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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이 되레 자연 파괴” 연정 참여 뒤 동맹관계 삐걱

기사승인 [170호]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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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BATE] 녹색당, 환경단체 등 돌리나

 
함께 투쟁했던 과거의 동지들이 이제는 소원해진 파트너가 됐다. 독일 환경단체들과 녹색당의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했다.


하나 크누트 Hannah Knuth <차이트> 기자
 

   
▲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2023년 4월 뤼겐해안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하려는 독일 정부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커플 치료에 ‘정서적 소외’라는 개념이 있다. 몸은 함께 있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친밀감이 사라지며 함께 뭔가를 이루어내는 뿌듯함을 더는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관계가 이 정도로 악화하는 것은 커플이 상대방에게 가지는 기대치와 관련 있다고 상담치료사들은 지적한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거나 너무 높아서, 혹은 두 가지 모두 해당하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 녹색당 및 환경단체 쪽과 대화를 나누면 그들이 소원해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가까웠던 두 파트너가 상대방의 등 뒤에서 서로 험담하는 일이 잦아졌다. 녹색당이나 녹색당 출신의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부장관을 주제로 환경운동가들과 대화하면 마치 극우 성향의 후베르트 아이방거 바이에른주 경제부장관이 정치적 반대파를 향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환경운동가들은 하베크 장관이나 녹색당을 언급할 때면 언론에 자신의 발언이 인용되기를 꺼린다. 환경운동가들에게 이런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녹색당을 좀 신랄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하베크 장관은 이제 옳고 그름의 기준을 벗어난 정치인이다.”
“하베크 장관이 아침에 뭘 피운다는 등의 신변잡기적인 것은 알고 싶지 않다.”
녹색당과 환경단체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해 보인다. 녹색당이 연정을 구성한 지 2년이 넘은 현재, 양쪽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과거 녹색당에 환경단체들은 사회민주당의 노동조합과 같은 존재였다. 양쪽은 무엇보다 좌파 성향으로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동맹관계였다. 환경단체 대표들이나 관계자 중에는 오랫동안 녹색당 당적을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하베크 장관의 사퇴 요구를 고민 중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얘기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이들은 에너지전환 열풍 와중에 녹색당이 당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자연과 생물종 보호에서 멀어졌다고 비판한다. 이 비판은 특히 하베크 장관을 겨냥한다.
 

   
▲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의 ‘자연 파괴적인’ 정책 행보에 환경단체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제는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베크 장관의 사퇴 요구를 고민 중이라고 얘기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REUTERS

녹색당, 신랄하게 비판받다
독일 자연·동물·환경보호단체의 연합체인 독일자연보호링(Deutscher Naturschutzring, DNR)의 플로리안 쇠네 대표는 “녹색당 출신 장관이 경제부처를 이끌고 있는데도 자연과 환경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쇠네는 하베크 장관의 경제부가 허구한 날 자연보호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연히 환경단체들은 경제부의 그런 결정에 절대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단위의 환경단체들 분노는 어마어마하다.”
어쩌면 좌절감은 환경단체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몇주 동안 독일 자연·생물다양성보존연맹(NABU), 독일환경자연보호연맹(BUND), 비영리 환경단체인 독일환경지원, 그린피스, 세계자연기금(WWF) 등에서 좌절과는 또 다른 감정 응집이 감지됐다. 환경단체들은 이제 좌절이 아니라 분노한다.
녹색당이 환경단체들의 분노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농부, 난방기술자, 전직 레이싱 드라이버, 래퍼, 우익 음모론자 등이 독일 정부의 환경정책에 분노했다면, 이제는 정치적 성향을 띤 자연·환경단체들의 분노도 끓는점을 넘어섰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어떤 분노일까.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한 초반에는 녹색당을 향한 환경단체들의 기대가 엄청났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지인과 친구가 갑작스레 공직을 맡고 정부에서 책임을 맡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환경단체들은 단순 희망사항이 아닌, 연정합의문에 명시될 내용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녹색당을 향한 환경단체들의 실망이 급속도로 커졌다. 연정합의문 3장2항 1168번째 줄 “독일 정부는 현행 환경보호 기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것이다”가 대표 사례다.

