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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에 적자… 너무 짙은 베이조스 그늘

기사승인 [158호]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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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 아마존 새 선장 앤디 재시- ① 차가운 시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후임 앤디 재시(Andy Jassy)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 아마존이 흔들리고 있다. 새 최고경영자(CEO)는 수많은 일자리를 줄이고 급하게 수익성을 내는 프로젝트를 찾아야 한다.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슈피겔> 기자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한테 2021년 7월 경영권을 물려받은 앤디 재시가 2015년 10월25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마존에는 여전히 베이조스의 그늘이 짙게 남아 있다. REUTERS


2022년 11월 말 앤디 재시(55)는 청바지와 재킷 차림으로 뉴욕 무대에 섰다. <뉴욕타임스>의 ‘딜북 서밋’(DealBook Summit)은 미국 내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다. 이 중에서도 직원 150만 명에 매출 5천억달러를 내는 아마존의 총책임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이 아마존 총책임자의 뒤편에 실물보다 크게 흑백으로 프린트된 그의 모습이 걸려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이 나왔다. “제프 베이조스를 이어 아마존 CEO가 되는 것을 예상하거나 바라거나 꿈꾼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이 자리에 오르게 된 것입니까?” 재시가 취임한(2021년 7월5일) 지 벌써 1년 반이 훨씬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인물로 여겨진다. 베이조스가 아닌 그냥 다른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질문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는 베이조스가 전화해 CEO를 제안한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는 베이조스에게 정말 확신하는지, 아내와 논의해볼 수 있는지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주문받은 상품을 카트에 담고 있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부터 끊임없는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REUTERS

