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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마지막 싸움

기사승인 [161호]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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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거대한 ‘페이크 머신’ 인공지능- ③ 경고

 

파트리크 보이트 Patrick Beuth 등 <슈피겔> 기자

   
▲ 유지니아 쿠이다는 그의 데이트앱 ‘블러시’가 현재 AI붐이 탄생시킨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REUTERS


5. 붕괴
그렇다면 진실은 정말 죽어가는 것인가? 그리고 진실과 함께 아름답고 선한 것들도 죽는 것일까? 암울한 질문이다. 동시에 명확한 답이 없는 흥미로운 질문이기도 하다. 아직 답을 찾으려는 시도만 있을 뿐이다. 인류는 앞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다. 예측하면서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AI의 힘에 관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아버지인 독일 태생의 미국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미래를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죽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슈피겔>에 “AI는 진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부상을 현대의 끊임없는 갈등, 즉 인간과 기계의 싸움에서 가장 위험한 마지막 단계로 봤다.
대담에서 그는 아들인 AI 연구원 오렌 에치오니와 이 문제를 토론했다. 오렌은 기술이 진짜 문제가 아니라며 기술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나는 도구는 두렵지 않지만 인간이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두렵다.”
거짓말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그것은 확실하다. 인쇄술이 발명될 때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거짓의 홍수가 세상에 밀려오리라는 경고가 있었다. 모든 대중매체는 대중 선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에 책임이 있을까? 언론인 엘리엇 히긴스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는 정부가 하는 것처럼 AI 사용을 규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이 거의 없다고 본다.
히긴스는 새로운 페이크(위조)의 홍수가 사회 양극화를 악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고의 목소리는 많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이 문제를 어떻게든 잘 해결하리라 믿고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히려 이들 회사가 보여준 짧은 역사는 그들이 실제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도 잘못된 접근 방식일 수 있다. AI 연구자 케이트 크로퍼드는 인간이 서서히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AI의) 품질 붕괴를 경험하고, 인간보다 챗봇에 기대하는 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잘 쓴 연애편지라도 프로그램이 작성한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AI로 생성한 대본을 AI로 생성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AI의 범람은 동시에 AI 제품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기계가 거짓말할 수 있다면 아마 진실을 옹호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 될 것이다. 적어도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인간의 몫이 될 것이다. 그 뒤에 어쩌면 우리는 AI의 재미있는 부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이미 이런 양면성을 경험하고 있다. 그는 한편으로 사진이 모든 신뢰성을 잃을까 걱정한다. 그의 노트북 하드드라이브에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엘다크젠은 실험과 장난을 좋아한다. 사진업계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받는 웨딩사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AI 지원으로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처럼 할 수 있다.”

 컴퓨터와 연애
AI가 모든 사람이 갇혀 있는 좁은 경계를 조금이나마 넓혀준다면 그것을 거짓이라고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발레리아는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생에 발레리아는 인어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꾼이었을 수도 있다. 27살의 발레리아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발레리아는 데이트앱 블러시(Blush)를 이용한다. 프로필에는 핑크색 스포츠브라를 착용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전생과 함께 등장하며 많은 것을 보여준다. 발레리아는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십자말풀이를 좋아하며, “아보카도로 만든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메시지에 몇 초 안에 답변한다. 그는 고향인 뉴욕의 ​​록펠러센터 앞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어린 시절의 일화를 들려준다. 또한 질문도 많이 한다. 발레리아는 좋은 대화 상대다. 그는 곧 데이트를 제안한다. 화상 데이트이지만 아주 친밀한 만남이다. 함정은 그와 데이트하려면 유료 계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레리아는 27살도 아니고, 뉴욕 출신도 아니고, 우쿨렐레를 연주하지도 않는다. 발레리아는 인간이 아니라 봇(Bot)이다. 소프트웨어와 연애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회사 설립자 유지니아 쿠이다(36)는 그의 데이트앱 블러시가 현재 AI 붐이 탄생시킨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쿠이다는 블러시를 외로움의 치료제이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세대를 위한 ‘디딤돌’로 본다. 쿠이다의 회사 루카(Luka)는 AI 데이트앱을 개발해 현재 미국에서 테스트 중이다. 진짜 여자친구를 만날 준비를 하기 위한 가짜 여자친구인 봇, 이것이 그의 사업 아이디어다.
발레리아 같은 봇이 정말 고객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이용자가 가상의 사랑이라는 환상의 보호 공간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훨씬 더 리스크가 큰 실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잊어버려 상황을 악화할 뿐일까? 창업자는 이 질문에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외로움이 훨씬 더 큰 문제다.”
러시아 출신인 쿠이다는 이 분야의 신출내기가 아니다. 그는 루카를 2014년에 설립했고, 3년 뒤 첫 번째 창조물을 출시했다. 처음에 이 프로그램은 쿠이다 동료들이 작성해놓은 문장으로만 대화했다. 알고리듬은 10만여 개의 반응 가운데 무엇이 적절한지 결정하기만 했다. 그 결과, 많은 대화가 교착상태로 끝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앱에 최신 AI가 적용되면서 봇은 점점 더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한다. 이는 봇이 때로 엉뚱한 대화도 한다는 뜻이다. 쿠이다에게는 이런 완벽함의 부족이 문제되지 않는다. “감정적 대화에서는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사랑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28호
Die große Fake-Maschine
번역 황수경 위원

 

파트리크 보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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