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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성공 신화 발판 의료사업 진출로 승부수

기사승인 [158호]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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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아마존 새 선장 앤디 재시- ② 돌파구 모색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슈피겔> 기자

   
▲ 2018년 1월29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고’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아마존 고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앤디 재시 새 최고경영자 취임 이후 축소되고 있다. REUTERS




시도해보고 의심스러우면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는 것, 이것은 아마존 원칙의 일부다. 심지어 건물 내벽을 장식하는 데 실패 사례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152m 높이의 ‘데이원’(Day 1) 타워(아마존 본사 건물) 구내식당 벽에는 대시버튼(Dash Button)이 쭉 걸려 있다. 브리타정수기의 필터 로고나, 차밍(Charmin) 화장지, 펍페로니(Pup Peroni) 개사료 같은 로고가 그려진 파란색 주문 버튼이다. 2015년 아마존은 클릭만 하면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대시버튼을 도입했다.

제피즘으로 가득 찬 아마존
현재 데이원 타워에 전시된 이 대시버튼은 유망한 아이디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2019년 1월, 아마존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독일의 뮌헨 고등지방법원은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시버튼 사용 금지 판결을 내렸다. 한 달 뒤, 아마존은 전세계에서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문화는 ‘제피즘’(Jeffisms, 제프 베이조스의 원칙·개념·발언)으로 가득 차 있다. ‘발명하고 심플하게 만들라’ ‘항상 높은 기준을 세워라’ 등 16가지 ‘리더십 원칙’ 같은 것 말이다. 베이조스는 자기 조직에 이것을 십계명처럼 주입했다. “혁신적이려면 실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같은 기본 원칙도 ‘Jeffisms.org’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 전현직 리더들과 이야기해보면, 아마존이 재시보다는 제피즘이라는 바이블(성경)에 의해 운영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아마존은 창업자가 주장하듯 정말로 효율적일까? 마렌 페터스(가명)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독일 중부 대도시 출신 소매업자인 이 여성은 회사를 딸에게 물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색색의 나무구슬을 파는 온라인사업은 번창했고 취미에서 시작해 전업이 되었다. 2022년 11월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페터스는 실명을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여전히 회사를 소유하고 있거나 회사에 아직 남은 물건이 있는 것이다. 페터스는 “아마존그룹의 권력에 겁이 난다”고 말했다. 화요일 아침 페터스는 아마존 판매자 계정을 보고 놀랐다. 아크릴과 나무로 만들어진 자신이 파는 구슬 중 4분의 3이 판매 정지됐기 때문이다. 10분마다 더 많은 상품이 추가로 판매 정지됐다. 아마존은 그의 제품이 “치발기에 대한 안전조치 때문에 판매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삼킬 경우 치발기에 있는 구슬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공예 비즈니스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페터스는 상황이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존 판매자 서비스팀에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치발기를 판매했고, 이는 금지된 물품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페터스가 자신은 오직 구슬만 판다고 강조해도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아마존이 소매업을 자동으로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듬은 판매 플랫폼상에 등록된 많은 것을 어린이용 공갈 젖꼭지 고정끈이나 치발기로 분류해놓았다.
페터스가 아는 다른 소매업자들도 같은 문제로 힘들어했고 겁에 질려 해명을 요구했다. 공갈 젖꼭지 고정끈에 관한 독일공업규격(DIN)을 지키는 회사들조차 더 이상 판매할 수 없었다. 페터스는 “결국 초조하고 완전히 무기력해졌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가 있어 매출이 올라가는 주간 전까지, 그는 매일 2천유로(약 290만원)의 매출 손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천유로어치의 물건을 매입해 창고에 보관해둔 상태였다. 페터스는 “임대료를 내지 못할까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업체들이 다시 나무구슬과 공갈 젖꼭지 고정끈을 아마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페터스는 아마존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말했다.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런 오류가 생겼을 경우 빨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아마존은 설명했다. 2만8천 명 이상의 직원이 소매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일하고, 소매업체들을 위한 혁신에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내부적으로 직원들은 때때로 이 기업의 거대함에 낙담한다. 소매업체 지원 담당으로 아마존에서 오래 일한 직원은 “아마존은 계속 성장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기능과 도구를 도입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더 이상 조율되지 않으며”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알고리듬이 셀 수 없이 많아 점점 더 자주 충돌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작동되는 알고리듬 중 많은 것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알고리듬이다. 프로그래밍하는 데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이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매업자들이 오류에 대해 한 질문 중 테마별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을 저장한 공간은 수많은 글로 넘쳐났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은 이 질문 저장 공간을 “쓰레기통”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의 많은 다른 소매업체도 페터스와 같은 경험을 했다. 몇 년 전 한 소매업자가 직접 베이조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 2020년 중반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한 서적 판매상은 아마존이 어떻게 수개월간 판매를 차단해 가족 사업을 위험에 빠뜨렸는지를 알렸다. 그는 아마존이나 베이조스에게 500통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다 무시당했다. “그건 정말 잘못된 처사였네요. 저도 놀랐습니다”라고 베이조스는 조용히 답했다.
아마존 플랫폼은 소매업체의 성공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래서 소매업자들을 이렇게 무시한다는 사실에 더 놀랄 수밖에 없다. 많은 소매업자는 아마존을 거대한 연산 기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자동 조종 장치를 가졌으나 로봇 제작자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금속팔을 마구 휘둘러대는 로봇으로 비춰진다.
이 괴물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앤디 재시 아마존 신임 CEO에게 달렸다. 이를 위해 그는 무엇보다 쓸데없는 짐들을 버렸다. 잘되지 않는 프로젝트들을 포기하거나 축소했다. 최근 이러한 프로젝트가 특히 많아졌는데, 이 중에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도 있다. 가장 참담한 사례가 샌프란시스코 금융가의 마켓 스트리트에 있다.
아마존은 소매업 혁명으로 계산대 없는 슈퍼마켓을 시작했다. 센서와 카메라 덕분에 구매자는 계산대를 거치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아마존이 판매한 물품을 고객 계정으로 계산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마존 고 스토어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쯤 빈 샌드위치 판매대와 펌프식 커피 보온통이 놓인 좁은 복도는 계산대가 없어 더 썰렁해 보였다. 아마존은 다른 많은 매장과 마찬가지로 2023년 3월31일 샌프란시스코 매장을 폐쇄했다.
 

