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중국 애플 공급망의 고민- ① 배경
류페이린 文思敏 친민 覃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3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운데)가 연설을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미국 보수단체는 최근 애플 주주총회에서 애플이 중국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그의 연임 반대를 주장했다. REUTERS |
미-중 관계 긴장이 고조돼 애플의 중국 공급망이 미국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2023년 3월10일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서 미국 보수단체가 제기한 안건이 90억 표의 압도적 반대(기권 1억4600만 표, 찬성 4억1300만 표)로 부결됐다. 미 국가법률정책센터(NLPC)는 애플이 ‘중국 사업과 공급망에 따른 취약성’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하도록 요구했다. NLPC는 또 중국이 2020년부터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고수해 40억~8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팀 쿡 최고경영자의 연임 반대를 주장했다. 그가 경영하는 동안 애플이 중국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NLPC의 행동은 정치 의도가 다분했고 시장에서 큰 파문이 일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은 2022년 10월 최대 위탁생산 공장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은 뒤 인도 공급망에 지원을 늘렸다. 2023년 1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애플이 인도 생산 아이폰의 비중을 지금의 5~7%에서 25%로 늘리고 인도에서 신제품을 조립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도 애플이 2025년 인도 조립 물량을 25%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궈밍치 톈펑(天風)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 폭스콘에서 아이폰의 40~45%를 생산하는 것이 애플의 중장기 목표”라고 지적했다.
▲ 인도 동남쪽 벵골만 연안 첸나이 부근에 있는 폭스콘의 애플 아이폰 공장. 애플은 최대 위탁생산 공장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은 뒤 인도 공급망에 지원을 늘렸다. REUTERS |
떨어진 성장동력
애플 공급망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조립 물량 ‘파이’를 빼앗길 위험과 중국 국내 소비전자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도전에 동시에 직면했다. 실제 휴대전화 수요가 감소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는 2022년 하반기부터 재고를 줄였다. 2022년 9월 출시한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의 판매실적도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애플은 대만 허숴그룹(和碩, Pegatron)에 맡긴 입문형 휴대전화 2종의 위탁생산 주문을 취소했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보면 애플은 2022년 주요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출하량이 늘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이 2.5%에 불과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0% 이상이었다.
2022년 휴대전화 판매량이 줄고 PC 판매 증가율이 정체돼 애플 실적이 저조했다. 2023년 2월 발표한 실적보고서를 보면 2022년 4분기 매출액이 1171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줄어 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감소세를 보였다. 순이익도 299억9800만달러로 13.4% 감소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애플 제품의 ‘코로나 특수’가 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이반 램 수석애널리스트는 2023년 휴대전화 출하량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수요가 저조했다. 2분기에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2023년 휴대전화 출하량은 감소할 것이다. 애플도 성장동력이 떨어져 새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더 힘든 상황이다.”
공급과 수요 상황이 뒤바뀌자 대만 공급사는 ‘방어적’ 태도로 돌아섰다. 2023년 2월 퉁즈셴 허숴그룹 창업자 겸 회장은 “휴대전화와 노트북PC를 포함한 소비전자제품 재고 상황이 하반기는 돼야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전망도 2022년보다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봉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은 세계 소비시장이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2023년에는 쉬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주문이 줄어들자 창강삼각주와 주강삼각주 지역의 전자제품 공장들은 직원을 새로 뽑지 않았다. “해가 바뀌면 인력 수요가 급증할 줄 알았다. 그러나 설 연휴가 끝나고 사나흘 만에 공장들이 채용 중단에 들어갔다.” 상하이 인력회사 채용담당자는 “보통 설 연휴 지나 정월 대보름까지 인력을 많이 채용한다”며 “올해는 일주일 만에 대규모 채용이 끝났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있는 창숴커지(昌碩科技)도 이 인력회사의 주요 고객사다. 허숴그룹 소속인 이 공장은 성수기 한 달에 아이폰을 200만 대 넘게 생산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14 플러스 조립 물량을 절반 넘게 수주했다. 2022년 10월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자 아이폰14 프로 물량을 창숴커지가 수주했다. 당시 임금을 올려 직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자 인력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 2월28일 일반 직원 채용을 중단했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많지 않았다. 창강삼각주 지역 인력회사 담당자들은 2023년 인력 수요가 2015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때도 경기 부진으로 주문이 줄어 4분기 인력 수요 하락폭이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인력회사 직원은 “2023년 초부터 인력 수요가 2019년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며 “5월까지 채용 규모가 늘지 않으면 2015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첨단 제조업을 상징하는 애플은 산업 가치사슬과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제품 자체보다 더 크다. 소비전자 수요가 계속 저조하고 생산 주문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면 애플 공급망에 속한 중국 기업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 2023년 3월7일 인도 첸나이 부근 대만 허숴그룹의 아이폰 생산공장 안으로 직원용 버스가 들어가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판매실적이 부진하자 허숴그룹에 맡긴 입문형 휴대전화 2종의 위탁생산 주문을 취소했다. REUTERS |
양날의 칼
중국 A주 증시의 3대 애플 공급망 기업인 리쉰정밀(立訊精密, Luxshare Precision), 란쓰커지(藍思科技, Lens Technology), 거얼(歌爾, Goertek)은 애플 제품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시가총액 백억위안 규모의 상장사로 성장했다. 2003년 설립된 란쓰커지는 2007년 아이폰 커버글라스 주요 공급사가 됐다. 란쓰커지의 매출액은 2011년 60억위안에서 2019년 303억위안으로 5배 늘었다. 2015년 과학기술주 증시인 촹예반(創業板)에 상장했다. 2010년 상장한 리쉰정밀의 매출액은 2010년 10억위안에서 2019년 625억위안으로 60배 늘었다.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던 중소기업에서 소비전자 위탁생산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바뀌었다.
