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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 비판세력 도·감청 활용

기사승인 [164호]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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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어둠의 산업 스파이웨어 ② 주요 고객

 
스벤 베커 Sven Becker 등 <슈피겔> 기자
 

   
▲ 스테판 살리스는 리비아 내전 이후 반군 지도자가 된 칼리파 하프타르 쪽과도 스파이웨어 판매 계약을 했다. 하프타르가 2022년 12월4일 벵가지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넥사테크놀로지 및 아메스와 플라트그룹의 협력은 처음에는 원활하게 이뤄졌다. 플라트는 요르단, 오스트리아, 스위스로 넥사 제품을 수출했다. 멕시코, 몽골, 르완다, 베네수엘라, 대만, 독일의 정보기관도 아메스의 수출문을 열어줬다. 이에 넥사는 프랑스 국방부에 플라트 제품을 중개했다.
아메스는 2014년 초 주력 제품 세레브로(Ce-rebro)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구매한 적이 있는 세레브로는, 제품 설명에 따르면 한 국가의 전체 인터넷망 감시도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의 내부 코드명은 ‘토블론’(Toblerone)이었다. 토블론 고객은 1년 전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었다. 이후 이집트에서 야당 인사 수천 명이 체포됐다. 아녜스 칼라마르 당시 유엔 특별조사관은 이집트에서 사형집행이 점점 빈번해지자, 사형집행은 국민적 저항을 막기 위한 “임의 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던 차에 넥사를 설립한 스테판 살리스가 수차례 이집트를 방문했다는 내부 자료가 확인됐다. 살리스의 상대 담당자는 이집트 군부 정보기관원들이었다. 살리스는 두바이에 설립한 아메스를 경유해 성사시킨 이집트와의 거래로 1200만유로(약 170억원)를 벌었고, 이 외에 상당한 금액에 이르는 몇 년간의 보수·유지 계약을 따냈다.
플라트와 넥사에 세레브로는 오랫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넥사와 아메스는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지로 세레브로를 공급했다. 프랑스와 모나코도 세레브로 고객이었다. 그런데 구글과 와츠앱 등 주요 공급업체들이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가 촉발한 국가안보국(NSA) 스캔들을 계기로 자사 서비스를 일제히 암호화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더 안전한 ‘HTTPS 표준’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세레브로를 찾는 곳이 점점 줄었다.
 

   
▲ 스테판 살리스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정부의 군 정보기관과 2014년 접촉해 주력 스파이웨어 제품인 ‘세레브로’의 판매 계약을 따냈다. 2023년 12월 이집트 대선을 앞두고 엘시시의 얼굴이 그려진 펼침막이 걸려 있다. REUTERS

