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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협론 함몰, 위험천만

기사승인 [157호]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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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차이나 리스크’ 새로운 시선 ① 제시카 천 와이스 교수 인터뷰

 
위험 키우는 ‘중국 위협론’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협력·경쟁·대결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산층 외교’를 거치면서 경쟁과 대결로 명확하게 외길 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거론하면 이제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로 치부된다. 그럼에도 중국을 향한 서구의 지나친 적대적 입장은 안보 딜레마를 심화하리라는 냉정한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부상은 서구 근대화와 판박이이며, 서구와 중국은 대결이 아니라 자체 혁신으로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쪽이 ‘승자’가 되리라는 전문가 인터뷰도 싣는다. _편집자

외르크 라우 Jörg Lau 시판 양 Xifan Yang <차이트> 기자
 

   
▲ 제시카 천 와이스 미국 코넬대학 중국학 교수. 와이스 교수는 서구가 중국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제시카 천 와이스 누리집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원하고 대만을 위협하는 등 미국에 점점 도발적으로 나가고 있다. 그래도 서구는 중국에 적대적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제시카 천 와이스(Jessica Chen Weiss) 교수는 경고한다. 와이스 교수는 미국 코넬대학 중국학 교수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국의 국제문제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3월) 러시아 방문으로 무엇을 얻으려 했고, 무엇을 달성했다고 보는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그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려는 가운데 러시아는 시진핑 주석에게 필요한 파트너다. 동시에 시 주석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중국 내 투자 안전을 보장하고 유럽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려 한다. 이를 모두 고려해 나온 것이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이다. 그래서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유럽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유럽을 잃지 않기란 푸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만큼이나 쉽지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기란 몹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세계 2대 경제대국이라는 중국의 중량감을 생각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유럽 정치인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미-중 위기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중 위기가 더 격화됐다고 보나. 미국은 정보기관 정보에 기초해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 믿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겁주려고 이런 정보를 흘린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포기할 수 없기에 미국 정부의 이런 시도가 시 주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미-중 긴장이 격화될수록 시 주석에게는 푸틴 대통령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서구의 제재를 받지 않고 주요 유럽 시장을 잃지 않으며 대립관계의 당사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2023년 3월21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미-중 긴장이 격화될수록 시진핑 주석에게는 푸틴 대통령이 더욱 중요해진다. REUTERS

중국, 러시아 포기 못해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의 이른바 ‘평화안’은 계획안이 아니라, 중국 쪽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칙에 관한 의견문에 가깝다. 중국의 평화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평화안에서 각국의 주권, 독립과 영토 보장은 모두 절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러시아가 자주국(우크라이나)을 침범한 것은 비판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명백한 외교적 지원을 하는 셈이다. 시 주석 입장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면적 실패를 하면 안 되고, 동시에 푸틴 대통령도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지속적인 현대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의 자본과 기술에 항상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은 중국을 장기적으로 주요 적국으로 간주한다. 평화협상과 안전보장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어느 날 온다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쟁관계인 미국과 중국을 한편으로 뭉치게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중국으로 인한 장기적이면서도 규모가 훨씬 더 큰 위협을 도외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미-중 협력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시 주석도 미국과의 대대적인 한판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응한다. 중국의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심화도 바로 미-중 한판을 대비한 것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비교할 때가 많다.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겨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한 것인가.
미국 정치인들의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전반적으로 중국에 광적으로 편향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곧 중국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미국은 판단한다. 하지만 중국 억제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 가능성을 줄여줄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물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리 어렵게 풀릴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서 중국이 억제됐는가?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일을 유심히 지켜보며 러시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을 우선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와이스 교수는 최근 글에서 미국이 대만과 관련해 중국을 억제해야 하지만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억제와 도발은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
대만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상 유지’, 즉 대만이 현재 누리는 실질적인 독립 상태를 유지하는 거라고 본다. 대만은 현재 민주주의 자주국인데, 다만 국제적으로 아직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대만 문제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려면 중국 정부도 역설적으로 중국 이익에 부합하는 평화로운 해결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 그래야 중국 정부는 군사적 해결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관련자에게 일단 힘을 빼고 한 발씩 물러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상징적인 대규모 대만 지원 행위는 미-중 대립을 불필요하게 격화할 뿐이다.
 