취임한 지 1년 반
진행자가 믿기지 않는 듯이 “베이조스에게 자리를 맡겠다고 바로 답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재시는 25년 전 아마존에서 일을 시작할 때 혼자 시애틀에서 아파트를 구했는데, 그때 아내가 아파트를 보자마자 울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는 “아내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대부분 일이 잘못된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다”고 답했다.
물론 재시도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쓰겠지만 베이조스와는 무척 대비된다. 베이조스는 액션 스타로 보일 정도로 근육을 키웠고,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렸으며, 부인과 이혼한 후 새로운 짝과 할리우드 레드카펫에 섰다. 비 오는 시애틀을 지키는 충직한 재시는 이 거대한 기업을 이끌면서 여전히 전임자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재시는 아마존을 다시금 성공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중에는 베이조스와 베이조스가 만들어놓은 문화에 반하는 결정도 있다.
베이조스는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너무 크고 복잡하게 변해버린 회사를 후임자에게 물려주었다. 아마존은 신선한 과일, 서버 용량, 스마트 스피커를 판매하고, 자율주행자동차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차기 제임스 본드 영화의 각본에도 손대고 있다. 거대함을 탐하는 정신은 이미 베이조스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심어놓았다. 창업한 지 4년 반 뒤인 1999년, 베이조스는 주주 서한에서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입하기 원하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아마존을 만들기 원했다고 적었다. 브래드 스톤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아마존과 관련해 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을 파는 사람”이라는 말은 여기서 탄생했다.
아마존은 정말 모든 것을 파는 곳으로 성장했고, 판매 물품이 너무 다양해 통제가 어려워졌다. 오랫동안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확장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이 확장 전략에 아마존의 수익이 거의 다 들어가버렸음에도 말이다. 그들은 베이조스의 비전을 따랐고 많은 경우 베이조스의 판단은 옳았다. 팬데믹 초기, 몰려드는 온라인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의료와 물류 분야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베이조스는 마치 우주선의 추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라고 지시하는 선장 같았다. “아마존은 멀리 내다보기 때문에” 주주들은 아무 말 없이 따랐다. 2년 동안 아마존은 직원을 2019년 80만 명에서 160만 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베이조스가 왕좌에서 내려오고 왕세자가 집권하자마자 금융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익 대신 성장에 초점을 두었던 빅테크 기업은 사라졌다. 재시가 CEO가 된 이래 아마존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적자를 내고 있다. 신임자는 지금까지 독창적인 묘수 없이 그저 감원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특히 주크박스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음성 비서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적자를 처리할 때 그러했다. 알렉사도 베이조스가 했던 큰 베팅이었다.
2023년 1월 재시는 1만8천 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최근에도 광고사업과 자신이 거의 20년 동안 담당했던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수익성 있는 분야를 포함해 9천 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얼마 전 그는 직원회의에서 정리 작업이 앞으로도 “수개월 지속될 것”이며 아마존은 이 기간에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저평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재시는 아마존 제국을 넓혔다. 미국 독점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이 미국 의료서비스체인 원메디컬(One Medical)을 39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파는 자’에서 ‘의사 아마존’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도 마스터플랜을 따르는 것일까? 아니면 제너럴일렉트릭처럼, 초기에 번창한 대기업이었다가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하고 결국 분열되는 운명을 아마존도 피할 수 없을까? 이 질문은 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창업자가 회장 겸 대주주로 계속 배후에서 활동하는데 수십 년 동안 그 밑에서 참모로 일했던 재시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베르너르 포헐스는 아마존의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유쾌한 네덜란드인인 그는 아마존의 최고기술책임자이다. 거의 20년 전 베이조스는 미국 동부 코넬대학에서 컴퓨터공학자인 그를 영입했다. 포헐스는 “제프 베이조스는 서점을 창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인터넷에 매료됐을 뿐”이라고 했다. 끝없는 서가를 갖춘 서점은 온라인 붐 초기에 젊은 투자매니저였던 베이조스에게 가능해 보인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미국 대형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이 첫 희생타가 되었지만, 아마존은 스스로를 인터넷판 반스앤드노블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효율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베이조스는 1999년 주주 서한에서 “세상 어떤 기업보다 고객을 중심에 두는 기업”이라고 썼다. 현재 미국에서 아마존 배달 차량에는 “경고, 내용물이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이 무심하게 붙어 있다.
포헐스는 고객이 원하는 바에 따라 아마존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저장 공간과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도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아마존과 협력하는 작은 인터넷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대신, 아마존은 이들 기업에 필요한 컴퓨터 처리 능력을 팔았다. 이 일을 통해 아마존은 부수적으로 클라우드컴퓨팅 비즈니스에 혁명을 일으켰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연간 8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헐스는 아마존이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서는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국제비즈니스를 총괄했던 디에고 피아첸티니도 “제프에서 앤디로 넘어오면서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피아첸티니는 아마존이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여러 회사라고 생각한다. 여러 회사가 함께하는 아마존의 강점은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이 과정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어떤 제안이 비효율적이고 고객에게 불만족스러운 경우 베이조스 방식을 슈퍼마켓, 병원, 서버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마치 아마존그룹이 모든 작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하나의 큰 알고리듬인 것처럼 말이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재시와 마찬가지로 피아첸티니도 아마존 초기부터 일했다. 피아첸티니는 2000년 애플 유럽 사장직을 그만두고 그의 전 보스인 스티브 잡스가 “지루한 소매 기업”이라고 비아냥거렸던 아마존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탈리아인인 피아첸티니도 베이조스와 그 후계자의 관계를 잡스와 그 후계자의 관계와 비교했다. 잡스는 예수님 같고 팀 쿡은 베드로 같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일무이하지만 누가 더 많은 사람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는가? “실제로 애플 CEO로서 쿡은 잡스보다 더 나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수익을 내기 위해 아이폰그룹을 손질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부수 사업)는 피했다.” 재시도 비슷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재시는 성공담을 배경으로 아마존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03년 아마존 내부 스타트업인 아마존웹서비스를 설립했고, 이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는 (개인이 주 고객이었던) 아마존에 이례적인 일이었다. 개인이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폴크스바겐까지 이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은 혁신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웹서비스는 한두 달 사용하다 중단해도 되는 실험적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었다”고 포헐스는 말했다. “어떤 기능을 도입하면 고객은 자사 비즈니스 전체를 그것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 Der Spiegel 2023년 제14호
Der Alles- und-nichts- Verkäufer
번역 이상익 위원

 

알렉산더 뎀링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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