로 하는지에 더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슬랙(Slack)의 설립자 칼 헨더슨은 방문객에게 커피 한 잔도 내놓지 못하는 것을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본사 10층 반짝이는 흰색 바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뒤에 설치된 에스프레소 기계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회사 이름과 같은 메신저형 협업 도구를 개발한 이 회사에선 금요일에 아무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다. 다른 요일에도 출근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
“팬데믹 이전에 우리는 건물에 너무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이 영국인(칼 헨더슨)은 말했다. 아무도 헨더슨에게 집에서 노트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그는 자신의 회사를 277억달러에 에스에이피(SAP·System Analysis Program)의 경쟁사인 세일즈포스에 매각했다. 이는 위기 전에 이뤄진 마지막 대형 거래 중 하나였다.
사실 두 회사는 항상 이웃이었다. 슬랙의 최상층에 있는 회의실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하는 옥수수처럼 생긴 마천루 세일즈포스타워(Salesforce-Tower)가 보인다. 그러나 협상은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했다. 헨더슨은 샌프란시스코의 자택에서, 공동창립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아스펜의 고급 스키리조트에서,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베니오프는 하와이에서 통화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재택근무자를 탈주범 취급한다. 머스크가 2023년 1월27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REUTERS

코로나, 마지막 샴페인
슬랙 설립자 헨더슨은 팬데믹과 함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믿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지식노동자 중 극소수만이 다시 매일 사무실에서 일하기를 원하며, 또 다른 극소수는 영원히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그 중간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반쯤 비어 있는 사무실이 일상이 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본격적인 문화투쟁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Coinbase)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을 포기하고 ‘원격 우선’(Remote First) 기업으로 더는 본사를 두지 않고 있다. 구글은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간 코스를 시도하면서 일별로 직원을 사무실로 출근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이 계속 집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80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일한 뒤 그 아래에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자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머스크가 있다. 트위터와 테슬라 회장은 재택근무자를 탈주범처럼 취급한다. (부정적 의미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헨더슨은 탄식했다.
재택근무 논쟁은 물리적인 실재 그 이상에 관한 것이다. 자유와 통제를 두고 벌어지는 거대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진과 직원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의 문제다. 기업가치가 수십억달러인 한 플랫폼의 CEO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 문제에 솔직하게 답변했다.
크리스마스 직전, 그는 사용하지 않아 여러 층이 폐쇄된 본사의 텅 빈 층에 몇몇 기자를 초대했다. 옥상에는 ‘임대 문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내부에선 톡 쏘는 마가리타를 제공했다. 40살 정도 된 매니저가 (실리콘밸리의) 다른 CEO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일론은 50살이 넘었으니 X세대다. 그들에게 사무실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세대의 CEO들은 복귀 명령으로 직원 통제권을 되찾으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통제가 필요하지도 않고 일상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금은 저렴했고 어떤 새로운 계획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크게 생각하고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 업계의 모토였다. 유일한 두려움은 미래의 사업을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존은 대형견인 세인트버나드 크기의 배달로봇을 시험했고, 우버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만들려 했으며, 구글은 외딴 지역 상공을 맴돌며 그곳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헬륨풍선에 투자했다. 모든 것이 ‘프로젝트 룬’(Project Loon), 말 그대로 ‘미친 자들의 프로젝트’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실리콘밸리의 이 광기 어린 행태를 더욱 부추겼다. 수백만 개의 소매업체, 학교, 콘퍼런스가 강제로 디지털화하면서 줌(Zoom), 아마존, 메타는 마치 통행금지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라도 할 것처럼 수많은 직원을 채용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뉴노멀(새 표준)이 아니라 붕괴 전에 터뜨린 마지막 샴페인이 됐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정리해고 규모가 아니다. 메타가 현재 감축하는 일자리 1만1천 개는 마크 저커버그 그룹의 직원 수를 2022년 초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불과하다. 특이한 점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갑자기 희소해졌다는 것이다. 바로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다.
 

