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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상황 엄중하지만 극단적 억측은 도움 안 돼

기사승인 [165호]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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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비외른 스티븐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소장

 
독일 함부르크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의 기상학자 비외른 스티븐스(Björn Stevens) 소장은 기후연구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폭염과 폭우가 인류에게 얼마나 부담이 될지 정확한 예측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스티븐스는 기후변화가 인류에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연구하려 한다.

라우라 크비어트니아 Laura Cwiertnia <차이트> 기자
 

   
▲ 비외른 스티븐스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소장.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누리집

내가 사는 집이 조만간 홍수로 물에 잠길지 말해줄 수 있는가.
미안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알 길은 없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집 앞의 홍수 위험도를 보여주는 ‘홍수위험 지역지도’를 발간했다. 이 지도를 보면 내 집 앞 도로는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홍수 위험이 아주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이사해야 할까.
당신이 언급한 지도는 우리가 아는 위험이 여전히 너무 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주거지에는 과거 폭우로 강이 범람했거나, 홍수로 굴러 들어온 돌이 쌓였다는 등 홍수 관련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한 지도는 미래에 기후가 제반 조건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날씨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될지 우리가 아는 정보는 너무나도 적다.
캐나다에서 그리스에 이르는 폭염과 슬로베니아와 중국에서의 홍수 등 2023년 여름에 극단적 날씨 현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제 머지않아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없을까.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날씨가 완전히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세계가 화염에 휩싸일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인 날씨가 아무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바람직한 사회적 토론이 아니다.
2년 전 독일 아르탈 계곡 홍수 사태 이후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적잖은 운동가가 아르탈 계곡 홍수가 기후위기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파는 일상적인 홍수에 불과하니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
수많은 극단적인 날씨가 실제로 평범한 날씨 현상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온 상승은 수분 증발률을 올리고, 이로 인해 육지 표면은 더 빨리 건조해진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아래로 내려온다. 즉, 다른 곳에서는 비가 더 많이 옴을 의미한다. 가뭄과 비의 빈도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물리학은 이렇게 간단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어느 정도나 일어나고, 앞으로 어느 곳이 더 위험해질지는 알 수 없다.
기후위기가 날씨를 이미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상학자 프리데리케 오토가 창립한 연구그룹 세계기후특성(WWA) 등의 예측치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기에 사용한 모델은 기후변화를 예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예측치가 글로벌 기후변화의 많은 것을 알려주기는 한다. 하지만 독일 아르탈 계곡 홍수 등의 자연재해는 대체로 불과 수㎞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다. 자연재해를 예측하려면 화상도가 훨씬 정밀한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기후특성 연구그룹의 예측은 다른 연구원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기에 학계에서 논란이 된다. 그래서 기후변화로 가뭄 확률이 20% 늘어나리라는 언론 보도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학술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 2023년 7월 26개국 연구원 180명이 독일 베를린에 모여 극단적인 날씨를 수㎞ 단위로 예보해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지구 가상화 엔진’(EVE·Earth Virtualization Engines)을 결성했다.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누리집/ 트리스탄 폭스트리(Tristan Vostry) 촬영

디지털 쌍둥이 지구
소장님은 2023년 7월 26개국 연구원 180명과 ‘지구 가상화 엔진’(EVE·Earth Virtualization Engines)을 결성했다. 언론 보도자료에 따르면 EVE는 극단적인 날씨를 수㎞ 단위로 예보해 해당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아직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실현할 생각인가.
더 강력한 컴퓨터가 지원하는 훨씬 개선된 모델로 가능하다.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에 초대형 컴퓨터가 있는데, 이 컴퓨터의 성능조차 우리가 현재 가질 수 있는 컴퓨터 성능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날씨 변화를 지역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컴퓨터를 투입하는 것은 각 연구소가 개별적으로 해낼 수 없다. 따라서 학자들의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EVE는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쌍둥이 지구’를 만들려 한다. ‘디지털 쌍둥이 지구’는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일반인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려 한다. 데이터를 통해 주변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볼 수 있게 한다. 북해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기업은 북해의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 풍력단지 조성 지역이 30년 뒤에도 지금처럼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아니면 풍력이 더 나은 곳은 없는지 등을 다른 연구센터의 예보와도 비교할 수 있다. 기후 예보 데이터는 자신의 경작지가 앞으로 얼마나 건조해질지를 확인하고 싶은 농부나 당신처럼 이사 가야 할 곳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당신은 “인간이 자신을 개인이 아닌 이 세상의 일부로 보도록 만들어주는 툴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주 철학적으로 들리는데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웃음) 우리는 모두 지금 기후변화를 각자 홀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으며, 끔찍하며,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기후변화 관련 수치를 보면 모든 상황이 붕괴를 향해 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 채, 사회적 오작동의 희생양이 된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EVE로 사람들이 다시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천재지변의 두려움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살피고 변화에 대비하면서 행동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상황은 충분히 우려를 자아낸다. 어떤 연구원은 소셜미디어에 어마어마한 폭염 도표를 올리면서 충격받았는지 욕설하기도 했다. 반면 당신은 쓸데없이 공포감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의견인가.
상황이 엄중한 것은 맞는다. 지구 기온은 오르고 있으며, 우리는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지역에, 어떻게 이런 폭염이 강력하게 나타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대표 사례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는 100% 확실하다는 연구보고서의 수만큼이나,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많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제대로 된 모델과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물음에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놓고 공개적으로 억측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준비돼 있지 않다. 15년 뒤 남부 독일에서 그리스와 같은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면, 왜 이런 대형 산불 대비를 돕지 않았냐고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어차피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기후위기 대비’ 주제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등을 돌리는 건 아주 비윤리적이다. 기후위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유층이 꽤 있다. 이들은 의도했던 바는 아닐지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손 놓게 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계층은 빈곤층인 경우가 많다. 빈곤층에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직격탄을 맞는 사람들의 등을 바다로 떠미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 2021년 7월 독일 아르탈 계곡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180명이 숨지고 수많은 주택이 파괴됐다. 아르탈 대홍수처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예측하려면 화상도가 훨씬 정밀한 기상예측 모델이 필요하다. REUTERS


   
▲ 비외른 스티븐스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소장이 2023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지구 가상화 엔진’ 결성 회의에서 ‘디지털 쌍둥이 지구’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아마겟돈 상황 피하려면
기후변화에 아는 것이 그렇게 별로 없다면, 현재 경고와 달리 모든 상황이 훨씬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신 보고서에 나온 해수면 그래픽을 보고 불안해졌다. 이 그래픽에 따르면 해수면은 2300년까지 15m가량 상승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해수면의 최대 변화는 2100년대 초반에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해수면 그래픽이 토대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그때는 해수면이 10년마다 1m씩 상승한다. 실제 이렇게 된다면 아마겟돈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론에 실체가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움직여야 한다. 기후위기론에 실체가 있다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완전히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다. 기후위기론에 실체가 없다면, 사람들에게 기후위기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 하는 얘기가 모두 논리적으로 들리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내가 지금 사는 곳에 계속 살아도 된다는 것을 대체 언제 알 수 있는가.
우리가 현재 진행하는 센터를 건립하면 3년 안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가 처음부터 100%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이는 구글 지도처럼 시간이 지나면 개선되는 프로세스다. 지도에서 도로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의 문제로 처음에는 모두 구글 지도를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 지도가 잘 작동한다.

ⓒ Die Zeit 2023년 제37호
Wir sind keine Götter
번역 김태영 위원

 

라우라 크비어트니아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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