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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의 ‘떨이 분양’

기사승인 [164호]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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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편지]

 김연기 편집장

   
 

홍콩 최대 기업집단인 청쿵그룹의 창업자 리카싱(李嘉誠)은 ‘홍콩의 슈퍼맨’으로 불리며 아시아 최고 부호 자리에 올라선 인물입니다. 미국 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브스> 등은 종종 그를 아시아의 가장 위대한 기업인으로 소개하죠. 리카싱은 1958년 부동산사업에 처음 발을 들인 뒤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청쿵그룹을 홍콩의 대표 부동산개발 업체로 키웠습니다.
그런 리카싱이 이끄는 청쿵그룹이 최근 홍콩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30%나 싼 가격에 내놓아 화제입니다. 청쿵그룹이 분양가 할인에 나선 곳은 주룽반도 동부 야우퉁의 아파트입니다. 가장 싼 가구는 ㎡당 14만8700홍콩달러(약 2470만원)로 지난 7년 동안 홍콩 중심지역에서 분양한 주택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입니다. 이곳은 오션뷰인데다 홍콩 중심에 있어 입지 조건이 나쁘지 않음에도 파격 할인을 내건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알다시피 리카싱은 돈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꿰뚫어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 때문에 청쿵그룹의 이번 ‘떨이 분양’을 홍콩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시장으로 꼽혔습니다. 지난 20년간 초호황 속에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기간 홍콩에서 부동산으로 부를 쌓은 부자도 수두룩합니다. 2019년 하반기 반중국 민주화 시위로 홍콩 부동산시장이 잠시 조정을 거쳤을 때도 고지대의 부촌만큼은 시세를 유지하거나 되레 올랐습니다.
하지만 2020년 보안법 도입으로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자 빠른 속도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중국 경기 침체와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도 흔들렸습니다. 20여 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홍콩 주택 가격은 2023년 8월 현재 고점을 찍었던 2021년 9월과 비교해 15% 넘게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 거래 건수도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최근 홍콩 정부가 인구 유입 대책을 마련하고 규제완화 등 시장 활성화 조치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시장분석가들은 앞으로도 수년간 중국 경기 침체 지속, 고금리 기조 유지, 외지인의 홍콩 유입 감소, 신규 공급 확대로 홍콩 부동산이 되살아나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합니다.
반중국 민주화 시위 때도,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끄떡없었던 고급주택마저 이번엔 사정이 달라 보입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본토의 큰손들이 홍콩 고급주택을 외면하면서 굵직한 거래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최근 홍콩의 최대 부촌인 피크 지역에서 침실 4개에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고급주택 한 채(373㎡)가 호가보다 무려 1억홍콩달러(약 166억3천만원)나 싼 가격에 팔린 것도 이제는 역할이 끝난 홍콩 부동산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홍콩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린 것일까요?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2월호

 

김연기 ykkim@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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