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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꽃피운 ‘아베노믹스’

기사승인 [166호]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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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꿈틀거리는 일본 경제- ④ 눈부신 경제지표

 
왕스위 王石玉 왕리웨이 王力為 천리슝 陳立雄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7월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서거 1주기 추모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2022년 7월 총격으로 사망한 뒤 ‘아베노믹스’가 10년 만에 드디어 꽃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REUTERS

일본 경제는 지금 1990년부터 시작한 ‘잃어버린 30년’ 이후 가장 흥분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일본은 1990년대부터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3년 10월,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9%로 19개월 연속 일본 중앙은행의 목표보다 높았다.
일본 자본시장의 열기가 고조된 것도 풍향계로서 의미가 있다. 2023년 12월15일, 닛케이지수가 32970으로 마감해 1990년 수준을 회복했다.(2023년 일본 닛케이지수 상승률은 33%로 거품경제 시기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편집자) 최근 1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금리를 올렸지만 엔화는 약세를 유지했고, 일본 기업의 이익 전망이 긍정적인 덕분에 자금이 일본 시장으로 유입됐다.
“일본 경제의 실적이 상당히 좋다.” 2023년 11월7일,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 하버드대학 초청 연설에서 “일본 경제 상황이 최근 5년 만에 가장 양호하다”면서 “일본 경제 전망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당시 일본 중앙은행 총재인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철학과 맞지 않아 3주 앞당겨 사임했다. 뒤이어 총재로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는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일본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22년 7월 총격으로 사망한 뒤 양적완화 통화정책과 유연한 재정정책, 구조개혁 등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가 10년 만에 드디어 꽃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2021년부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2023년 GDP 성장률이 2%가 되리라 예상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평균 성장률이 1.7%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3년(2017~2019년)의 평균 성장률 0.6%보다 높았다.

임금상승 여부가 관건
세계경제 환경이 여전히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은 디플레이션과 침체에서 벗어날 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최신 지표를 보면 2023년 3분기 명목GDP 성장률은 6.9%였다. 그러나 물가상승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뒤 실질GDP 성장률은 2분기 4.8%에서 3분기 –2.9%로 바뀌었고 전년도 같은 기간의 –1.2%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은 2024년 일본의 GDP 성장률이 1%로 하락한 뒤 1% 이하 플러스성장을 지속하리라 예상했다.
분석가들은 2024년 일본의 임금수준이 실질적으로 오를지가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요인이 되리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임금과 물가 상승이 안정적으로 선순환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신건설(中信建設)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임금이 상승하면 지난 20~30년 동안 지속된 경제의 흐름이 바뀔 것이다.” 도모 기쿠치 와세다대학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지방 도시에 외국자본과 일본 기업의 투자가 시작됐다”며 “지난 2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도모 교수는 기시다 후미오 정부도 혁신과 창업을 중시해서 법률을 수정하고 대학의 창업기업 설립을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노동시장이 개방되고 종신고용 개념이 변하면서 일자리 유형이 다양해졌다. 창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과거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일본처럼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 문제를 처리하는 국가는 드물다.” 싱위칭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대다수 국가는 인플레이션이 문제였고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 일본은 자산 거품이 붕괴한 뒤 상황이 심각했다. 단 1년 사이에 닛케이지수가 1990년 초 38900이 넘는 고점을 기록한 뒤 23000 이하로 추락했고, 2003년과 2008년에는 1000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거품도 무너졌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부동산가격지수는 1991년에 고점인 182까지 올라갔지만 2008년 이후 100 이하로 떨어져 부동산 가치가 40% 넘게 하락했다.
은행과 기업, 개인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줄었고, 부실채권 등 금융 리스크가 커진 것은 물론 대차대조표가 악화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억제했다. 그 뒤 일본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1991년 일본의 CPI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3.25%였으나 그 뒤 30년 동안 2014년 CPI 동기 대비 상승률이 2%를 넘긴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승률이 1% 이하였다.
2022년에 이런 흐름이 깨졌다. 3월 일본 CPI의 동기 대비 상승률이 1%를 넘어섰고, 2022년 전체 CPI 상승률이 2.5%를 기록했다. 2022년 9월부터 매월 CPI 상승률이 3%를 웃돌았고, 2023년 1월에는 4.3%를 기록해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3년 10월 CPI 상승률은 3.3%였다.
도쿠치 다쓰히토 칭화대학 공공관리학원 산업발전 및 환경거버넌스 센터(CIDEG) 상임이사 겸 연구원은 “완만한 물가상승률은 일본 경제가 호전된 것을 설명하고, 안정적인 물가상승은 경제 전체의 순환을 돕는다”고 말했다.

