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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무라이

기사승인 [166호]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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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편지]

 
김연기 편집장

   
 

지난 늦여름 4년 만에 다시 찾은 일본 도쿄는 ‘로봇의 나라’ 같았습니다. 시부야의 한 카페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로봇이 손님을 맞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문 부탁드립니다.” 귀여운 외계인처럼 생긴 로봇이 큰 눈을 깜박이며 말을 건넸습니다. 라테 한 잔을 주문하자 잠시 뒤 음료를 가져온 로봇은 “맛있게 드세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더군요.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에 로봇은 일본어 투가 묻어나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물러섰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로봇이 응대했고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 이곳에선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갈수록 비대면 영역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더 확산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일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업무차 찾은 일본의 스타트업(신생기업) 사업모델 발표 현장은 마치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일본의 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주최한 행사에 2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무대에 올라선 청년창업가들은 하나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적 스타트업 열풍과 달리 일본 청년들은 혁신과 도전에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 모습은 이런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청년창업가들을 봉건시대의 무사인 사무라이에 빗대 ‘스타트업 사무라이’라고 부릅니다.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사무라이 정신’을 계승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다시 꿈틀대는 젊은이들의 사무라이 정신에 힘입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스타트업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정부와 대학, 기업은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투자 생태계를 마련해 이들을 뒷받침해줍니다. 물론 스타트업이 모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경제의 원동력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청년사업가에게서 생겨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여 년간 고속성장 신화를 쓰며 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이끈 주역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한때 젊은 사업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려는 일본의 저력을 스타트업 사무라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최근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꼭 닮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에 허덕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의 젊은 창업가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의 터널에서 일본을 구해내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청년창업가에게도 지금 우리가 되살려야 할 그 무엇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2월호

 

김연기 ykkim@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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