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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상 시청에 진가 발휘 비싸고 무거워 대중화 한계

기사승인 [168호]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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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CHNOLOGY] 애플 ‘비전프로’ 출시

 
2024년 2월부터 데이터 안경 ‘비전프로’(Vision Pro)가 미국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이 애플의 다음 성공작이 될까.


마티아스 크렘프 Matthias Kremp <슈피겔> 기자
 

   
▲ 비전프로의 특별한 점은 ‘아이사이트’인데, 외부인에게 착용자의 눈을 보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다. REUTERS


오후 11시부터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는 엄격한 야간비행 제한이 적용된다. 이날의 마지막 비행기인 뮌헨발 LH2088편이 일요일 밤 10시55분에 딱 맞춰 착륙했다. 탑승객 중에 함부르크의 홍보대행사 매니저 로만 바이스호이플도 있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개의 큰 여행 가방을 가지고 왔다. 통관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오래 걸렸다. 그의 짐에 귀중품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이스호이플은 미국 회사 애플이 ‘공간 컴퓨터’라고 칭하는 최신 기기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 7대를 운반하고 있다.
2023년 6월 애플이 미래형 컴퓨터 안경을 처음 공개한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생산한 이 희귀한 최신 제품은 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전세계적으로 몇몇 언론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만이 기능을 시험할 수 있었고, 2024년 2월2일에야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미국에서만 살 수 있고, 열렬한 애플 팬조차 망설이게 할 가격으로 판매된다. 세금을 포함해 3500달러(약 461만원)로, 비슷한 데이터 안경인 페이스북 회사인 메타의 ‘퀘스트3’(Quest 3)보다 7배나 비싸다. 그 대가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한다고 한다.

팀 쿡, ‘비싸지 않다’ 항변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미국 아침 방송에서 이 기기가 “내일의 기술을 오늘 제공할 것”이라며 가격을 정당화했다. 5천 개 이상의 특허로 기술이 보호되는 이 제품을 수년간 개발했다고 한다. “우리는 적절한 가치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생각한다.” 애플에 비전프로는 미래를 건 큰 베팅이다. 애플이 또다시 새로운 유형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대중을 유혹할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이 애플은 영리하게 모든 것을 ‘경험’에 집중시켰다.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한 주문이나 결제, 포장 그 이상이다. 먼저 아이폰 앱을 사용해 구매 희망자의 머리를 측정한다. 안경이 얼굴에 꼭 맞도록 적합한 플라스틱 쿠션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이 쿠션을 조금 거창하게 ‘라이트 실’(Light Seal)이라 부른다. 안경을 착용한 사람은 자신의 시력을 기록하면 자이스(Zeiss)의 교정 렌즈를 기기에 삽입할 수 있다.
안경이 맞춤 조정되면 구매 희망자는 애플스토어에서 엄선한 앱과 3차원(3D) 사진 및 영상을 보여주는 25분짜리 홍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이렇게 유혹당해 제품의 성능을 확신하는 사람, 그리고 구매 여력까지 있는 사람은 매장을 떠날 때 거대한 종이봉투를 들고 나간다. 애플이 새 기기를 담아 제공하는 상자는 부츠 두 켤레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크다. 모든 상황이 여기서 뭔가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디자인도 정교하다. 경쟁사의 가상현실 안경은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는데, 애플 제품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었다. 그래서 애플의 고급 헤드폰 에어팟맥스(AirPods Max)와 마찬가지로 무겁다. 사양에 따라 비전프로의 무게는 600~650g이다. 배터리가 분리돼 케이블로 안경과 연결됐는데도 그렇다.
두 개의 헤드밴드(headband)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은 이런 무게에도 비전프로를 착용할 만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선, 애플은 광고에서 항상 ‘솔로 니트 밴드’(Solo Knit Band)를 보여준다. 신축성과 통기성이 뛰어난 원단으로 머리 모양에 맞게 조절하고, 현대의 스포츠 신발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하게 다이얼로 조일 수 있다. 멋있어 보이고 착용감도 좋다. 처음 20~30분 동안은 그렇다. 그 뒤에는 이 구조가 목근육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솔로 니트 밴드 대신에 쓸 수 있는) ‘듀얼 루프 밴드’(Dual Loop Band)는 뒤통수와 머리 위를 두르는 두 개의 스트랩으로 구성돼, 인체공학적으로 더 나은 무게 분산을 구현한다. 이 밴드는 ‘솔로 니트 밴드’처럼 멋져 보이지는 않고 헤어스타일을 망가뜨리지만, 비전프로를 훨씬 더 오래 착용하게 해준다.
 

