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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자존심 공략 추운 겨울, 비싼 가격 약점

기사승인 [170호]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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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보르도 아성 넘보는 중국 와인

 
고비사막 남쪽 끝자락에서 생산하는 뛰어난 와인으로 중국은 유럽 시장에 도전한다. 목표는 프랑스의 위대한 롤모델을 뛰어넘는 것이다.


레오 클림 Leo Klimm <슈피겔> 기자
 

   
▲ ‘샤토 창위 모저 XV’를 생산하는 중국 닝샤의 와이너리. 중국 창위와인은 마지막으로 남은 유럽의 영역인 와인에 도전장을 던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급 양복을 입은 신사가 내놓는 레드와인은 보르도 와인의 신화에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저우훙장은 완벽한 유사품을 제공한다. 모방에는 가격도 포함된다. 중국 중부 닝샤후이족자치구(이하 닝샤)에서 생산한 포도주의 가격은 약 200유로(약 30만원)다. 병당 가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의 밸런스(균형)”라고 저우훙장은 말한다. 그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와인무역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에 참가했다. 이제 겨우 정오라 그는 술이 아니라 꽃이 그려진 도자기 잔에 담긴 차를 마시고 있다. 저우훙장은 상장된 거대 주류 기업 ‘창위 파이어니어 와인 컴퍼니’(Changyu Pioneer Wine Company·이하 창위와인)의 대표다. 또한 얼마전까지 그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였다.
그는 중국어로만 말하지만 그 안에는 “테루아”(Terroir), “샤토”(Château), “크뤼”(Cru), “라피트 로칠드”(Lafite Rothschild)와 같은 ‘보르도 어휘’가 뒤섞여 있다. 저우훙장은 보르도를 알고 유럽을 안다. 하지만 유럽은 그도, 중국 와인도 알지 못한다. 이를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다.
 

   
▲ 중국 닝샤의 포도밭에서 2021년 10월 노동자들이 수확한 포도를 분류하고 있다. 닝샤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실험실이 됐다. REUTERS

창위와인의 야심
중국의 와인 황제가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그의 회사 창위와인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업체로 연간 1억 병을 생산한다. 대부분은 단순한 ‘테이블 와인’(식사 중에 메인이 되는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와인)이고, 수출용이 아니다. 하지만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최고 점수를 준 보르도 모방품 ‘퍼플 에어 컴스 프롬 더 이스트’(Purple Air Comes from the East)처럼 공들여 생산하는 와인도 있다. 창위와인은 서양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의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와인 브랜드 순위에서 창위와인은 샴페인의 전설 모에샹동(Moët & Chandon)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서는 중국산 고가의 와인을 다양한 품목이 매우 잘 구비된 와인 전문점이나 고급 와인바, 온라인 판매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저우훙장은 이 틈새시장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2024년 3월 중순에 열린 프로바인에서 창위와인은 인도, 카자흐스탄 등 이국적인 국가 가운데 눈에 띄는 크고 밝은 빨간색 전시 부스에 참여했다.
중국은 의류, 전자제품, 공산품을 서구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유럽의 영역인 와인도 곧 잠식될 것인가? 다른 어느 곳보다 전통과 뿌리, 라이프스타일과 명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 ‘샤토 창위 모저 XV’(Château Changyu Moser XV)가 승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라피트 로칠드와 동등한 위치에 서고 싶다”고 저우훙장은 아무런 동요 없이 말했다. 라피트 로칠드는 보르도 와인의 최고봉이다. 원본을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원본과 동등한 모방품을 만드는 것이 그의 야망이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와인은 티셔츠나 태양광 패널처럼 쉽게 교체할 수 없다. 프랑스 디종에 있는 ‘버건디 비즈니스 스쿨’(Burgundy School of Business)의 와인 경제학자 라라 아뇰리는 “중국인들에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닝샤의 와인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 강하면서도 균형 잡혀 있다.” 그럼에도 창위나 그 최대의 라이벌인 그레이트월와인(China Great Wall Wine)과 같은 제조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중국 와인은 비슷한 품질의 유럽 와인보다 더 비싸다”고 아뇰리 교수는 말했다. 저우훙장은 불리한 조건으로 서구권 와인 제조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칠레나 스페인산 와인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저우훙장은 말한다. 중국 기업가에게 덤핑 경쟁에 대한 불평을 듣는 것이 희극적으로 느껴진다. “우리의 대답은 수출할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점점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거꾸로 된 세계다. 값싼 수입품과의 경쟁, 높은 입지 비용, 프리미엄 전략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유럽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 말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중국 와인 업계의 현재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저우훙장만 확장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그룹 LVMH(루이뷔통모에에네시)와 로칠드 가문과 같은 국제적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운 와인시장의 어딘가에 중국산 고급 와인을 위한 틈새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한때 신대륙 와인 붐에 참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나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 투자했던 것처럼, 이들은 대략 10여 년 전 중국에 보르도 품종을 심었다. 로칠드 가문은 중국 동부의 황해 인근 지역을 선택했고, LVMH는 히말라야 산기슭의 윈난성에서 그들의 포도를 심었다. LVMH는 ‘구름 위를 날다’라는 뜻의 아오윈 와인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가격은 어쨌든 세계 최고 수준인 병당 약 300유로(약 44만원)다.
저우훙장을 위해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양조학자의 이름은 렌츠 마리아 모저로, 오스트리아 남부 출신이다. 그는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좇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훙장과 모저는 음양관계와 같다. 신중하고 과묵한 저우훙장과 몸짓이 크고 말을 아끼지 않는 활기찬 모저는 대조적인 짝꿍이다. 헝가리 도나우강 유역 바하우 계곡에서 모저 가문은 수세기 동안 와인을 만들어왔다. 모저 자신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고의 와이너리 몬다비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 영국의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와인 브랜드 순위에서 창위와인은 모에샹동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브랜드파이낸스 누리집 갈무리