   
▲ 세탁기에 세탁세제 브랜드 타이드(Tide)의 로고가 붙은 ‘대시버튼’(Dash Button)이 붙어 있다. 아마존이 2015년 내놓은 대시버튼은 버튼만 누르면 주문할 수 있도록 고안했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아마존 누리집

재량권은 얼마나 있을까
재시는 아마존이 베이조스의 임기 말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낭비했고, 챗지피티(ChatGPT)나 달리(Dall-E) 등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서 약세를 보인다는 사실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알렉사를 개발한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이 종국적으로 분야를 주도할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러하다.
재시가 전임자의 실수를 만회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가졌는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베이조스는 불행한 후임자가 하는 일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 아마존에 간섭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사람인 베이조스는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위기에 처한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출항한 5억달러짜리 슈퍼 요트에 정신을 쏟고 있다.
다른 한편, 베이조스 후계자는 베이조스의 지령 없이 일을 해나가고 있다. 재시는 아마존에 집중하는 대신, 결과가 불확실할지 모르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디에고 피아첸티니는 재시가 치료비가 지나치게 비싼 미국 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추측한다. 가정의학과 체인인 원메디컬을 통해서 말이다. 원메디컬은 클라우드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의료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다. 원메디컬은 수십억달러 수익을 내거나, 아마존을 침몰시킬 수도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재시는 팀 쿡처럼 나아갈지, 제프 베이조스처럼 행동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아내와 또 한번 상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Der Spiegel 2023년 제14호
Der Alles- und-nichts- Verkäufer
번역 이상익 위원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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