거얼은 2010년 애플 공급망에 합류해 스피커 모듈과 마이크, 유선 이어폰 등을 공급했다. 2010~2017년 매출액이 8배 넘게 늘었다. 2018년 애플 신제품 에어팟(AirPods) 주문을 받아내자 주가가 폭등했다. 2018년 주당 6위안이던 주가는 2021년 50위안을 돌파한 뒤 최근 20위안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 밖에 링이즈자오(领益智造, Lingyi iTech)와 안제커지(安洁科技, Anjie Technology)도 애플에 힘입어 시가총액 백억위안이 넘는 상장사가 됐다. 2012년 애플이 처음 200대 공급사 명단을 공개했을 때 중국 국내 공급사는 10개 미만이었다. 그러나 2021년 명단에 포함된 중국 기업이 40개로 대만(46개) 다음으로 많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애플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이반 램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크지 않은 공장이 애플 공급사가 되면 애플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고객사 지원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면 애플이 회사 매출액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고객사가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뒤에도 애플 제품의 주문은 줄지 않았다. IDC 자료를 보면 2020년 미국이 화웨이의 반도체 등 제품·기술 수출을 제한한 뒤 애플이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가장 많이 차지했다. 아이폰 세계 출하량이 2019년 1억9100만 대(시장점유율 13.9%)에서 2021년 2억3600만 대(17.4%)로 늘었다. 2022년 세계 휴대전화 출하량이 11.3% 줄었지만 애플 출하량은 4% 줄어 주요 브랜드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18.8%로 증가했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의 견인으로 애플 PC의 판매 증가 속도는 더욱 눈부셨다. 출하량이 2019년 1789만 대(시장점유율 6.7%)에서 2021년 2790만 대(8.0%)로 늘었다. 2022년 애플은 PC 판매 증가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주요 PC 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출하량이 늘었다. 레노버, HP, 델 등 다른 제조업체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 중국 디스플레이 선두기업 BOE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애플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신형 아이폰 패널 물량에서 BOE 비중을 늘리고 삼성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REUTERS |
의존도 심화
애플을 제외한 다른 제조업체의 제품 출하량이 줄어 공급망 기업들의 애플 의존도가 커졌다. 2019년 리쉰정밀의 상위 5개 고객사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5.43%, 6.34%, 6.25%, 6.13%, 2.89%였다. 2021년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비중이 74.09%로 19%포인트 늘었다. “리쉰정밀은 분명히 리스크가 있다. 애플이 계속 주문을 늘리지만 단일 고객사 매출이 50%를 넘으면 경계해야 한다. 매출액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한계에 도달한 다음 다원화를 추진하면 늦다.” 소비전자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 의존증’은 리쉰정밀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얼의 매출액 가운데 애플 비중은 2019년 40.65%에서 2021년 42.49%로 늘었다. 란쓰커지에서는 43.07%에서 66.49%로 껑충 뛰었다. 커버글라스는 애플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이다. 란쓰커지와 보언광학(伯恩光學, Boen Optics)이 애플 휴대전화 커버글라스를 모두 생산한다. 양쪽의 비율이 6 대 4이며, 두 기업 모두 애플 비중이 60% 넘는다.