와인 제조 노하우 전수
최근 10여 년간 모저는 중국에 와인 제조 노하우를 전수했다. 닝샤 지역에서 창위와인은 7천만유로(약 1028억원)를 들여 고비사막 남쪽 가장자리에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성을 모방한 건물을 짓고 1500개의 수입 오크통과 첨단 압착기계를 갖췄다. 그 주변에 모저가 작업하는 카베르네 포도가 자란다. 그는 닝샤를 “중국의 보르도”라고 부른다. 비록 두 지역은 풍경과 기후 면에서 공통점이 없지만 말이다. 그의 와인은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보르도 계열 와인을 묘사하는 표현)이라면서 보르도의 전설 샤토 라피트와 비교한다.
모저는 닝샤를 “진정한 오아시스”라고 찬양한다. 해발 1100m에 위치한 닝샤는 밤이 춥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건조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이 있다. “이런 조건이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베르네 포도알을 가져다준다”며, 그는 “가장 순수한 농축”이라고 말했다.
보르도, 특히 라피트는 모저의 중국 쪽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모든 것의 척도이자 부와 세련됨의 전형이다. 2010년대에는 중국에서 라피트 빈 병이 5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라피트를 향한 열광이 대단했다. 그런 다음 위조업자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와인으로 병을 채웠다.
중국 부자들은 보르도 와인을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보르도를 소유하고 싶어 했고, 프랑스 남서부의 와이너리 200여 곳을 사들였다. 창위와인도 기념 간행물에서 자랑스럽게 언급했듯이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농장을 인수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들은 자국에서 보르도를 만들고 있다. 지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닝샤의 광산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실험실이 됐으며, 13만 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일한다. 2021년에는 포도 재배 면적을 10만헥타르(ha)로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 개발 계획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 지역의 혹독한 기후는 와인 생산자들에게 도전 과제다. 길고 추운 겨울 동안 포도나무가 얼지 않도록 줄기를 구부려 손으로 땅에 묻어야 한다. 추산에 따르면 매년 약 5%의 포도나무가 이 ‘동면’ 과정에서 망가져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엄청난 양의 작업과 비용을 의미한다”고 와인 전문가 아뇰리 교수는 말한다.
LVMH가 구름 와인을 생산하는 윈난성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LVMH는 유럽에서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의 4배를 그곳에서 기록했다. 전통의 부재도 눈에 띈다. 모저는 일부 신규 와인 생산자들이 포도나무를 보호하면서 가지치기를 하는 방법이나, 조심스럽게 수확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한다고 인정한다.
동시에 중국 와인 생산자들은 수입품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 소비자는 여전히 외국산 와인을 더 좋은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수입산으로부터의 보호를 요구한다. 2020년 저우훙장과 모저의 회사인 창위와인은 다른 와인 회사들과 함께 중국 무역부에 79쪽 분량의 불공정 경쟁 혐의와 관련한 불만 서한을 제출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경쟁업체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 와인 소비 감소 파장
2010년대까지만 해도 와인업계에서 유망한 시장으로 칭송받던 중국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붕괴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전세계 와인 생산량의 6.7%를 소비했지만 2022년에는 2.4%에 그쳤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엄격한 코로나 봉쇄와 그에 따른 구매력 상실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중국 제품이 아닌 와인은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했다.
중국의 와인 소비 감소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보르도에서는 와인 생산자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아뇰리 교수는 디종에서 중국인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프랑스 국내에서도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 와인 생산자들은 어쩔 수 없이 수출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은 생산량의 1% 미만을 국외에 판매했으며, 대부분 레드와인이었다.
아뇰리 교수는 유럽에서 중국 와인은 앞으로도 여전히 부유한 와인 감정가들의 전유물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럼에도 아뇰리 교수는 가능성을 본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와인 초심자들이 보르도가 와인의 위대한 모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중국 와인도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다. 보르도의 무거운 와인은 어차피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중국의 와인 생산자들은 자체적인 테루아와 와인의 특징을 발굴해야 한다. 성공은 모방에 있지 않다.”
모저는 이 모든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더 다양한 종류의 레드와인 품종을 심고 싶어 하며, 이를 통해 그의 상사들을 보르도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산 단위가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인 사업에서 빠른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저우훙장이 그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저는 다음 목표에 눈을 돌렸다. “중국산 화이트와인. 그것이 바로 우리의 위대한 미래다!”

ⓒ Der Spiegel 2024년 제18호
Fast ein Bordeaux
번역 황수경 위원

 

레오 클림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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