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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지급 경쟁, 사업장 확인 안 해

기사승인 [170호]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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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코로나 정부지원금 부당 수급 ② 구멍 뚫린 검증

 

외르크 딜 Jörg Diehl
루카스 에베를레 Lukas Eberle
등 <슈피겔> 기자
 

   
▲ 누가 정말로 지원금을 필요로 하는지 관리감독할 수 없는데도 국가가 세금을 무제한으로 쏟아붓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질문이 제기됐다. 2021년 3월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당시 총리와 마르쿠스 죄더(왼쪽) 바이에른주 총리, 미하엘 뮐러 베를린 시장이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REUTERS


모든 신청서를 제대로 확인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부당 수급 관련 통계치에 따르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전체 신청서의 단 10%만 제대로 검토했다. 뒤셀도르프 시정부는 이 통계치가 맞다고 확인했다. 여기서 제대로 검토했다는 것은 공무원이 신청서에 적힌 사업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음을 의미한다. 공무원들은 가끔 신청서의 주소로 직접 찾아가 사업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한 공무원은 “우선 지원금부터 신속하게 일괄 지급한 다음, 지원금 중에서 실제로 얼마나 지출됐는지 확인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부는 공식 누리집에서 코로나 지원금 관련 ‘질문·답변’을 올려놓았다. 그중 “예산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될 만큼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경제부는 “그렇다”고 답했다.

세무사·변호사도 범죄 가담
누가 정말로 지원금이 필요한지 관리감독할 수 없는데도 국가가 세금을 무제한으로 쏟아붓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적잖은 사람이 국가의 관대한 예산 집행을 지원서에 허위 정보를 적거나 진실을 왜곡해도 좋다는 신호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관할 부처의 장관과 국장들은 어느 순간 이런 현실을 인지했고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후 브릿지지원금 등 후속 지원금프로그램 신청자는 세무사나 회계사, 변호사를 선임해 신청서 양식을 검토하고 제출해야 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직업적 명예 때문에라도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않으리라 정부는 기대했다. 하지만 적잖은 세무사와 변호사가 현재 코로나 지원금 부당 수령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지원금 부당 수령의 유혹은 누구에게든 뿌리치기 힘든 듯하다.
뒤셀도르프고등법원, E.122호실. 가구상 아멧 E(56)가 돋보기안경을 쓰고 반성문을 집어 들었다. “제 행동과 이로 인한 피해를 국가에 사죄하고 싶습니다.” 아멧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에센에 있는 자신의 가구점과 그의 사업에 재앙이 됐다고 2024년 2월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 소송의 핵심 피고인 아멧은 2022년 12월부터 구금 상태다. 그는 다른 피고인 세 명과 함께 코로나 지원금 상당액을 부당 수급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부당 수급한 지원금은 600만유로(약 88억7천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단 사무실을 임대한 뒤 사무실에서 온종일 코로나 지원금과 대출지원금 신청서를 집중해서 작성했다고 기소장에 적어놓았다. 기소장에 따르면 아멧과 파트너들은 달걀과 우유를 취급하는 식품유통회사나 물품운송회사 등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
10개를 만들어 지원금을 신청했다. 이들은 독일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위임장에 서명한 이탈리아, 동유럽, 남유럽 출신의 바지사장을 고용했다.
이들을 대신해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도 조사받고 있다. 아멧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튀르키예로 옮겼다.
법정에서 아멧은 “어떻게 해서 우리 신청서가 통과돼 지원금을 받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신청서 허위 작성과 통과까지 모든 것이 너무 손쉬웠다”고 진술했다. 첫 신청서가 통과돼 지원금을 받은 뒤 이들은 계속해서 신청서를 냈다. “담당 공무원이 신청서를 제대로 검토했다면, 이 신청서는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2023년 11월 독일의 수많은 기업이 서신 한 통을 받았다. 서신 제목은 ‘재공지’였다. 서신은 “현재 귀하가 신청한 코로나 지원금에 대한 최종 정산보고서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습니다”로 시작했다. 서신은 각 연방주에서 코로나 지원금 지급을 승인한 당국에서 발송한 것이었다. 지원금을 수급한 업체에 ‘부디’ 관할 주정부에 연락을 달라고 당부하는 서신이었다. 편지는 ‘부디’라는 단어를 무려 다섯 차례나 사용했다.
지원금 신청자는 팬데믹 동안 사업체 매출 감소 규모를 신청서에 명시해야 했다. 또한 추후 실제로 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우려한 만큼 손실이 컸는지도 공개할 의무가 있다. 즉, 신청자들은 최종 정산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지원금 수령자가 최종 정산보고서를 제출할 시간과 의지가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당한 지원금을 상환할 의지는 더욱 없었다.
경제부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경제부 대변인은 지원금 수급자들에게 최종 정산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수차례 공지”했으며, 2023년 11월에도 이메일과 서신을 발송했다. 최종 정산보고서 마감일은 수차례나 “통 크게 연장됐다”고 한다.
경제부에 따르면 지원금을 수급한 사업체가 기한 연장을 신청하지 않은 채 최종 정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는 모두 4만1천 건이다. 지원금 수급자들이 기한 연장을 신청한 건수는 약 40만 건에 이른다. 수급자들은 2024년 3월31일까지 당국에 최종 정산보고서를 제출해야 했고, 더 이상의 기한 연장은 불가능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기한을 추가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경제부 대변인은 못 박았다. 경제부는 브릿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체 중 약 20%가 11월 지원금 혹은 12월 지원금을 평균 6400유로 수령한 것으로 본다.
 

