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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천여 음식점 파산 직전 최고급 식당도 길거리 장사

기사승인 [166호]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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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파리 날리는 독일 식당들- ① 고물가·인력난에 신음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손님을 잃어버린 숙박업소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요리사나 서비스 인력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는다.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에너지 요금의 고공행진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대책을 강구한다.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슈피겔> 기자

   
▲ 독일 함부르크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100/200 키친’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영업이 부진해지자 230유로짜리 정식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35유로의 자릿값만 내면 단품 메뉴를 제공한다. 100/200키친’누리집

35유로(약 5만원)로 살 수 있는 먹거리는 많다. 로스터리 비너발트(Wienerwald·독일의 패스트푸드 통닭요리 체인점)에서 부식을 곁들인 통닭구이 한 마리를 살 수 있다. 뮌헨의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에서는 감자샐러드와 소시지 요리를 세 접시 주문할 수도 있다. 맥도널드 가게의 맥스마트 메뉴라면 5인분도 먹을 수 있다. 서서 몸을 녹일 수 있는 빵 체인점 중 한 곳에 들어가 ‘펜네 알아라비아타’(파스타)를 7개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소피 레만(32)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그 돈으로 빵 한 조각과 버터, 그리고 수돗물 한 잔 정도 겨우 받을 수 있다. 레만은 35유로라는 큰돈을 2023년 5월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함부르크의 고급 레스토랑 ‘100/200 키친’에서 기본요금으로 받는다. 230유로(약 33만원)짜리 정식 메뉴가 아니라 차림표에 있는 단품요리만 주문하는 손님에게 일종의 ‘자릿값’을 요구하는 것이다. 레스토랑 주인이 손님의 식탁마다 일정액을 기본요금으로 계산서에 적어 넣는 문화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레만의 경우 기본요금이 두 나라의 열 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소셜미디어에 성난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제일 먼저 이를 보도한 매체는 일간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Hamburger Morgenpost)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입장료만 35유로!’ 같은 제목으로 티브이 방송 <프로7>(Pro7), 뉴스 포털 <티온라인>(t-Online), 일간 <빌트>(Bild)의 기사가 뒤를 이었다. 전자우편과 소셜미디어에선 레만과 그의 반려자 겸 사업 파트너 토마스 임부슈에게 악담이 쏟아졌다. ‘사업 망하라’부터 ‘두 사람의 자녀가 전부 굶어 죽기 바란다’는 내용도 있었다.
2023년 11월의 어느 오후, 레만이 운영하는 숙박업소 2층의 기다란 식탁 앞에 앉아 있다. 그 자리에서는 아래층 손님용 홀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옆쪽에 자리잡은 오픈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그날 저녁 식사 요리에 사용할 살구버섯을 다듬고 있다. ‘100/200 키친’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은 대형 창고였다. 2018년 문을 연 이 식당은 2022년 두 번째로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그럼에도 경영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자릿값 35유로
전에는 주말 예약이 몇 달 전에 다 차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토요일에도 홀이 썰렁할 때가 있다고 레만은 말했다. “망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뭔가를 누리기 전에, 호사를 할 만한 동기나 합당한 이유가 과연 있는지를 검토하고 찾아내려는 것이다. 값비싼 외식을 하는 것이 더는 이 시대에 적합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어쨌든 기본요금을 내고 차림표에서 단품 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 저녁 식사는 영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이 저녁 식사는 하루 12명한테만 제공했다. 단품 손님들 자리는 레만이 지금 있는 2층의 긴 식탁에 따로 마련했다. 빵과 버터 그리고 물값으로만 35유로이니 굉장한 고리대금으로 느낄 수도 있다. 아니면 경영상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다. 요구르트버터는 직접 만든 수제품이며, 빵도 레스토랑 직영 베이커리의 제빵사가 13년 된 효모로 반죽해 구운 것이라고 레만은 강조했다. “우리는 제공할 것을 분명히 내놨다.” 욕투성이 댓글들은 긍정적 성과도 올렸다. 레스토랑이 유명세를 타서 새 손님이 줄을 잇게 됐으니 말이다.
레만은 이 업종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엔 코로나19가 요식업계를 좌절시켰다. 그다음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다. 하나의 위기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을 때 설상가상으로 다음 위기까지 쳐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마치 코스 요리를 차례대로 하나하나 내놓는 대신 전부 한꺼번에 식탁으로 가져오는 뒤죽박죽된 식당의 공포 버전이었다. 요식업자들은 2024년 1월부터 매장 식사 음식에 매기는 부가가치세(VAT) 인상을 세 번째 위기로 여긴다. 팬데믹 초기에 7%로 내려갔던 세율은 이제 다시 19%로 돌아갔다.
이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이도 몇몇 있다. 뮌스터에 있는 ‘클라이너스 키펜케를’(Kleiners Kiepenkerl) 레스토랑 사장은 <빌트>에 올라프 숄츠 총리의 (자기가 경영하는) 레스토랑 출입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베를린의 한 아시아음식점 주인은 “앞으로는 대놓고 세무 당국을 무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그만큼 줄어들 테니, 앞으로는 음식값을 카드로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통계를 보면 레스토랑, 숙박업소, 카페의 매출액은 2019년 9월보다 14%나 줄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약 7%의 직원이 줄었다. 요리사와 서빙 인력이 이직한 것이다. 노동시간이 훨씬 편안하고 월급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일터로 말이다.