   
▲ 중국 베이징 방문객들이 2022년 8월 한 전시관에서 대만 주변의 중국인민해방군 군사훈련 구역을 표시한 대형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제시카 천 와이스 교수는 중국 정부가 대만에 대해 군사작전을 준비하지만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했다. REUTERS

대만 침공 정해진 일정 없어
미국 군부 고위 인사들은 중국이 2027년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해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만 침공과 관련해 정해진 일정은 없다. 미국과 대만이 점점 밀월관계에 접어들고, 대만인들의 국가와의 일체성 강화로 중국이 바라는 평화적 해결책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목표를 비군사적으로 달성하기를 원한다고 미국 정부는 여전히 믿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군사적 침공에 따르는 비용과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위협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대만 침공 결정이 오래전에 내려졌다고 확신하는 미국 정치인이 늘어난다면, 미-중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확전의 길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상황까지 치달으면 중국을 막기 위해서는 미군의 대만 주둔이나 대만 독립을 인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 처지에서 대만 문제는 정치적 생존이 걸렸음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대만을 영원히 잃고 국가적 모욕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감수하려 할 것이다.
대만의 현상 유지에 찬성한다면 대만인들 스스로 독립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만인 대다수가 대만의 법적 지위를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에 군사력을 행사할 상황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 대만의 공식적 독립 선언이 그런 상황에 속한다. 대만은 어느 때보다 현재 잘 지내고 있다. 대만이 지금 수준보다 더 많은 독립을 요구한다면 중국은 모두가 그렇게도 막고 싶어 하는 대만 침략을 도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에 반대하기 위해 대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미국 정치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그 결과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을까? 그들은 국내 정치에서 관심을 끌려고 대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백악관에서 국내 정치 유불리는 따지지 않고 진지한 목소리가 계속 다수를 차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침략당할 경우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그의 임기 중 네 차례나 공언했다. 대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이 아니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은 치밀하게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공식 석상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려 했던 것 같다. 베이징 정부만을 유일한 중국 정부로 인정하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백악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했고 지금 상황이 미국에 나쁠 것은 없었다.
 

   
▲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중국이 이번 세기 중반까지 미국보다 군사적으로 우월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하며 대중국 강경론을 펼친다. 2023년 3월2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2024년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밀리 합참의장. REUTERS

미-중 무역 규모 사상 최고치
와이스 교수는 중국과의 교류와 대화를 찬성하는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해 ‘무역을 통한 변화’ 정책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성공하리라는 근거가 있는가.
중국 자유화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이해관계가 확연히 다른 가운데 양국이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적 관계에서는 공정무역과 같이 중국의 관행 변화를 이끌어내는 치열한 협상이 가능해야 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과 중국이 ‘디커플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 하이테크 부문에선 독일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숄츠 총리의 견해다. 이는 올바른 접근법일까.
선뜻 납득되지 않겠지만 현재 미-중 무역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양국이 처한 경제·정치적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현재 미국 정부도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치 않고, 양 블록이 강 대 강으로 대립하는 냉전 역시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크로칩 등 핵심 기술에서 엄격한 언번들링(Unbundling·공정 세분화)이 결국 일종의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현 중국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누구도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모든 결정은 국가안보를 고려해 내려질 것이다. 미국의 안보 정책에서 중국 문제는 점점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있다. 대선 정국에서 양당(민주당·공화당)이 대중국 정책을 놓고 경쟁적으로 강경 노선을 펼치지 않을까.
특히 공화당의 경우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 주목받게 된다.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공화당 정치인에게 후원금이 쇄도하고 그 정치인이 공화당 안에서 발판을 마련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공화당 의원은 최근 중국과 대비해 “우리 미국인은 선한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세상을 영웅과 악당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평화로운 공존이란 없고 오로지 완벽한 승리 혹은 완벽한 패배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 의회는 산하에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파악하는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은 애국심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협력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관과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미 하원은 최초의 중국 출신 하원의원인 주디 추를 국가기밀 관련 브리핑에서 배제하려 한다. 이런 아시아 출신 미국인에 대한 선입견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시민권리를 위험에 빠뜨린다. 중국 리스크에 함몰되면 위험천만한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와이스 교수는 학자로서 워싱턴의 미 국무부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국무부에서는 중국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가.
미 국무부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 외교정책은 외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뤄질 때가 많아 보였다. 미국이 원래 하려던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중국만 바라보며 그때그때 필요한 정책을 펴는 식이다. 자유 국제 질서의 혁신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논의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봉쇄하거나 제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때가 많다. 미-중 관계를 대립 일변도에서 벗어나 더 확고한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있다.

시진핑, 기본계획 없어
서구의 중국 정책에는 중국이 원래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 시 주석의 계획은 무엇인가.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는 것이 시 주석의 목표인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세계질서를 만드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중국이 기본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은 독재정권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원한다. 중국 공산당은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 주도적인 세력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게 중국이 유일한 슈퍼파워가 되기를 원하고,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원한다는 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가능하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은 외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중국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중국을 서구의 주적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중국 정부가 미국을 이기고 슈퍼파워 자리를 차지해야만 스스로 안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정말로 중국은 서구의 주적이 될 수도 있다. 미-중은 아직 이 지점에 다다르지 않았지만 지속해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 Die Zeit 2023년 제13호
Eine gefährliche, toxische Dynamik
번역 김태영 위원

 

외르크 라우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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