링이즈자오, 창잉정밀(長盈精密), 둥산정밀(東山精密)의 최대 고객사도 애플이다. 창잉정밀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형 고객사 중심의 전략을 유지해 핵심 고객사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했다. 2020년 애플의 200대 공급사 명단에 처음 등장한 창잉정밀의 2021년 매출액에서 애플 비중은 27% 넘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주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애플을 제외한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제조사가 겪는 부담이 크다. 애플 공급사 임원은 “애플의 주문은 이익률이 가장 높지 않아도 합리적 이익이 보장된다”며 “공급사를 압박해 제품 품질이 떨어지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도 애플 공급망에 들어간 뒤 고급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이 늘었다. 중국 선두기업인 BOE(京東方)는 애플에 PC용 패널을 공급했고 2020년 휴대전화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업계가 하강기에 들어선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뤄투커지(洛圖科技)에 따르면 2022년 애플 아이폰에 공급한 BOE의 플렉서블 OLED 패널 물량이 3100만 장으로 전년 대비 89% 늘었다. 2023년 1월에만 500만 장을 출하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3년 애플은 아이폰15 생산을 위해 플렉서블 OLED 패널 1억100만 장을 구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BOE가 그중 1800만 장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형 아이폰 패널 공급물량에서 BOE 비중이 2022년 6%에서 18%로 늘어나게 된다. 둥민 중국전자영상산업협회 부사무국장은 “과거 아이폰 패널을 삼성에 의존하던 애플이 최근 리스크를 분산했다”며 “애플이 삼성 물량을 줄이고 BOE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애플 혁신 수혈
물량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공급사 관리와 혁신 능력 △애플 공급사가 됐다는 업계의 인정 △자본시장의 평가 때문에 많은 기업이 애플 공급사가 되길 원한다. 중국 최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원타이커지(闻泰科技, Wingtech)는 2020년 애플 200대 공급사 명단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애플의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제품을 시험 생산했고 점차 물량이 늘었다. 2021년부터 애플 노트북 PC를 생산한다.
최근 윈타이커지는 쿤밍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2기 사업으로 37억1500만위안을 투자해 연간 노트북PC 600만 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공개된 타당성연구보고서에서 원타이커지는 “노트북PC 생산능력을 늘려 세계적인 유명 고객사에 서비스할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유명 고객사가 애플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애플 공급사 보인광학의 기술개발 담당자는 “애플은 제조사가 제품 혁신을 따라갈 능력을 갖고 있는지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기발한 구상을 많이 한다. 모든 구상이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급사도 함께 혁신을 시도하길 요구한다.” 그는 아이폰14의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 디자인도 “공급사가 협력해 몇 달 동안 검증한 뒤 수정에 성공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보인광학이 차량용 유리 등 제품 다원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애플이라는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사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애플 공급사 임원은 “애플이 제기한 일련의 개선 조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회사가 어떻게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하게 교육받았다. 애플 공급사가 된 뒤 회사의 경영효율이 크게 나아졌다. 애플은 중국 국내 다른 기업보다 더 공급사의 의견을 들으려 한다. 이런 상호작용이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애플이 주문 물량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자 2023년 1월4일 주식시장 개장 뒤 리쉰정밀의 주가가 하한가로 떨어졌다. 리쉰정밀은 즉시 이런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며 “고객사와 정상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재고 최소화와 적시 주문’의 적기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고수한다. 치밀한 관리로 이 방식을 극한 수준으로 운용한다. 보통 공급사에 향후 3개월의 수요 예측 상황을 알려주고 빠르게 대응하길 요구한다. 애플 공급사 관계자는 “시장 수요가 좋을 때는 일주일이나 더 짧은 기간 안에 물량을 늘리도록 요구하고, 반대로 시장 반응이 좋지 않은 제품의 주문은 곧바로 줄인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8일 거얼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해외 대형 고객사의 요구로 스마트음향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그에 따른 매출액 감소는 2021년 매출액의 4.2%에 해당하는 33억위안 미만이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거얼이 말한 제품이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2”라며 “주문 중단 이유는 수요가 아니라 생산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공급사 관계자는 “애플의 제품 수율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다”며 “시험생산 과정에서 수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공급사를 바꾼다”고 말했다. “애플은 ‘메기 효과’를 잘 활용한다. 보통 같은 제품 생산에 둘 이상의 공급사와 협력한다. 한쪽의 규모가 작으면 애플이 기술을 지원하고 처음 2~3년 동안 물량을 조금씩 배정해 육성한다. 애플이 공급망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원재료를 애플을 통해 구매해야 하므로 공급사가 애플 앞에서 비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 財新週刊 2023년 제12호
“果鏈”尋路
번역 유인영 위원
류페이린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