인텔렉사 얼라이언스 결성
새로운 도·감청 도구가 절실해진 넥사와 아메스는 탈 딜리안의 회사(사이트록스)가 만든 제품군, 특히 ‘프레데터 스파이웨어’에 주목했다. 2019년 2월 넥사와 아메스는 (사이트록스 등과 함께) ‘인텔렉사 얼라이언스’ 결성을 발표했다. 넥사 감독이사회의 독일 플라트 쪽 이사 두 명은 이 결성을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이후 유럽의 유일한 도·감청 기술그룹 인텔렉사 얼라이언스는 도·감청 기술 선두주자로 페가수스(Pegasus) 스파이웨어를 개발한 이스라엘 엔에스(NSO)그룹과 단번에 어깨를 겨루게 됐다. 인텔렉사 얼라이언스는 군대와 정보기관에 납품하는 폭넓은 도·감청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집트 정부는 인텔렉사 얼라이언스의 제품군에 관심을 보였고, 2020년 말 프레데터를 구입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해당 거래의 고객은 이집트 정보기관의 기술연구팀이었다. 거래 총액은 950만유로(약 134억원)였다.
아메스가 베트남에 프레데터를 2년간 공급하는 560만유로(약 80억원) 규모의 거래계약을 한 것도 거의 같은 무렵이었다. 인텔렉사 얼라이언스 업체 대표들은 와츠앱 단체대화방에서 이 거래의 성사를 자축했다. 넥사와 아메스가 이집트 계약 성사를 알리자 딜리안은 2020년 12월31일 와츠앱 대화방에 “우와!!!! 해피 뉴이어”, 그리고 아메스가 몇 시간 뒤 베트남 공산당 정부와의 계약도 성사됐다고 알리자 딜리안은 단체방에 “와우!!!!!!”를 연발했다. 단체방은 계약 성사를 자축하는 샴페인 이모티콘으로 넘쳐났다.
인텔렉사 얼라이언스의 사업가들은 스파이웨어 거래에 양심의 가책을 조금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리비아 계약이 대표적이다. 카다피 사망 이후 리비아에는 유혈 내전이 벌어졌고, 리비아는 극심한 분열 상태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리비아의 서부 트리폴리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정부가, 벵가지를 위시한 동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반군 대표인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군사적으로 통제했다.
살리스는 카다피의 리비아에 도·감청 기술을 판매한 혐의로 이미 조사까지 받았다. 게다가 ‘고문 방조’ 혐의로 수사가 이뤄지던 2017년, 그의 회사 아메스는 리비아와 다시 계약했다. 내부 서류에 따르면 아메스는 ‘잘랄 디라’라는 남자와 접촉했다. 이 사람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위성전화 도·감청에 관심이 있었다. 어떤 국가를 위해서였을까? ‘리비아’다. 누군가 계약서 참조란에 반정부군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잘랄 디라와 다시 접촉이 이뤄졌다. 뒤이어 아메스는 하프타르 쪽에 도·감청용 밴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밴은 딜리안이 2년 뒤인 2019년 <포브스> 취재진에게 시연했던 밴과 유사하다. 밴에는 인텔렉사 얼라이언스 소속 기업들의 각종 제품이 구비돼 있다. 아메스는 이 밴에 900만유로 견적을 제출했다. 그리고 자랄 디라와 아메스 간에 밴에 있던 장비 일부의 구매계약이 체결됐다. 아메스의 한 직원은 2020년 12월 초 계약금이 “우리 계좌에 입금됐다”고 적었다.
그러면 독일 플라트 쪽 이사들은 무엇을 했을까? 이로부터 며칠 뒤 이들은 보유 중이던 넥사와 아메스 지분을 처분했다고 자사 누리집에 공지했다. 인텔렉사 얼라이언스를 결성한 지 거의 2년이 지났고, 아메스가 리비아의 반군 지도자 하프타르 쪽과 계약한 지 몇 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플라트가 넥사와 아메스 지분을 처분했다고 공지했음에도 리비아에 제품을 인도할 시간이 다가오자, 살리스는 2021년 5월 플라트의 수출법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아주 악한 국가로부터 제품 문의를 받았다. 이런 국가와 거래하는 것이 완전히 금지됐는지, 아니면 혹시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고 싶다”고 살리스는 도청당한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문의자는 리비아의 “칼리파 하프타르 쪽”이었다고 살리스는 말했다. 독일 변호사 카이 회프트는 살리스의 문의에 판에 박힌 답을 했다. “우리가 무기수출 엠바고(금지) 대상인 국가들과 거래하지 않는 사실을 당신도 잘 알지 않느냐?”
그래도 살리스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영국의 한 업체와 아랍에미리트의 한 중간업체, 그리고 아메스를 거쳐 리비아에 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며칠 뒤 변호사 회프트에게 리비아와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다. 이번에 회프트는 거래를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제품이 아랍에미리트에 도착한 뒤 “다른 제품들과 조합”이 완성되면, 최종 소비자를 수출당국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회프트는 살리스에게 당부했다. 이 제품의 이름은 바뀌어 아랍에미리트에서 목적지로 운송된다. 회프트는 “언제든지 이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플라트와 넥사가 도·감청 기술의 수출 규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정황은 이외에도 여럿 있다. 한 고객이 도·감청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최대한 빨리 요구하자, 넥사의 한 임원은 제품을 휴대용 기내 수하물에 넣고 운송하자고 적었다. “우리는 이전에도 종종 휴대용 수하물로 제품을 운송했다.”
이들은 알제리와의 거래를 위해 공항 수하물 신고에서 도·감청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서버’로 허위 신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수출허가를 받지 못하자, 도·감청 소프트웨어를 우선 케냐로 운송하는 방법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케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운송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럽 수출 감독 규정은 서류상으로는 엄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우회로를 막을 수단이 전무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연루?
더 안전한 운송을 위해서는 유럽 이외 지역에 직접 회사를 설립하면 된다. 살리스는 2014년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한 육군 소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메스의 가장 큰 장점은 두바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런 덕택에 “우리가 준수해야 하는 엄격한 수출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아메스 사업문서에 따르면, 아메스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의 ‘위험 국가’ 세 곳과 대규모 사업 계약을 했을 때 직원들은 “수익 마진의 4%”를 특별 보너스로 받았다. 또 다른 문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법인세와 사회보장보험”을 낼 필요가 없고 “비판적인 언론의 문제도 없다”고 적었다.
살리스는 비판적인 기자들에게는 일단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언론이 이집트와 프레데터 구매계약 체결 사실을 알아채자, 살리스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라고 2021년 6월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가헌병대가 살리스의 이 대화를 도청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살리스가 일격당한 것도 결국 아메스의 충실한 고객인 프랑스 보안 담당 관청의 감청에 의해서였다. 살리스를 비롯한 아메스 임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프랑스 정부와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아메스와 프랑스 정부의 네트워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까지 이른다.

ⓒ Der Spiegel 2023년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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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스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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