   
▲ 2021년 7월 실리콘밸리의 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잴리사 갈런드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감염병 유행이 잦아들면서 재택근무는 실리콘밸리에서 본격적인 문화투쟁 대상이 되고 있다. REUTERS

구글 모델 vs 애플 모델
익명의 CEO는 실리콘밸리를 구글 모델과 애플 모델로 구분한다. 구글 모델을 따르는 기업들은 핵심 사업과 거의 관련이 없고, 실패할 위험이 크지만 성공하면 큰 이득을 노릴 수 있는 문샷(Moonshot·혁신적 프로젝트)을 시도한다. 애플형 회사는 기존 성공 사례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심지어 아이폰도 아이팟에서 유기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애플 모델에 새로운 추종자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잡스의 후임자인 팀 쿡의 지휘 아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발전한 애플은 새벽 5시에 팰로앨토의 고급 피트니스 스튜디오 이퀴녹스에서 만날 수 있는 회사 CEO만큼이나 규율이 잡혀 있다. 애플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라도 큰 위험을 피하고 매년 아이폰과 맥을 안정적으로 계속 개발하고 있다. 큰 비용이 들고 낯선 문화를 회사에 도입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에 애플은 전혀 관심이 없다. 쿡은 자사주 매입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2022년에 애플의 주가가 아마존·테슬라·메타보다 훨씬 적은 25% 하락에 그친 이유 중 하나다.
팀 쿡을 모범으로 하는 실리콘밸리는 (지금까지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더 효율적이지만 더 지루할 것이고, 덜 미친 듯하지만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지도 없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에서 계속 기다리는 애플카는 2026년까지 다시 한번 연기됐다.
문제는 문샷이 없으면 아무도 달에 착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회사인 AWS는 한때 온라인 소매업체의 부수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오늘날 아마존은 책이나 바지보다 서버 용량 판매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거대 실험은 지난 10년 동안 드물었다. 스마트 스피커를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던 아마존은 현재 자사의 알렉사 팀을 해체하고 있다. 가상 3차원(3D) 세계에 대한 비전인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기업가 조지 호츠는 최근 트위터에 “여러분이 사용하는 모든 기술 제품은 2000~2010년에 나왔다. 2010~2020년에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썼다.

일종의 마약이 된 채용
제바스티안 트룬은 이런 의견에 당연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미스터 문샷이기 때문이다. 이 독일 컴퓨터 공학자는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하이츠 지역의 타운하우스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샌프란시스코만, 금문교, 앨커트래즈섬이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독일 졸링겐에서 태어난 그는 약 20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로 실리콘밸리에 와서 구글의 미래 연구소 엑스(X)를 이끌며 최초의 자율주행차를 만들었다. 그 후계 모델인 ‘웨이모 원’(Waymo One)은 오늘날 가끔 운전자 없이 그의 집 앞 도로를 달린다. 나중에 그는 온라인 대학 유다시티(Udacity)와 함께 자율주행차에 비행을 가르치는 에어택시 스타트업 키티호크(Kittyhawk)를 설립했다.
트룬은 낙천주의자이지만 그조차 실리콘밸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저지른 실수를 인정한다. “직원을 늘리는 것은 일종의 마약이 됐다. 구글에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2019년까지 모회사를 이끌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비교적 소규모의 팀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구글맵, 지메일, 유튜브 같은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비해 트룬의 자율주행차는 아직 미국 내 몇몇 도시에서만 달린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다”고 그는 실망스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큰 판돈을 건 모델이 죽은 것은 아니다. 그저 점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전략이 더는 효과가 없어진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너무 오래 직원들을 애지중지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제 매주 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트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얼마 전 후원자인 페이지 및 유다시티와 함께 키티호크를 폐쇄하고 직원을 10% 이상 해고했다.

ⓒ Der Spiegel 2023년 제3호
Das Tal der Ideenlosen
번역 황수경 위원

 

알렉산더 뎀링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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