   
▲ ‘100/200 키친’을 운영하는 소피 레만(오른쪽)과 그의 반려자 겸 사업 파트너 토마스 임부슈는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기 전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100/200키친’페이스북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 소식
아예 일찌감치 손을 들어버린 숙박업체도 많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초기 2년 동안 독일에서는 레스토랑 3만 곳이 사업을 포기했다. 살아남은 레스토랑 사장들은 이제 행운을 믿어보지만 파산은 이어지고 있다. 정보서비스회사 크리프(Crif)가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도 파산 지경에 이른 레스토랑 수가 1만5천 개에 이른다. 가게 문을 닫는 레스토랑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실린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전통 레스토랑으로 노래 잘하는 주인이 있는 ‘추어 쇠넨 뮐레린’(Zur schönen Müllerin)이 문을 닫는다. 뷔르츠부르크 부근 키스트에서는 레스토랑 ‘춤 히르셴’(Zum Hirschen)이 영업을 접었다. 코브르크 옆의 도시 라우터바크에서는 270년 전통의 아우어한(Auerhahn) 음식점이 사라졌다. 라인란트팔츠주 뢸에서는 윙스(Wings)라는 200년 된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그보다 역사가 짧은 레스토랑이라고 이 변화 앞에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2017년 당시 24살 청년이 개업한 베를린의 명성 높은 레스토랑 에른스트(Ernst)도 영업을 멈춘다. 손님이 적어서라고 주인은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다. 에른스트는 손님 자리가 겨우 12석뿐인데도 말이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유일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루츠(Rutz)에서 수석셰프로 일하는 마르코 뮐러는 얼마 전 미식가 매거진 <팔슈타프>(Falstaff)에서, 지금 베를린에는 “레스토랑이 과도하게 많다”며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자가 요리사가 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며 험담했다.
수도는 그럴지 몰라도 시골로 가면 사정은 아주 음울하다. 레스토랑이 없으면 갓 결혼한 남녀는 어디서 결혼잔치를 여나? 방금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친척들은 또 어디에서 모여 커피나 아스바흐 우랄트(Asbach Uralt·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도수 높은 독일의 알코올음료 –역자)를 마시나? 많은 레스토랑이 그저 단순히 먹거나 마시는 장소가 아니다. 한 사회를 하나로 모아 지탱해주는 역할도 한다.
레스토랑을 여전히 유지하는 이들은 위기를 넘길 길을 모색한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면 원래 일주일에 한 번이던 레스토랑 휴무일을 이틀이나 사흘로 늘린다. 점심 영업을 없애는 방법도 동원한다. 뉘른베르크 부근에 자리잡은 유원지 레스토랑 미혤스베르크는 겨우내 영업하지 않는다.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가게를 유지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베를린에 있는 카페 페히트너(Fechtner)의 사장 뤼디아 셰르버(34)는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코로나19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팬데믹 발발 겨우 2주 전에 개업한 게 지원금 지급에서 배제된 이유였다. 이제 그는 혼자 가게를 운영한다. 직원들은 일이 너무 많다며 시작한 지 몇 달 안 돼 손을 들고 나가버렸다. 새 직원을 들이고 또 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결국 셰르버는 자기가 직접 요리하고, 음식을 나르고, 홀 청소까지 혼자 한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마음이 훨씬 편하다.”

창조적인 아이디어
또 어떤 이들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뮌헨의 최상급 레스토랑 탄트리스(Tantris)의 셰프는 2023년 10월, 일주일 내내 픽투알린마르크트(Viktualienmarkt·뮌헨 시내에 서는 상설 야외 전통시장)에서 버섯잼과 양파, 베이컨을 곁들인 ‘금주의 감자요리’를 팔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급 레스토랑이 시장에서 음식을 판다는 건 자신의 격을 낮추는 행위로 차마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음식값을 올리지 않은 음식점은 거의 없다. 차림표의 가격 숫자가 전부 새 숫자로 덧붙여진 걸 보면 이런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렇게 가격이 오른 이후 점차 발길이 뜸해지는 손님이 적지 않다. 악순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Der Spiegel 2023년 제52호
In Teufels Küche
번역 장현숙 위원

 

알렉산더 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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