도쿄 긴자 명품거리의 부활
2023년 일본의 소매부문 매출액 증가율이 4% 수준을 유지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증가율 0.64%보다 높았다. “최근에 일부 식당은 예약하기가 힘들어졌다. 도쿄 긴자의 명품거리에서 대부분 매장 앞에 대기줄이 생겼고 때로 장사진을 이루는데, 이는 오랫동안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선젠광 징둥그룹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을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일본 소비시장이 회복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최근 1년 사이 세계경제 환경에서 유입된 요인이 일본 물가를 끌어올렸다. 싱위칭은 “첫째 요인은, 국제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일본은 이 분야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가격에 민감한 편이다. 둘째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다”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는 하버드대학 연설에서 “다소 역설적이지만 일본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한 직접적 원인이 지난 10년 동안 지속한 통화완화 정책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물가상승의 요인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전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는 일본 내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일본은 원자재 수입국으로 광물연료와 석유가공품이 연간 수입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2022년에는 하루 평균 273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최근 3년 동안 전세계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020년 3월 배럴당 15달러까지 떨어진 뒤 2022년 4월에는 배럴당 125달러까지 올랐다가 조정받았다.
이와 동시에 엔화 약세는 명목가격 상승을 일으켰고 물가상승을 부추겼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 하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2022년 3월부터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전세계 유동성이 달러화 시장으로 돌아갔고, 달러화는 엔화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화폐 대비 가치가 상승했다. 2022년 3월부터 10월까지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15엔에서 151엔으로 상승해 30% 넘게 절하됐다. 그 뒤 약간의 조정을 거쳤지만, 2024년 1월16일 기준 달러 대 엔화 환율은 146엔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일본에 대한 투자는 ‘가성비’가 개선됐고, 이는 일본 자본시장에 추동력을 제공했다. 2023년 10월 일본 자본시장에 1조7500억엔(약 15조9500억원)이 순유입됐다. 자산가격도 반등했다. 2023년 5월 닛케이지수가 32000까지 상승해 거품경제가 무너지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신건설의 보고서는 “일본이 코로나19 사태 종식 뒤 경제활동을 회복했고, 엔화 약세 효과로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특히 국제무역과 교통, 운수, 도소매, 은행, 보험 분야가 강세”라고 지적했다.
싱위칭은 “일본 다국적기업은 국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비중이 높고 달러화로 매출액을 표시한다. 이 분야의 이익을 국내로 가져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데 엔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익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1월 초에 열린 차이신포럼(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주관하는 연례 포럼)에서 ‘이웃 국가의 경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중국에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무샤 료지 무샤리서치 대표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짧은 기간에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사업 방식을 개선한 효과도 있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가장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기업의 이익률이 8%로, 가장 낮았던 2008년의 두 배가 됐다. 기업이 국내에 생산기지를 짓고 생산과 경영 활동을 시작해 일본 경제의 회복을 촉진했다.”

기업 투자·생산 활동 활발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자 취업시장에서 수요가 늘었다. 2023년 9월, 일본의 실업률은 최근 10년 만에 가장 낮은 2.6%를 기록했다. 1991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실업률이 4% 수준이었다. 선젠광 부총재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민정책을 완화한 상황에서 달성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도 회복세를 보였다. 일본의 2023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도쿄권 신축 아파트 평균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3% 올랐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권 토지의 평균 거래가격은 각각 4.3%, 3% 상승했다. 일본의 가계수지 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 종식 뒤 세대주 나이가 29살 미만인 가구의 주택보유율이 33%로, 최근 20년 만에 가장 높았고 2002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49호
日本逃離通縮
번역 유인영 위원

 

왕스위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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