   
▲ 밀려드는 신청에 공무원들이 모든 신청서를 제대로 확인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2021년 11월 코로나19 봉쇄로 독일 슈타우다흐에게른다흐의 게스트하우스 겸 식당이 비어 있다. REUTERS

사용처 허겁지겁 쫓는 정부
초기에는 코로나 지원금을 마구 뿌려댔던 연방정부가 이제는 뿌린 돈의 사용처를 허겁지겁 쫓는 모양새가 좋을 리 만무하다. 경제부에서 최종 정산보고서 접수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경제부는 팬데믹 초기에 신속하고 즉각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당시 일체 배제됐던 관료주의가 이제 와서 우리를 두 배로 힘들게 한다”고 고초를 털어놓는다. 지원금 프로그램당 상환액이 250유로 미만은 절차상 효율성을 위해 상환 의무에서 배제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당국이 긴급지원금 수급자들의 상환액 신고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1차 실패 후 시스템을 여러 단계로 나누다가 흐지부지돼버렸다. 그래서 2020년 여름부터 지자체는 지원금 수급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지원금 수급자들은 사업장의 수입과 지출을 작성하고, 유동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빙해야 했다. 이를 토대로 당국은 지원금을 받은 사업자가 지원금을 환급해야 하는지 자동으로 결정해 통지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통지서를 받은 피부관리실 실장, 패스트푸드점 주인과 세무사들은 항소해 승소했다. 1년 전 뮌스터고등행정법원은 해당 통지서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부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종 정산을 하지 않은 전체 긴급지원금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상환액 신고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1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8만 명이다. 이들은 당시 수입과 지출을 이번에는 월별로 정확하게 구분해 작성하라는 내용을 담은 우편물을 조만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해당 지자체는 2028년까지 상환액 신고 절차가 지리하게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부의 지역 개발, 지자체 감독, 경제 부서의 파울 하세 부서장은 코로나 지원금을 담당한다. 하세 부서장에게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처음에는 신청서의 허위 작성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인터넷 연말정산 시스템과 달리 초기 긴급지원금에는 명확한 신원 확인 절차가 없었다. 온라인 확인 절차가 있었다면 신청서를 더 꼼꼼하게 검토하고 부당 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부 내에서도 당시 불완전한 신청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코로나 지원금 프로그램 고안자들은 지원금과 여기서 파생된 피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출된 신청서 거의 승인
페터 알트마이어(기민당)는 <슈피겔> 취재진의 유선 인터뷰에 두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연방경제부 장관이었던 알트마이어는 현재 정계를 은퇴하고 자를란트주 자택에서 지낸다. 알트마이어는 코로나 지원금 제도의 약점을 포함해 프로그램에 관한 많은 세부 사항을 알고 있지만 기사에 인용되기를 원치 않았다.
알트마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즉각적인 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야당, 언론, 소상공인의 기대치가 높았던 팬데믹 초기에 정치권을 향한 압박이 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방정부는 자금 제공을, 주정부들은 자금 분배를 맡았고, 신속한 지급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졌다. 제출된 신청서는 거의 모두 승인한 주정부들도 있었다.
사기꾼들? 사기꾼은 어디에나 있으며,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 지원금이 전반적으로 독일 경제를 구했다고 말하는 알트마이어는 양심에 조금의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 Der Spiegel 2024년 제14호
Der Corona-Raubzug
번역 김태영 위원

 

외르크 딜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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