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유럽연합 재생에너지 목표 강화
세드리크 발레 Cédric Val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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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베를린 시내에 있는 수소연료 충전소. 프랑스 등이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재생에너지 목록에 넣도록 강력히 요구해,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목표 강화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REUTERS |
2023년 3월30일 밤까지 이어진 긴 논의 끝에 유럽의회와 유럽연합(EU) 이사회가 합의안을 얻어냈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유럽연합 각 회원국의 정부를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 이번 합의안은 ‘유럽 그린딜’의 한 축을 맡는다. 유럽 그린딜은 기존 재생에너지 목표를 강화한 지침을 말한다. 새 지침에 따라 역내 재생에너지가 최종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까지 42.5%로 늘어난다. 이 비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22%였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국가별 맞춤 세부계획을 세워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새 지침대로 한다면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로 낮춘다는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전망이다.
목표 달성 가속화
여러 비정부기구는 이번 합의안을 아쉽다고 평가한다. 5월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목표는 45%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에서 45%로 늘리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정리됐다. 목표 달성 속도가 늦춰진 것은 아니다. 2018년 지침에서 목표로 정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32%였다. 목표 달성을 위해 유럽연합은 풍력과 태양 에너지 발전을 늘릴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사업 승인 속도를 높이는 조처가 이번 지침에 담겼다. 재생에너지 발전 가속화는 2022년 12월 임시법안에도 포함됐다.
운송, 건축, 광공업 등 탄소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부문도 까다로운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가 심했다. 건축업에선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9%로 늘려야 한다. 세부 의무사항도 정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6년까지 해마다 0.6%포인트, 이후 2030년까지 1.1%포인트 늘리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운송업은 2030년까지 탄소집약도를 14%로 낮춰야 한다. 다만 재생에너지 비중을 29%로 올리면 탄소집약도 감축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남은 문제는 운송업에 쓰이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이를 두고 의견 충돌이 컸다. 이번 지침은 재생에너지 목록에서 1세대 바이오연료를 빼지 않았다. 1세대 바이오연료는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이 커서 논란이 많다. 재생수소 기반 합성연료와 수소연료의 비중에 관한 의무사항도 이번 지침에 담겼다. 이들 연료는 항공·해양 운송업의 탈탄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연료가 유럽연합 역내 최종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로 올려야 한다.
완강한 프랑스
수소는 장점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수소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번 합의안 채택이 어려워질 뻔했다. 논쟁에 불을 지핀 건 프랑스 정부다. 프랑스는 ‘저탄소’ 수소, 즉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가 운송업에서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구실을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이사회에서 프랑스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공화국과 연합해 저탄소 수소를 재생에너지 목록에 넣도록 요구했다.
독일과 스페인,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은 억지 주장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양쪽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 프랑스 등 친원전 나라는 발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 비중을 예외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요구했다.
논의는 다음 같은 절충안으로 마무리됐다. 공업에서 소비하는 수소(비중 매년 1.6% 증가)의 42%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늘린다. 화석연료로 만든 수소가 공업용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를 넘지 않는 회원국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의 비중을 목표치에서 20% 낮춰도 된다. 공업용 수소의 33.6%까지만 재생에너지로 만들어도 된다는 뜻이다. 저탄소 전원 구성(에너지믹스)을 인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비중을 줄여달라는 프랑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친원전파에 완전히 양보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단서가 붙었다. 회원국은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에서 유일하게 ‘2009년 재생에너지 지침’의 국가별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이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최종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3%로 끌어올려야 한다. 프랑스는 이 비중이 19%밖에 되지 않는다.
나무 연료의 약점
수소 논쟁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문제를 깜빡하기 쉽다. 유럽 재생에너지의 60%는 나무를 비롯한 식물성 연료에 의존한다. 발전용 바이오매스가 현재와 미래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일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 이유다. 이 문제에서 회원국 사이의 이견이 강하게 부딪쳤다.
나무 연료로 생산하는 에너지의 총량에는 상한을 정하지 않았다. 유럽의회의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유럽 동·북부 국가 등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 나무 연료 소비량에 상한이 없는 대신 유럽연합은 벌목한 나무를 우선순위(나무-재료는 1차, 나무-연료는 5차)에 따라 쓰는 ‘연속 사용’ 원칙을 지침에 담았다. 그러나 특별조항이 이 원칙의 효력을 흐리게 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베를린기술대학 소속 에너지 전문가 주자네 니스는 “바이오매스의 지속가능성 조건은 이번 합의안에서 일부 강화됐다. 그래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유럽 나라에서 나무를 수입할 때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나무-연료의 수출에 관한 조건 역시 새 지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유럽연합의 관심권 밖에 있는 문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5월호(제434호)
Energies renouvelables : l’Europe relève l’ambition
번역 최혜민 위원
세드리크 발레 Cédric Vallet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