   
▲ 미국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2024년 2월 애플의 비전프로가 전시됐다. 애플에 비전프로는 미래를 건 큰 베팅이다. REUTERS

눈과 손가락으로 조작
안경을 착용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처음 나타나는 장면은 사람을 조금 당황스럽게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컴퓨터 세계도 가상화면도 아니다. 그저 익숙한 주변 환경이다. 하지만 직접 보는 것이 아니다. 눈과 주변 환경 사이에는 센서와 카메라로 가득 찬 애플 노트북만큼이나 강력한 컴퓨터가 있다. 사용자는 컴퓨터가 생성한 이미지 속에서 움직인다. 사용자의 집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사용자가 지금 머물고 싶은 다른 현실일 수도 있다.
안경의 카메라는 이미지를 두 개의 고해상도 스크린으로 전송한다. 이미지 품질이 엄청나게 뛰어나 픽셀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다. 앱이 투사돼 사용자 앞의 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앱을 자유롭게 밀어내거나 크기를 확대·축소할 수 있고 벽이나 천장, 바닥, 방 중앙 어디에든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다. 일단 한번 배치하면 그곳에 못을 박은 것처럼 고정된다. 주방에서 요리책 앱과 음악 플레이어를 연 다음 거실에 가서 영화를 보다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도 앱은 원래 위치에 그대로 있다.
비전프로의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귀찮은 기능 중 하나는 조작을 위해 추가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많은 가상현실 안경은 작은 컨트롤러를 손에 들고 가상세계와 상호작용하지만, 애플의 안경은 눈과 손가락을 사용한다. 원하는 사람은 게임을 위해 게임용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다.
작동 원리는 항상 동일하다. 상호작용하려는 대상을 보고 엄지와 검지를 함께 탭해 상호작용을 확인한다. 컴퓨터(PC)의 세계로 번역하면 시선으로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고 손가락으로 마우스 클릭을 하는 것이다. 단지 마우스 포인터가 없을 뿐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유형의 제어는 빠르고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다.
앱을 움직이기는 쉽지만, 텍스트를 입력할 때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하려면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키보드에서 잠깐 눈을 뗄 때마다 글쓰기가 중단된다. 긴 텍스트를 쓰는 경우 조금 힘들어진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비전프로에 연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새로운 ‘환상 기계’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텔레비전(TV) 대용으로 쓸 때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앱의 화면 창을 TV 세트의 크기를 뛰어넘는 거대한 가상TV 기기로 확대할 수 있다. 화질이 훌륭하고 내장 스피커의 음질도 적절한 수준이다. 더 강력한 사운드를 원한다면 블루투스 헤드폰을 귀에 꽂으면 된다.
디즈니플러스(Disney+) 등이 제공하는 3D 영상물을 볼 때 특히 인상적이다. 애플이 비전프로용으로 특별히 제작한 ‘몰입형 3D’ 비디오도 있는데,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는 컴퓨터로 생성된 공룡, 콘서트 투어 리허설을 하는 얼리샤 키스,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야외 스포츠 선수 페이스 디키를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4분에서 20분 정도인 이 짧은 영상들은 애피타이저에 가깝다.

‘아이사이트’가 하이라이트
애플에 따르면 현재 600개 이상의 비전프로용 앱이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엑셀, 팀스 등 전통적 사무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게임, 휴식 및 생산성 소프트웨어도 포함됐다. 아웃룩은 아직 지원되지 않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이런 서비스는 당분간 브라우저에서 접속하거나 해당 아이패드 앱을 안경에 다운로드해야 한다. 그러면 이들 앱은 2차원(2D)으로만 작동한다.
비전프로를 이용한 화상 채팅과 회의는 상당히 생소한 느낌이다. 사용자는 안경을 쓰고 그 앞에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 채팅이나 회의에서 사람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아바타를 만들어야 한다. 애플이 ‘페르소나’라고 부르는 일종의 디지털 쌍둥이다. 이를 위해 안경을 벗고 안경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를 사용해 본인 머리의 ‘3D 스캔’을 생성한다. 그 결과물은 일종의 피규어다. 안경의 센서가 비전프로를 쓴 사람의 표정을 때로는 잘, 때로는 잘못 재현한다.
비전프로의 하이라이트는 아이사이트(EyeSight)이다. 애플은 안경 외부에 스크린을 장착했는데, 이는 외부인에게 착용자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실제 상황에서는 광고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디지털 눈 복제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인식하기 어렵다. 다만 적어도 사용자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고립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정말 필요할까?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화면도 작았고, 앱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399유로(약 53만원)라는 가격은 당시에는 비쌌다. 너드(Nerd·지능은 높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렸다. 비전프로의 상황도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다.

ⓒ Der Spiegel 2024년 제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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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마티아스 크렘프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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