재생에너지 확충이 자연 파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수급은 독일 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하베크 경제부장관은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속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환경단체는 해당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붉은 솔개, 흰꼬리 독수리, 검은 황새 및 흰 황새의 희생을 무릅쓴 법안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하베크 장관의 경제부는 풍력발전기 터빈이 돌아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들의 번식지와 풍력발전기 간의 법정 간격을 줄여버렸다.
환경단체들은 새들이 풍력발전기의 로터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녹색당 장관의 경제부는 새 한두 마리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법안은 환경단체-녹색당 관계와 관련한 최초의 스트레스 시험대가 됐다.
하베크 장관의 경제부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에 즉각 몇 개의 수치를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연간 풍력터빈 한 대당 새 1~4마리가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거나, 교통사고, 집고양이의 희생양이 되는 새는 연간 각각 1억~1억1500만 마리, 7천만 마리, 2천만~1억 마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죽은 새의 통계치에 ‘0’이 너무 많이 붙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생에너지 확충을 가속화하기 위해 많은 지역에서 자연보호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는 표준평가가 시행된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의 예외를 인정하는 추가 법안도 이후 통과됐다.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시민들이 환경 우려를 표명할 수 있으므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 통과까지 몇 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녹색당이 달라졌음을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고 말한다. 당시 녹색당은 자연보호가 기후보호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고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은다.
기후와 자연 간의 새로운 힘의 균형은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에도 잘 드러난다. 개정안은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으로 공공이익에 부합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예외적인 경우 재생에너지가 수자원 보호구역, 산림 및 자연보호에 앞서 우선권을 가진다.
거대한 전환 프로젝트인 기후보호는 어떤 면에서는 잔인한 과정이다. 기후보호는 자연보호와 공통점이 그다지 많지 않다. 기후보호에는 공간과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반면 자연보호는 자연을 그냥 놔두기만 하면 된다.
환경단체들과 녹색당을 소원하게 만든 수많은 요인이 양쪽의 목표 상충에서 잘 드러난다. ‘LNG 가속법’은 대표적인 목표 상충 사례다. 이 법은 관료주의를 배제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액화천연가스(LNG)를 독일로 수송하기 위해 LNG 터미널 건설의 승인 절차 단축을 뼈대로 한다. 독일 정부는 뤼겐해안 등 독일 해안 곳곳에 LNG 터미널 여러 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LNG는 운송을 위해 영하 163도까지 냉각되고 터미널에서 기체 상태로 다시 변환된다. 언젠가 LNG 터미널에 친환경 수소도 수송될 것이다. 하베크 장관은 “LNG 터미널 인프라는 독일과 유럽의 기후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NABU, BUND, WWF, 독일환경지원 등에 따르면, 뤼겐해안의 신규 LNG 터미널의 각종 건설 조치와 관련해 지금까지 흔히 이뤄졌던 환경영향평가가 일체 이뤄지지 않고 자연보호의 예외 규정이 승인됐다.
최근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해안가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만의 가스 수송관은 해양보호구역을 관통하고 산호초를 파괴할 것이다. 준설 작업은 청어 산란지는 물론이고 장어, 철갑상어, 발트해 돌고래까지 위협할 것이다.
 

   
▲ 환경부 장관으로 입각한 녹색당 소속의 슈테피 렘케(왼쪽)를 향한 환경단체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렘케 장관이 2024년 1월 내각회의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자연·생물종 보호 후퇴
환경보호단체들은 이 모든 잠재적 위험요인을 논의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독일 경제부는 LNG 터미널이 공공의 안전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LNG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의 최단기 실현은 독일에서 안전하고 다양한 가스 수급이라는 핵심 이익에 부합하며 최우선적 공익을 위해 (…) 필요하다”고 ‘LNG 가속법’에 명시돼 있다.
94만 명 이상의 회원 및 후원자를 보유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 엔아베우(NABU)의 라이프 밀러 연방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NABU에 몸담으면서 슈테피 렘케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수많은 녹색당 인사와 친분을 맺었다. 밀러는 “연정 일원인 녹색당의 행보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정부처럼 자연·생물종 보호가 후퇴하는 역대 정부를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10년 전만 해도 녹색당 소속의 경제부장관이 자연보호에 시민참여권을 제한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녹색당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녹색당은 더 이상 당명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
녹색당의 기후정책에서 자연·생물종 보호의 후퇴를 비판하는 것은 환경단체들만이 아니다. 2023년 녹색당의 연방생태실무그룹(Federal Ecology Working Group)이 작성한 입장문이 당내에서 회람됐다. 입장문에는 녹색당이 자연보호를 “파괴하는 여파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나온다.
독일 정부의 지원프로그램 중에는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후보호와 자연·생물종 보호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 지원프로그램의 담당 부처는 녹색당 소속의 렘케 장관이 이끄는 환경부다. 이 프로그램으로 황무지, 숲, 해초, 염습지 등 탄소 흡수원의 재자연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2023년 국가 예산 위기를 겪으면서 이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했다. 환경단체들에 상반된 평가를 받는 렘케 환경부장관은 당초 이 프로그램에 계획된 50억유로(약 7조3천억원)가 아닌 35억유로만 예산으로 받는다.
독일 정부는 오랫동안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이 금기했던 탄소지하저장을 향후 허용하겠다고 2024년 2월 발표했다. 녹색당도 이제는 탄소지하저장을 기후문제 해결책으로 옹호한다. WWF의 하이케 페스퍼 정책·경제 전환 담당 이사는 “우리는 현실에 도착했다”며 “어느 환경단체든 녹색당과 관계가 틀어진 지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환경단체들은 녹색당과 여전히 긍정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녹색당 지도부와 원내 대표단은 3개월마다 환경단체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한다. “물론 이제는 양쪽 모두 일하는 방식과 대화 방식도 달라졌다.” 이는 역할의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의미다. “녹색당은 환경단체들이 오랫동안 동일한 기치를 향해 협력했던 야당이 이제는 아니다.”
환경·자연보호단체들 안에서는 환경·자연보호 후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최근 활발하게 논의한다. 녹색당이 환경단체의 기본 원칙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녹색당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있다. 독일자연보호링의 일각에서는 하베크 장관의 사퇴 요구를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동시에 녹색당 소속의 쳄 외츠데미어 식품·농업부장관의 사퇴 요구도 논의하고 있다.

관계 설정 놓고 갑론을박
반면 환경단체의 또 다른 계파는 녹색당 소속 장관 두 명의 사퇴를 요구하면 환경단체들이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고, 그러면 환경단체들의 유일한 파트너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적잖은 녹색당 관계자들은 신중하고 합리적인 후자 진영의 입장이 대세가 되기를 바란다. 녹색당은 최근 몇 달간 “사회적으로 환경에 찬성하는 다수를 만들어달라”며 환경단체들에 대한 당내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녹색당 안에도 최근 자연보호에 소홀했다며 녹색당이 다시 명확한 자연보호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관계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서로 멀어질 대로 멀어진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이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이들의 목소리만으로 과연 충분할까.

ⓒ Die Zeit 2024년 제15호
Im Machtschatten
번역 김태영 위원

 

하나 크누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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