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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기피·고금리에 사업 축소

기사승인 [157호]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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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신용위기 끝인가 시작인가- ② 비상 걸린 건설업계

 
팀 바르츠 Tim Bartz 등 <슈피겔> 기자
 

   
▲ 은행발 신용위기에 독일 건설업계는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독일 건설·농업·환경노조(IG BAU)는 이 기회에 정부가 대형 주택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사회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19년 4월6일 독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임대수입으로 폭리를 취해온, 대형 민간 주택회사의 상징인 상어의 뼈만 남긴 모형을 들고 임대료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REUTERS

중앙은행들은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은밀히 바라고 있다. 겁에 질린 은행들이 대출을 더 제한하고 경제의 목을 졸라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주 동안의 충격으로 금융기관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는 것에 더욱 신중해졌다. 이른바 은행 간 거래 가격이 상승했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크레디스위스는 거래 회피 대상이 됐다.
“대출 제한이 없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이다.” 경제학자인 독일 IFO경제연구소의 클레멘스 퓌스트 소장은 “은행들이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스위스 사건의 충격을 그렇게 빨리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 위험이 많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할 수 있다.

실물경제 첫 피해자
퓌스트 소장은 대출기피 현상이 모든 업계에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물경제의 첫 번째 피해자는 확실해졌다. 부동산업계다. 건설사들은 저금리 시대에 싸게 돈을 빌려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제는 끝났다. 독일 최대 주택건설 그룹인 포노피아(Vonovia)는 배당금을 축소하고, 위험 프리미엄으로 5% 이자를 자사 회사채 신규 매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얼마 전만 해도 평균 이자율이 1.5%였다.
지루한 금융수학처럼 들리는 이 문제가 사회적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 전국에 주택 수십만 채가 부족하다. 또 수백만 채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개보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독일은 기후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민간 모기지 대출의 수요도 금리상승으로 몇 달 전에 붕괴했다.
모든 것이 비싸져 포노피아도 2023년에는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급진적인 조치다. 또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주택 보수 공사에 대한 투자도 40% 삭감할 계획이다. 이 역시 역사적인 삭감 규모다.
경쟁사들 상황도 나을 게 없다. 벌써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예를 들어 독일의 건설·농업·환경노조(IG BAU)는 독일 정부에 사회주택 건설을 위한 500억유로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임대료 상어(포식자라는 뜻)의 이빨을 뽑기 위해” 대형 주택회사의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독일의 여당인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은 현재 이미 한정된 예산의 배분 문제로 분열됐다. 연방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은 급증했고, 지출 요청은 여전히 700억유로로 너무 높다. 재정적 여유가 점점 줄고 있다.
누구보다 이를 실감하는 이가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부 장관이다. 국영 독일재건은행(KfW)은 하베크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연간 투자액을 1900억유로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하베크는 공공투자를 더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자본을 동원하려 한다. 치솟는 차입 비용이 그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간 투자자들은 풍력발전소 투자에 대한 매력을 잃을 것이다.
하베크 장관은 이런 문제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크레디스위스와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독일 경제가 위협받는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네덜란드 국영기업이자 전력망 확장에 중요한 송전망 운영업체 테넷(TenneT)의 매각 계획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다. (독일 지역 송전망을 운영하는) 테넷의 독일 자회사 주식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민간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였다면 연금이나 인프라펀드가 이 정도를 인수하는 건 어린아이 놀이였을 것이다. 이제 독일 경제기후부는 어쩔 수 없이 예산이 허락하지 않음에도 테넷 자회사를 자체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신호등 연정 내 하베크의 숙적인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은 아직 (은행 파동의) 긴장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은행들이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이고 감독도 더 잘된다는 것이다. 재무차관으로 위기관리 책임자였던 아스무센도 이 평가에 동의한다. 그는 “유로존에서 유럽중앙은행이 은행 감독을 맡게 된 것은 독일에 좋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린트너의 팀(독일 재무부)은 미국이나 스위스 정부처럼 긴급 개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독일 재무부 쪽은 “우리는 2008년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은행 규제가 독일이 믿는 것처럼 순조롭게 이뤄지는지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비정부기구 파이낸스워치(Finance Watch)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티에리 필리포나트가 그렇다. 필리포나트의 계산에 따르면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그리고 크레디스위스의 대차대조표 총액을 합쳐도 전세계 은행 자산의 0.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금융시스템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규제 필요성을 알리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IFO경제연구소의 퓌스트 소장도 금융위기 이후 개혁이 충분히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레버리지 비율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더 많은 자기자본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냉정을 유지할까
이제 상황을 따라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은행규제 국제기준인) 바젤Ⅲ의 시행을 위한 초안은 로비스트와 정부의 압력으로 유럽 최고위급 은행 감독관들마저 “국제표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경고할 정도로 희석됐다. 필리포나트는 “합의된 규제를 조건이나 반론 없이 이행하는 것이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금리상승, 신용경색, 규제 혼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는 한동안 이렇게 크지 않았다. 영국 여권과 스위스 배경을 가진 마크 브랜슨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장은 “지금은 불안한 시기”라며 “모두가 냉정을 유지하는 한 위기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말 모두가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그렇다.

ⓒ Der Spiegel 2023년 제12호
Raus aus der Krise, rein in die Krise?
번역 황수경 위원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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